‘클로젯’ 하정우, 김광빈 감독과 15년 전 약속 ‘꿈은 이루어진다’ [인터뷰]
입력 2020. 02.07. 15:09:30
[더셀럽 전예슬 기자] 15년 전 약속을 지켰다. 대학생 시절 만나 “입봉작을 함께 하고 싶다”라고 꿈꿨던 말이 실현된 것. 하정우와 김광빈이 배우, 감독으로 ‘클로젯’을 통해 재회했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클로젯’(감독 김광빈) 개봉을 앞둔 하정우를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클로젯’은 사고로 하루아침에 아내와 엄마를 잃은 상원(하정우)과 이나(허율)가 새집으로 이사를 가고 며칠 뒤 감쪽같이 딸이 사라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김광빈 감독의 입봉작.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대학교 동문이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배우와 동시 녹음 스태프로 함께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15년 후 재회, 끈끈한 관계를 입증했다.

“8년 정도 연락을 못했어요. ‘용서받지 못한 자’를 13개월 정도 촬영했어요. 학생영화라 제작비도 없었죠. 학교 기자재로 촬영을 했고 김광빈 감독이 동시 녹음 기사로 들어왔어요. 중편으로 시작했다가 찍는데 재밌어서 장편으로 만들게 됐어요. 그런데 학생이니까 수업도 들어야 해서 순조롭게 진행이 된 건 아니에요.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스태프가 계속 바뀌었죠. 김광빈 감독은 끝까지 윤종빈 감독 옆에서 하더라고요. 김광빈 감독의 입대 전날이 크랭크업하는 날이었어요. 13개월을 끝까지 버텨줘서 너무 멋있었고 고마웠죠. 제 차에 동시 녹음 장비를 싣고 다녔는데 김 감독과 함께 출퇴근하면서 여러 애기를 나눴어요. ‘군대 갔다 와서 뭐할거냐’라고 물었더니 ‘졸업하고 감독할 거예요’라고 하더라고요. ‘너 감독 하면 꼭 형 불러줘’라고 하니까 ‘입봉하면 형이랑 할 거예요’라고 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학생이었으니까 현실을 지탱할 수 있는 완벽한 상상이었던 거죠.”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했던가. 막연했던 상상은 현실이 됐다. 김광빈 감독은 ‘클로젯’ 시나리오를 들고 윤종빈 감독을 찾아갔고 영화 제작에 이어 하정우까지 주연배우로 섭외하게 됐다.

“윤종빈 감독도 의리가 있어요. 어느 날 윤 감독에게 연락이 와서 ‘광빈이랑 같이 저녁 먹자’라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봐달라고 줬을 당시만 해도 같이 하겠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몇 개월 후, 윤 감독이 ‘광빈이 영화 같이 제작하면 안 되냐’라고 물었죠. 얼렁뚱땅 공동제작이 됐는데 또 어느 날 윤 감독이 ‘형이 배우하면 안 되냐’라고 묻더라고요. 하하. 그때 다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참신했어요. 이런 장르의 영화는 보통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데 굉장히 가성비 있고 컴팩트 있고 슬림하게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정하게 됐죠. 그러면서 남길이가 합류하게 됐어요. 저는 영화를 만드는 기술보다 영화를 진짜 보고 싶게 만드냐, 그 장르를 알고 있고, 좋아하느냐가 중요해요. 김광빈 감독은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마니아죠. 한 컷 한 컷 기억하고 외울 정도예요. 그런 점에 굉장히 신뢰가 갔어요.”

단순히 지나가는 말로 할 수 있는, 가벼운(?) 약속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을 지킨 하정우와 김광빈 감독. 의리를 지킨 배우와 감독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뭉클할 법 하다.

“의례 지나가는 말일 수 있는데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실현되고 개봉을 앞두고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서 오늘을 돌아봤을 때 지울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물론 관람에는 영향을 주진 않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죠. 김광빈 감독은 정말 의리가 있어요. 본인 수업도 아닌데 윤 감독을 따라다니면서, 막연히 영화 현장이 좋다고 해서 13개월을 있었잖아요. 그 마음은 누군가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요.”

‘클로젯’의 첫 시나리오는 현재 상영 중인 최종본보다 오컬트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 스토리라인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나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밝게 진화했다고. 윤종빈 감독, 권성희 감독을 거쳐 김광빈 감독이 최종 각색을 하며 현재의 ‘클로젯’이 탄생했다.

“스토리라인이 변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까마귀가 등장하는 게 첨가됐죠. 또 남길이 캐릭터가 조금 더 유하고 동적이며 활발한 느낌으로 밝게 진화됐어요. 영화 중간에 가정부가 잠깐 나오는데 조선족 설정으로 바뀐 것도 있어요. 지역에 치우친 설정이 아니라 영화적으로 재밌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거죠.”

‘클로젯’은 공포와 드라마가 적절히 어우러져있다. 여기에 웃음까지 놓치지 않는다.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긴장의 끈을 배우들의 대사, 상황이 느슨하게 풀어준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신과함께’가 언급되는 장면은 지나칠 수 없는 웃음 포인트였을 터.

“리딩할 때 만들었던 대사에요. 원래는 ‘인터스텔라’였는데 ‘신과함께’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였죠. 명진(김시아)이라는 존재가 구체화되고 넘어가는 흐름에서 영화는 사실주의 기반에서 판타지적인 느낌으로 확장돼요. ‘신과함께’ 같은 판타지 같은 영화일 수 있겠다는 연상 작용을 기대한 거죠. 그 대사가 코미디 재료로 쓰이더라도 ‘인터스텔라’보다 더 재밌을 것 같아 넣게 된 거예요.”



하정우는 ‘클로젯’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이유로 아역배우들의 연기를 언급했다. 딸로 등장한 허율, 명진 역의 김시아까지. 특히 김시아는 ‘백두산’의 이병헌의 딸 역할로 추천까지 했다고 한다.

“허율과 부녀호흡은 저에게 마법 같은 시간이었어요. 밝은 미소를 짓던 율이가 촬영에 들어가면 정색하고 싸한 표정을 짓는데 너무 좋은 마스크를 가지고 있죠. 허율이는 너무 보석 같은 아이에요. 명진이 역으로 나왔던 시아도 마찬가지에요. ‘클로젯’이 ‘백두산’보다 먼저 촬영이 시작됐는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백두산’의 이병헌 딸 역할로 추천도 했어요. 두 아이는 ‘클로젯’ 오디션 때부터 연기를 너무 잘해서 유명했어요.”

지난 5일 개봉한 ‘클로젯’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악재를 딛고 개봉 이틀 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포물이라는 장르적 강점에 드라마적 감성까지 더한 이 영화를 하정우는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길 바랄까.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 걸 힘들어해요. 무서워서. 물론 이 영화도 그런 지점이 있어요. 하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클로젯’을 본 분들은 ‘공포영화네’하는 사람도 있고 ‘공포영화 수위까지는 아니다’라고 보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궁금해요. 관객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볼지에 대해서. 벽장 속이 까만색인 것처럼 장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관람하는데 재미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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