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브리그’ 관통 키워드는 ‘백승수’와 ‘도움’… 작가X감독이 밝힌 극적 메시지 [종합]
- 입력 2020. 02.24. 18:11:09
- [더셀럽 최서율 기자] 웰메이드 스포츠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시청자들에게 회심의 메시지를 던지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 정동윤 감독은 최종회를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르비제에서는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감독 정동윤)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동윤 감독, 이신화 작가가 참석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다. 첫 회 5.5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한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마지막회에서 19.1%의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고 시청률 22.1%로 막을 내렸다.
이신화 작가는 인기 비결에 대해 배우들의 연기와 정동윤 감독의 연출이 큰 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감독님과 중간에 했던 이야기가 있다. 저는 감독님이 연출하신 방송을 시청자들과 똑같은 호흡으로 같이 본다. 근데 감독님이 만드신 모습이 정말 좋았다. 더 이상 시청률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이미 멋진 그림이 완성됐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동윤 감독은 “마지막회 방송을 다 같이 모여서 봤다. 저한테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그걸 보면서 서로 마지막회 장면이 나올 때마다 환호했다. 시청률은 중요하지 않았고 잘 끝났다는 것 자체가 연출자의 입장에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덧붙였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인기리에 종영한 ‘스토브리그’지만 ‘스포츠 드라마’라는 큰 핸디캡이 존재해 시작 단계에서부터 확신을 얻기는 힘들었다. 정동윤 감독은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속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정동윤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아주 시끄러운 곳에 있었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시끄러운 와중에도 4부까지 몰입하며 읽었고 대본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어떤 좋은 힘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잘 만들어 내도 욕을 먹는 게 스포츠 드라마라서 큰 도전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전에 있어서) 가장 큰 확신을 얻었던 건 작가님을 처음 뵌 날이었다. 작가님이 워낙 막힘이 없으셨다. 궁금한 것들을 꽤 많이 준비했는데 작가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시더라. 16회 엔딩까지 큰 걱정하지 않고 작가님이 쓰신 걸 잘 표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신화 작가와의 만남이 ‘스토브리그’ 제작 결심을 하게 된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왼쪽부터. 이신화 작가, 정동윤 감독.
‘스토브리그’의 인기 요소로 중요하게 작동한 것은 재미있고 특색 있는 스포츠 드라마라는 점도 있지만 실제와 같은 현실감 있는 묘사에도 존재한다. 이신화 작가는 소재, 인물, 스토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작동한 점에 대해 ‘스토브리그’라는 하나의 키워드만을 내세우며 답했다.
이신화 작가는 “실제 사례 같은 것들도 (참고했는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 주시는데 제가 구성할 때는 실제 사건보다는 스토브리그 기간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주제로 구상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드림즈라는 가상의 구단이 어떻게 할지, 백승수(남궁민)라는 단장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실제 있었던 일이 참고가 된 부분도 있지만 당연히 드라마라고 생각해서 어떤 부분은 극성을 강화해서 쓰기도 했다. 의외로 다른 분들이 실화와 드라마를 비교해 주시더라. 드림즈와 백승수가 보일 태도를 중심으로 썼다”라고 창작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실감 있는 묘사에는 배우들의 역할도 컸다. 정동윤 감독은 “배우분들이 워낙 소화를 잘해 줬다. 특히 선수 배역들은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몸과 연기를 같이 만들고 연습도 꾸준히 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스토브리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극 중 선수 배역이 실제의 어떤 인물을 모티프로 만들었다는 등의 상상을 펼치는 일도 많았다. 이에 대해 이신화 작가는 “강두기(하도권) 선수 모티프는 양현종 선수와 일본의 구로다 히로키 선수다. 두 선수를 섞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임동규(조한선) 선수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이대호 선수와 김태균 선수가 거론돼 깜짝 놀랐다. 임동규 선수 모티프는 실제 인물에 대한 뼈대 자체가 없다. 백승수와의 스토리를 위해 만들었다”라고 오해를 일축했다.
배우들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신에 대해 정동윤 감독은 “길창주 역할을 했던 이용우 선배님이 기억에 남는다. 이분은 영어까지 연습을 해야 했었다. 공도 열심히 던지시고 역할을 잘 수행해 주셔서 좋은 5회가 나왔던 것 같다. 너무 감동 깊은 회였다”라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회에 대해 이신화 작가는 11회와 16회를 꼽았다. 그는 “11회 엔딩은 연출적으로 가장 훌륭했던 엔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스토브리그’ 11회는 ‘얘네들 데려오면 뭐가 달라져?’ 편으로 바이킹스로 이적한 임동규와 백승수가 다시 대적하는 장면이다. 이어 이신화 작가는 “16회에서 백승수와 권경민(오정세)이 서로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감독님의 등짝을 때리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권경민이 팔씨름을 통해 권경준을 두들겨 패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매회가 선물 같은 연출이었다”라고 밝혔다.
종방연 현장에서의 오열 일화와 스태프와 배우에게 남긴 메시지에 대해 이신화 작가는 “감사한 마음이 굉장히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신화 작가는 “가장 오랫동안 꿈꿨던 풍경이었다. 제가 준 대본을 너무 멋있게 만들어 주신 스태프와 배우분들이 박수를 치면서 웃는데 눈물이 났다”라고 종방연 눈물 사건을 해명했다.
‘스토브리그’ 엔딩에서 백승수는 새로운 도전을 예고하며 빛이 들어오는 문틈 사이로 사라진다. 이에 대해 이신화 작가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냥 다양한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했다. 그가 어떤 종목의 단장이 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동윤 감독은 “작가님께 백승수를 태릉선수촌으로 보내자고 했다. 뭘 선택할지 모르겠다고 백승수가 고민하는 장면에서 끝내자고 말씀드렸는데 작가님은 이미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백승수만의 엔딩을 원하셨다”라고 엔딩 장면의 비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백승수가 빛이 나는 문틈으로 사라진 뒤 화면에는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는 서로 도울 것’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신화 작가는 이 메시지를 정동윤 감독이 먼저 제안했다고 알렸다. 그는 “마지막에 화면 블랙에 자막을 넣으면 어떠냐고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순간 그 제안이 아주 좋았다. 어떤 분들은 세련되지 못하게 그걸 그대로 표현하냐고 하실 수 있지만 보시는 분들 모두가 그 메시지를 전달받으셨으면 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정동윤 감독은 “백승수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다. 현실에서 존재할 법하지만 막상 그런 사람을 찾으면 없어서 원하게 되는, 그런 사람이다. 백승수는 마지막으로 우리를 보면서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다. 그걸 보는 사람들이 나도 백승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라며 백승수라는 인물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였음을 강조했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제공, ‘스토브리그’ 포스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