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정직한 후보’, 입 뚫리니 속도 뚫리네 [씨네리뷰]
입력 2020. 02.10. 17:02:40
[더셀럽 김지영 기자] 거짓말을 못하는 입이 뚫렸는데, 속도 시원하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영화 ‘정직한 후보’ 속 주상숙에게, 누구보다 영화를 잘 이끌어간 배우 라미란에게, 그리고 이 영화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정직한 후보’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를 담았다.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 ‘정직한 후보’는 국내 작품으로 재해석되면서 남자 대통령후보에서 여자 국회의원으로 설정을 변경했다.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등급은 12세 관람가로 낮춰 다양한 연령층이 ‘정직한 후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정직한 후보’는 첫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국회의원의 하루를 보여주는 듯 조간 브리핑부터 아침 선거유세, 종교 대통합을 일삼는 약속, 후보자 토론회 등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보좌관(김무열)에게 도움을 받아 동네 주민들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국회의원 후보의 이미지를 이어간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시사프로그램에서 봤던 장면인데’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 코미디 작품이지만 시사 프로그램, 뉴스 한편에서 웃지 못 할 해프닝을 자아낸 정치인들이 몇몇 연상된다. 뉴스에서 봤을 때는 분통을 터트리게 한 순간들이 ‘정직한 후보’에선 코미디로 재해석돼 웃음을 유발하게 만든다. 선거유세 장면 또한 마차가지다. 정당에 따라 선거유세 차량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과 유세에 필요한 소품의 품질 차이 역시 리얼리티에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은 코미디영화일지라도, 사실성에 근접한 디테일을 보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정치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국회의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더불어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토로되는 진담 “자서전이 빨리 출간될 수 있었던 건 대필” “시민의 주인이 되겠다” 등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을 ‘돌직구’로 말하게 되는 것은 물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속에 있는 말이 터져 나온다.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을 진담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이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니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통쾌함이 느껴진다.

특히나 거짓말이 일상이었던 주상숙 의원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게 살린 것엔 라미란의 공이 크다. 능청스럽게 상대를 봐가며 거짓말을 할 때는 여느 국회의원과 다름이 없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오는 진실에 난처해하는 모습엔 폭소가 연이어진다. 장유정 감독이 원작을 국내 영화로 리메이크하면서 왜 라미란을 점찍고 캐스팅했는지 여러 말을 들어보지 않아도 단 번에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라미란은 ‘걸캅스’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짧게 선보였던 코믹한 연기를 ‘정직한 후보’에선 물 만난 고기처럼, 주저함 없이 관객의 웃음을 전적으로 담당한다.

초반부터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는 중반부 주상숙이 위기에 처하면서 살짝 느슨해지는 감이 있지만, 이는 대신 감동으로 채웠다. 러닝타임 내내 웃음으로 이뤄져있는 것보다 웃음과 적절한 감동을 섞어 다양한 매력을 관객에게 어필하려는 감독의 의도로 해석된다.

판타지 요소가 섞였으나 유치하지 않고 기분 좋은 104분을 즐길 수 있다. 정치 이야기를 그렸지만 무겁지 않고, 정치를 알지 못하는 이도 유쾌하게 웃음 지을 수 있는 영화 ‘정직한 후보’가 오는 12일 전국 극장에 관객의 한 표를 호소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정직한 후보'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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