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전도연, 힘은 빼고 강렬하게 연기하는 법 [인터뷰]
입력 2020. 02.26. 15:33:26
[더셀럽 김지영 기자] 등장만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배우가 있다. 캐릭터의 강렬함도 있겠지만, 배우 전도연에겐 그만의 아우라가 있다. 이번 영화 ‘지푸라기’에서도 그의 힘을 여실히 발휘하고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최근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이하 ‘지푸라기’)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극이다. 전도연은 극 중 공무원인 태영(정우성)과 오랜 연인 관계인 연희로 분한다.

러닝타임이 한 시간정도 흐른 뒤에야 등장하는 연희는 걸어가는 뒷모습으로 처음 관객과 만난다.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추태를 부리는 손님을 단 번에 제압하고 가게의 직원으로 있는 미란(신현빈)이 곤경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고 기꺼이 손을 내민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생일’에선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로 분해 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들더니, 이번 ‘지푸라기’에서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포스를 뿜어낸다. 연기에 힘을 주지 않아도 힘이 느껴진다는 게 전도연을 보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닫게 한다. 특히 미란을 자신의 손아귀로 끌어드리려 마음을 쓰는 척 하는 모습, 태영의 연락을 피하다 오랜만에 찾아가 “나 배고파”라며 밥 먹는 것으로 태영의 말문을 막아버릴 때, 형사(윤제문)와 태영이 나누는 대화를 돌리려 가볍게 말을 던지는 것 등 모든 상황들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에 관객들은 더욱 연희를 연기하는 전도연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지푸라기’는 소설보다 방향을 틀어 시나리오로 제작됐다. 전도연은 이를 읽자마자 출연을 하겠다고 결단을 내렸고 원작은 읽지 않고 촬영 준비에 돌입했다. 이전에도 원작이 있는 작품들에 여럿 출연한 그는 “원작을 읽으면 연기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드러내면서도 “연희는 누가 했어도 매력 있는 캐릭터”라며 겸손을 표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겠다고 하고 캐스팅이 관건인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 연희는 그 자체로도 연희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지 않았다. 연희는 누가했어도 연희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이미 시나리오 상에서 그렇게 완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힘 빼고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있는 것 자체가 연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덜했던 것 같다. 있는 대로만 하자는 마음이었다.”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 영화에서 연희는 중반부에 등장한다. 초장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벌어져 시간이 단숨에 흘러가지만 연희의 등장 이후엔 더욱 더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등장 역시 보는 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연희가 처음부터 나오지 않아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새롭다고 느꼈고. 연희는 영화 인물들의 열쇠가 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덜 부담스럽게 하려고 했었다. 등장도 그렇고 설정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세기 때문에 덜 부담스럽게,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하자’가 우선이었다. 힘주거나 열연할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힘 빼는 게 중요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전사가 그려지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연희는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성의 눈길을 끄는 외모,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살인을 저질렀어도 흔들림과 주저함이 없는 행동 등. 전도연은 연희를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했다.

연희는 미란을 보면서 어렸을 적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온 마음을 내주고 도와주다 반전의 행동을 취한다. 자신의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신분을 세탁하는 시도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속이기까지 한다.

“전사를 감독님이 말로 해주셨다. 연희는 살인이 처음이 아닌 것이다. 연희는 전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보이는 것 자체가 과거나 현재, 미래가 동일한 인물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저는 연희를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했다. 저는 계속 캐릭터에 몰입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연희는 이해를 하는 게 아니라 시늉을 할 수 있지만 진심은 모른다. 연희의 방식이 독특해서 재밌더라. 태영이라는 캐릭터와 연희가 어우러졌기 때문에 더 부가돼서 보이고 상대에 따라서 달라지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1990년 화장품 광고 모델로 데뷔한 뒤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나간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2007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중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4년에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하고 있다. 전도연의 작품엔 영화제가 항상 반응해왔다. 이번 ‘지푸라기’ 역시 개봉 전 제 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제34회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제42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제22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제1회 사우디 홍해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제 연기에 대한 찬사가 부담스럽지만 칭찬이, 칭찬이 아닌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을 수는 있지만 대중들이 거리감만 안 느꼈으면 좋겠다. ‘지푸라기’도 로테르담에 출품된다고 해서 또 ‘전도연 영화’라고 무겁게 느낄까봐 우려를 했었다. 저에 대한 평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대중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지푸라기’는 당초 12일 개봉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개봉이 늦춰졌다. 개봉 전 만난 취재진에 “피한다고 피해지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하니 다른 기자가 저에게 ‘질병관리본부 사람 같다’고 했어요”라며 폭소를 자아내고 국민들의 건강과 영화 흥행을 기원했다.

“이전에 사스, 메르스 등 계속적으로 감염 바이러스를 겪어왔지 않나. 이제는 코로나19인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를 지나서 또 다른 무엇인가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비를 미리 미리해서 계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지나면 괜찮을 거야’하는 게 아니라 계속적으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적절하나,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개봉이 밀리긴 했지만 지금도 계속 답이 없는 상황이다. 대비하는 것과 대비하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다. 사스, 메르스를 겪어오면서 대비책들이 생긴 것인데 그런 것들이 계속적으로 준비가 되면 그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아진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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