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배성우 “적극적으로 바뀐 중만, 심리묘사에 중점” [인터뷰]
입력 2020. 02.20. 17:12:35
[더셀럽 김지영 기자]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 돼 있습니다)“‘지푸라기’, 또 봐도 재밌는 영화예요. ‘더킹’ 때도 그랬거든요. 이번 ‘지푸라기’도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배우 배성우에게 영화 ‘지푸라기’ 속 중만은 처음부터 매료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용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자신의 연기로 재탄생시킨 중만은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끈다.

최근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이하 ‘지푸라기’)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을 그린다. 배성우가 맡은 중만은 치매로 의심되는 엄마 순자(윤여정)과 아내 영선(진경) 사이에서 상황을 조율하고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목욕탕에서 궂은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영화의 첫 시작에서 돈 가방을 최초로 발견하는 인물로, 성실하게 살았던 중만이 돈 가방에 눈을 뜨게 되면서 겪는 갈등, 고민, 조바심 등의 내면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특히 극 중반 이후 지배인(허동원)이 돈 가방의 정체를 묻는데, 흔들리는 눈빛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끈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장면은 중만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정직하게만 살아왔던 중만이 돈 앞에서 신념이 무너지자 이성만 남아있음을 나타내기 때문.

흔들리는 눈동자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내며 중만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나 그는 처음 ‘지푸라기’의 시나리오를 받고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해 고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어본 뒤 중만 캐릭터에 끌려 출연을 결정지었다.

“대본이 재밌었지만 중만이 저에게 ‘훅’ 들어오진 않았다. 선뜻 끌리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래서 거절을 했다가 감독님이 원작 소설을 읽어보라고 다시 주셨다. 소설에는 중만 캐릭터의 심리묘사, 상황들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고 돈 가방을 가져가게 되면서 무수한 고민과 사건들이 세밀하게 담겨 있었다. 그래서 중만을 이해하게 됐고 중만이 영화 이야기에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출연하게 됐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입봉을 했으나 내공이 있었다. 오랫동안 영화 현장을 익혀왔고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려 긴 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신인 감독일지라도 여유와 깊은 이해도가 있어 현장을 잘 이끌어갈 수 있었다. 특히 배성우에겐 원작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중만을 대하는 방법에 디렉팅을 줬다. 배성우는 감독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며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나갔다.

“중심이 잡혀있는 감독이었다. 이해도가 높으면 믿음이 생기지 않나. 그래서 같이 하면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 중만이 가장 습해지지 않는 인물이지만 저는 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캐릭터가 잘못 튀어나오거나 개성을 부여하다보면 이야기 속에서 달성하고자하는 목표가 달성이 되지 않을까봐. 중만이 대본보다는 확실히 적극성을 띄는 인물이 됐고 위트 있는 인물로 바뀌었다.”

우연히 발견한 돈 가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인을 찾아주려 신경을 쓰지만 주인은 좀처럼 찾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가세는 점점 더 기울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루아침에 일하던 곳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중만의 상황은 극한으로 치 닿는다. 이 이후로도 그려지는 중만의 상황에서는 적은 대사와 표정, 내면의 심리 상태로 그를 표현한다.

“상황이 설명적이지 않아서 심리묘사를 하는 게 고민이 됐었다. 영화 속 캐릭터라는 게 착하게만 그려지면 재미가 없지 않나. 누가 돈 가방을 찾을 수 있으니까하는 생각과 가져갈만한 상황은 되지 않으니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상황도 안 좋아지니 돈 가방을 가져가게끔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전개 안에 잘 들어가려 노력했다.”



중만은 자신의 손에 들어온 돈 가방을 보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남의 돈이지만 망한 횟집을 물려준 아버지가 자신에게 준 절호의 기회, 마지막 찬스. 배성우는 돈 가방을 두고 기회로 여기는 중만의 생각이 극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봤다.

“초반엔 중만이 보증을 잘못 서서 돈을 날린 설정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저는 그것을 반대했다. 보증을 서서 돈을 잃으면 피해자가 되는데 그렇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운명, 게으름, 사업수안 이런 것들을 관리하지 못해서 본인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일으켜 세울 때 요행이지만 다른 힘을 빌어서 힘을 훔쳐서 가는 구조여야 중만의 상황과 어울린다고 봤다. 돈 가방을 훔쳤기 때문에 집까지 태워먹게 되는 것이다. 중만은 다른 것에 핑계를 댈 게 아니라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깨달으면서 다시 열심히 살아야한다.”

돈 가방을 탐냈다가 결국 초가삼간을 다 날린다. 자신의 욕심에 화가 나고 어이가 없을 터지만 중만은 하염없이 불타는 집을 바라본다. 치매로 의심해왔던 순자는 “두 팔, 두 다리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어”라고 중만을 위로하지만 그의 귓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는 듯하다.

“정말 최악의 사태를 생각했을 것 같다. 중만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 주인이 없는 돈, 안전한 돈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실 조금 더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상황이 어려워지고 직업도 잘리니 급해진다. 중만 나름 시뮬레이션을 계속 했을 것이다. 치밀한 사람이 아니어서 디테일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런데 결국 다 날리니 허탈함도 있고 회한도 있고, ‘왜 나한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하는 생각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뒤에 목 놓아 우는 신이 있는데 편집됐다. 그 직전까진 연기하는 저로서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이 나왔던 것 같다.”



그렇게 ‘지푸라기’는 돈 가방에 집중된 범죄, 스릴러, 케이퍼 무비 성향이 강한 영화로 탄생했다. 평범한 인간들의 군상을 그리는 ‘지푸라기’에서 배성우가 심혈을 기울이고 내면으로 연기력을 발산한 중만은 관객의 공감을 가장 잘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위트를 가미하게 됐지만 조금 더 정서나 상황을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쪽이 됐다. 관객들이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직업이 다른 인물에 비해 중만에 대해선 공감이 잘 될 것 같다. 영화 안에서 인물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는 강렬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본인의 개성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본다. 그 톤에 대해서 전체를 보면 더 영화를 재밌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웃음)”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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