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조한선, 데뷔 20년 차 배우가 역할에 임하는 자세 [인터뷰]
입력 2020. 02.18. 14:06:33
[더셀럽 신아람 기자] '스토브리그'는 배우 조한선만의 색깔을 내게 해준 작품이었다. '스토브리그' 특별출연이었던 조한선은 분량보다 배역의 가치를 더 중요시해 출연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옳았다.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 초반 5%대 시청률을 기록하던 '스토브리그'는 대한민국 드라마 다양성을 높였다는 평과 함께 공감 잇는 스토리로 4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더셀럽은 13일 서울 한남동 한 카페에서 '스토브리그' 마지막 회를 앞두고 있는 조한선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조한선은 한 팀의 역사로 남는 드림즈의 유일한 영구결번 선수를 꿈꾸는 임동규 역으로 분했다. 그는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임동규 그 자체로 완벽 몰입해 인생 캐릭터 경신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사랑받으려고 연기한 건 아니다. 처음에 이 역할이 들어왔을 때도 2회까지만 나오는 거였다. 사실 2회 만에 임팩트를 어떻게 하면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긴장감을 불어넣고 대립을 세우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당초 조한선은 '스토브리그' 1,2회만 등장하는 특별출연이었다. 전작들에서도 종종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던 그는 그 이미지가 굳어질까 하는 우려에 출연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처음 대본을 받고 고민했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선례가 안 좋았던 경우가 있어서 선입견이 있었는데 대본을 받고 깜짝 놀랐다. 단순 스포츠 드라마가 아닌 한 팀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더라. 감독님, 작가님을 만나 미팅을 하고 나니 이야기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이 정도면 도전할 수 있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앞서 '빙의'에서도 4회까지만 나왔었다. 잠깐 나왔다 묻히는 게 한순간이라 두렵기도 했지만 이번 임동규 캐릭터는 끝까지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출연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짧은 분량에도 강한 임팩트를 남기기 위해 노력한 결과 조한선은 엔딩까지 함께했다. 데뷔 20년 차 배우지만 주, 조연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작품 캐릭터 자체만 본다는 조한선이다.

"분량이 적든 많든 역할이 좋으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끝까지 이 역할을 끌고 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만큼 작가님,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골키퍼 출신으로도 유명한 조한선은 선수 이력이 무색하지 않게 이번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운동선수라면 승부욕이 없을 수가 없다. 승부욕, 집요함, 성질, 이 모든 게 다 있는 편이다. 운동했을 당시 생각도 나더라. 어떤 작품이든지 준비과정은 힘들다. 이번 작품은 특히 몸을 써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야구화를 신고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타석에 들어섰을 때 모습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스윙 자세에 중점을 많이 뒀다"

2회 출연 이후 정확한 재등장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한선은 공백기 동안 실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시 등장했을 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머리카락도 직접 자를만큼 열정을 보였다.

"감정적으로나 심적으로도 준비해야 하지만 외형적으로도 달라져 보이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다. 또 공백기 동안 야구 연습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안 하면 몸이 굳어버리더라. 안 나오는 동안 독기를 품고 더 열심히 연습했다. 임동규가 안 나오는 동안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다"

초반 임동규는 오로지 야구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인물로 비춰졌다면 후반부로 가면서 임동규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조한선은 이런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 연기자들과 거리를 두기도 했단다.

"초반엔 임동규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10화 이후부터는 서사가 나오면서 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나온다. 혼자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며 올라온 임동규는 정말 야구에 미친 사람일 뿐 돈을 벌려고 하는 인물이 아니다. 힘들 때 지지해주던 팬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또 실제 드림즈 팀과 친하지만 내가 섞여있으면 임동규가 가지고 있는 독기가 융화되지 않을까 싶어서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실제 배우들끼리 극 중 이름을 불러서 과몰입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노력 끝에 드라마는 시청률, 화제성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으며 데뷔 20년 차 조한선에게도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왔다고 한다.

"연기적으로 많은 걸 보여주려 하다 보면 과해지고 부자연스러워진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틀 안에서 넘치지 않게 표현하자고 생각하고 이번 작품에 임했다. 그래서 더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다른 변화를 주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작품에 들어가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의 무게가 커졌다. 결혼은 연기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을 바꿔주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결혼을 하고 나서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다. 기존 방식대로 연기에 접근하게 되면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 것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캐릭터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스태프들이 노력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배역의 소중함과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연기) 공부 중이다"

데뷔 20년 차, 배우 조한선을 돌아보면 여전히 아쉬운 점들 투성이란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먹을수록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들이 더 많아 좋다며 웃어 보였다.

"그때 내가 더 잘했다면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었을 거다. 연기를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나이가 먹으면서 조금씩 배워가는 게 몸에 더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예번엔 머릿속으로만 배웠다면 지금은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 조한선은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도 역할도 많다. 그런그가 선택한 차기작은 20분짜리 단편 영화다.

"영화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서 역할 자체에 중점을 두고 선택했다. 캐릭터를 풀어내는 방식도 공부해보고 싶었다. 임동규가 아닌 실제 조한선이 변화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어려운 사람들 이야기를 밝게 풀어내보고 싶고 더 나아가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조한선은 배우로서 자신만의 연기색 깔을 찾게 해준 '스토브리그'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조한선이라는 배우가 뚜렷한 색깔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스토브리그'를 통해 확실한 색깔은 아니지만 이런 색깔도 낼 수 있구나 정도는 느끼게 해드리지 않았나 싶다. 처음 해보는 역할이고 내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었다. 공부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 작품이었다"

[더셀럽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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