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유수빈,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 법 [인터뷰]
입력 2020. 02.21. 16:16:55
[더셀럽 박수정 기자]"대세 배우요? 아직까지는 말도 안 되는 수식어죠(웃음).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최근 흥행작 속 '신스틸러'로 주목받는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유수빈이 아닐까 싶다. 94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엑시트'부터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이어 tvN '사랑의 불시착'까지, 유수빈이 '흥행 요정'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사랑의 불시착' 종영 후 만난 유수빈은 "너무 서운하다. 끝나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끝난 후 마음이 더 헛헛하더라. 방송이 끝나고 나니 이제 종영했다는 게 조금 실감 난다. 정말 감사한 시간들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수빈이 출연한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 16일 자체 최고 시청률 21.7%(닐슨코리아 제공)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도깨비'를 넘어 tvN 역대 드리마 시청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청률이 점점 올랐다. 촬영 현장에서도 시청률 얘기를 많이 했었다. 1위까지 해버려서 깜짝 놀랐다. 제가 이런 대박 드라마에 출연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런 행운이 빨리 찾아온 것 같아 얼떨떨하고 감사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유수빈은 오디션을 통해 '사랑의 불시착'에 합류했다. 3차 오디션을 통해 최종적으로 리정혁(현빈 분)이 이끄는 5중대 중급 병사 김주먹 역을 맡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군인 4명 모두의 대사를 받았다. 가장 편한 대사를 말해보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표치수 역 대사를 했었다. 2차부터 김주먹 역으로 최종적으로 오디션을 봤고 합격하게 됐다. 오디션 당시 제가 북한 사투리를 좀 한다고 칭찬을 들었었다"라고 오디션 비화를 전했다.

북한 군인 역할이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능통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였단다. "북한 사투리를 따로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촬영 들어가기 전 1달 전부터 계속 연습을 했다. 전 작품에서 다른 지역 사투리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함경도 사투리를 준비해야 했다. 두 지역의 사투리 차이가 심하더라. 그 부분을 바꾸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

김주먹을 비롯해 5중대 대원으로 나왔던 배우들 모두 북한 사투리로 화제가 됐다. 유수빈은 북한 사투리 연기가 가장 뛰어났던 멤버로 표치수 역의 양경원을 꼽았다. "(양)경원이 형이 진짜 북한 사투리 연기를 잘하시더라. 저랑 (탕)준상, (이)신영은 많이 어려워했다. 경원이 형은 엄청 빨리 늘더라. 그룹 리딩을 할 때 이미 완벽하게 북한 사투리를 하시더라"



김주먹이 5중대 대원들 중 '신스틸러'로 주목받았던 이유는 남한 드라마 마니아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천국의 계단', '추노'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군인으로 등장해 윤세리(손예진)와 리정혁(현빈)을 포함한 5중대 대원들 사이에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남한 드라마 마니아'라는 설정을 보고 처음에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추가하려고 했었다. 욕심 때문에 점점 과해져서 갈피를 못 잡기도 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단순하게 가는 게 좋겠다'라고 피드백을 주셨다. (두 분 말씀대로) 대본 그대로 표현을 하니까 주먹이가 더 매력적이더라. 그래서 최대한 대본 안에 있는 주먹이를 잘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유수빈이 '사랑의 불시착' 촬영 현장에서 가장 의지했던 배우들은 단연 5중대 대원으로 함께 호흡했던 배우 양경원, 이신영, 탕준상이었다. "5중대 대원으로 나왔던 양경원 형, 이신영, 탕준상과 촬영 날 같이 붙어있었다. 후반부에는 너무 많이 친해져서 촬영할 때 웃음 참기가 힘들 정도였다. 많이 친해져서 그 부분이 좀 힘들더라(웃음). 경원이 형은 저보다 한참 선배라 의지를 했었고, 막둥이 준상에게는 장난을 많이 쳤다. 귀여운 동생이다. 신영이는 또래다 보니까 연기 외적인 고민들도 많이 나눴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많은 신을 함께 했던 현빈, 손예진과 호흡한 소감도 전했다. 유수빈은 "현빈, 손예진 선배에게 많은 걸 배운 시간들이었다. 정말 존경한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현빈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엄청나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대단한 선배님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님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가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잘 받아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선배님과 함께 호흡하면 믿음이 저절로 생겼다. 손예진 선배님은 현장에서 집중력이 대단하시다. 몰입하시면 에너지가 엄청났다. 상대방을 그 상황으로 빨려 들게 하는 힘이 있으시다. 이번에 그런 경험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윤세리 누나처럼 잘 챙겨줬다. 실제로도 그렇게 챙겨주셨기 때문에 후반부에 더 몰입이 잘 되더라. 정말 감사했다"

'사랑의 불시착' 이후 유수빈의 차기작은 박혜련 작가의 신작인 tvN 드라마 '스타트업'이 유력하다. 유수빈은 "스타트업' 출연을 긍정적으로 이야기 중이다. 박혜련 작가님의 작품이라니, 저에게 자꾸 이런 일들이 일어나 얼떨떨하다. 정말 감사하다. 박지은 작가님이 종방연 때 박혜련 작가님과 친하시다면서 하게 되면 잘해보라고 말씀해주시더라. 저도 하게 된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달아 출연작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을 터. 유수빈은 "부담감을 느낀다. 이렇게 너무 작품이 잘돼서 부담되는 부분이 있더라. 더 성장해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런 부담을 떨쳐내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유수빈은 데뷔 5년 차 배우다. 2016년 영화 '커튼콜'의 단역으로 데뷔해 영화 '수난이대' '신기루' '나는 남한을 사랑합니다' '반드시 잡는다' '엑시트' '선물', 드라마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약했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에 대해 유수빈은 "열심히 해왔던 것 같다. 그동안 오디션도 정말 많이 봤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와서 200번 정도 오디션을 봤었다. 정말 많이 떨어졌다. 1년 내내 오디션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그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 당구장, 영화관 아르바이트도 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연기에) 욕심이 컸던 것 같다.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이 자꾸 들어갔다. 욕심을 줄이고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그 후부터 조금씩 오디션에서 합격하기 시작했다"라고 지난들을 회상했다.

특히 '엑시트'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유수빈에게 배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출연 후 대본 안에 캐릭터를 100%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다. 아직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 '엑시트'가 개봉하고 영화가 잘되고 반응도 좋아서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조정석 선배에게 고민들을 많이 털어놨었는데 '네가 할 수 있는 것만큼 해라. 그 이상 넘으려고 하면 이상해진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덕분에 그 뒤로 일이 잘 풀렸다. 말씀해주신 조언들을 늘 새기고 있다"

유수빈이 이처럼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단순한 '운' 때문은 아니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피드백을 통해 매 작품마다 성장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작품에 들어갈 때 작품 일지를 쓴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도 쓰고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쓴다. 주로 아쉬웠던 점이나 고민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쓴다. 지금까지 썼던 작품 일지만 해도 20권 정도 될 것 같다. '사랑의 불시착' 촬영 때도 작성했다. 늘 첫 장에 다짐하는 말들을 쓰곤 하는데 이번에는 '허투루 하지 말자'라고 썼다. 촬영을 하면서 흔들리거나 힘들 때 그 말을 다시 보면서 상기시키면서 촬영에 임했다"

촬영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자체가 좋다는 유수빈. 이번 작품을 마친 후 유수빈의 연기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배우로서 연기를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다. 촬영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자체가 좋다. 힘들면 힘든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그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다음 작품에서도 그 역할을 잘 소화하고 싶다.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 당장 어떤 목표를 이룬다기보다는 저라는 사람이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라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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