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기생충’, ‘로컬 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4관왕 의미[2020 아카데미 시상식]
- 입력 2020. 02.10. 14:40:07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봉준호 감독이 또 다시 역사를 썼다. 할리우드 작품 외에 노미네이트는 물론, 수상은 힘들다고 일컬어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10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할리우드 LA돌비극장에서는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기생충’은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고 4개 부문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상식 초반에 수상한 각본상에 이어 국제 장편영화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까지 수상했다.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양성을 주장하면서도 할리우드 외의 유색인종의 영화가 작품상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해 ‘백인 잔치’ ‘로컬 시상식’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왔다. 프랜차이즈의 반복과 장르적 답습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오스카는 외국어 영화상을 ‘국제 장편 영화상’으로 수상 명을 변경해 다인종, 다문화 이슈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 미국 AP통신은 3년 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를 언급하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동성애자 흑인 소년의 삶을 그린 ‘문라이트’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했던 것처럼, 한국의 빈부격차를 소재로 한 ‘기생충’ 역시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이날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영화상(구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의 변화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외국어 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처음으로 바뀐 이름으로 상을 받게 됐다”며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가치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해 객석에 앉아있는 다양한 인종의 배우와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연이어 수상하게 된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에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 대목도 이와 동일하다. 이전까지 외국어로 제작된 영화가 국제영화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이력은 없었기에 일각에서는 작품상을 ‘1917’이 수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감독상 또한 지금까지 아시아계 감독이 수상한 건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유일했다.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브 오브 파이’(2013)로 오스카에서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 모두 ‘기생충’이 영예를 누렸다. 칸, 베니스와 같은 국제 영화제가 아닌, “오스카는 로컬 축제”라고 말해 미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봉준호 감독이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되돌려준 셈이다. 특히나 ‘기생충’은 기존에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과 달리 배우는 물론, 자본과 언어 모두 할리우드와 무관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한 ‘기생충’의 성적은 한국 영화의 가장 큰 업적이자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치게 만들었다. 각본상 수상 후 “국가적 영광”을 언급하며 트로피를 번쩍 든 봉준호 감독의 모습은 역사적으로 오래토록 남을 것이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뉴시스, 영화 '기생충'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