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스토브리그' 시즌2 모두가 한마음으로 원해, 다시 만나고파"[인터뷰]
입력 2020. 02.28. 17:35:41
[더셀럽 박수정 기자]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여운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 시즌2 제작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청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 출연배우들도 한 마음 한 뜻이다. 그만큼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스토브리그'에서 프로야구단 드림즈의 운영팀장 이세영을 연기한 배우 박은빈에게도 특별하다. '스토브리그'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은 박은빈은 아역에서부터 이어진 연기 내공을 터트리며, 기존에 없는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박은빈은 "생각 이상으로 잘 돼서 얼떨떨하다"며 "인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실감이 난다. 종영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스토브리그'는 집필한 기간을 포함, SBS에서 방송되기까지 5년 여의 시간이 걸린 작품이다. 공들인 작품에 참여한 박은빈은 "배우로서도 보람찬 작업이었다"라고 전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오신 만큼 폭발력이 잠재되어 있었다. 함축되어 온 그런 결과물들을 공유한 거라 연기자 입장에서도 대본을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 취재를 열심히 하시고, 준비를 오랫동안 성심성의껏 하셨다는 게 매 순간 느껴졌다"

특히 '스토브리그'는 일명 '야알못'(야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에게도 인기 있는 드라마였다. '야알못'이었던 박은빈도 이번 작품을 통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야구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저 역시 야구를 잘 몰랐다. 룰 정도만 알았다. 프런트가 어떤 일을 하는가 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 아니냐. 제가 알지 못했던 세계였기 때문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경기 기록원 출신이라는 설정에 맞게 그 직업부터 책도 읽고 공부도 많이 했다. 작품을 준비할 때쯤 운 좋게도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도 직관할 수 있었다. 준비하면서도 즐거운 경험들을 많이 했다"

극 중 이세영이 국내 여성 최초이자 최연소 프로야구 운영팀장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고된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현실과의 간극이 컸던 만큼, 그 부분을 최대한 노련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현실에서 동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세영이 가진 힘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어린 만큼 유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되뇌면서 연기를 했다. 세영이 운영팀장이 될만한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개연성을 주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박은빈이 주목했던 인물 관계는 단장인 백승수(남궁민)와 이세영의 관계였다. 극 중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 한쪽에게 치우치지 않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존재다.

"처음에는 서로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이세영과 백승수가 충돌했던 건 당연하지 않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어 간다. 세영은 상황 판단력이 빠르고 관찰력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승수의 남다른 점을 가장 빨리 이해하고 가장 빨리 편을 들어주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승수를 향한 무조건적인 존경이 아니다. 승수가 틀리는 순간도 있다고 생각하는 주관이 있는 캐릭터다. 누군가에게 무작정 의지한다기보다는 홀로 설 수 있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도 든든했다"



운영팀장 이세영과 '낙하산' 직원인 한재희(조병규)와의 케미도 좋았다. 직접적으로 두 사람의 '썸'을 그리진 않았지만, '스토브리그' 애청자 중에서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사실 한재희가 세영이를 외사랑 하고 있는 건 맞다. 세영이 그런 한재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다. 애매하더라(웃음). 그래서 저도 애매하게 연기를 했다. 그런 부분에서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알고 철벽을 치는 건지 알 수 없게 표현했다"

박은빈은 '스토브리그' 배우들이 꼽은 명장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바로, 이세영이 연봉 협상 과정에서 단장 백승수의 무릎에 술을 쏟아붓는 포수 서영주(차엽)의 만행을 참지 못하고 "선을 네가 넘었어"라고 소리치며 컵을 던지는 장면이다.

"평소에 그렇게 소리를 지를 일이 거의 없지 않나. 어느 정도까지 소리를 질러야 적절한 지에 대해 제일 먼저 고민했다. "선은 네가 넘었어"라고 소리치기 전에 욕도 한다. 어떤 톤으로 해야 더 효과적일까 고민이 되더라. 여러 버전으로 연습을 했었다. 컵을 어디로, 어떻게 던져야 할 지도 엄청나게 고민했던 장면이다"

그렇다면 박은빈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스토브리그' 명장면, 명대사는 무엇일까. 극 중 백승주가 용병 길창주(이용우)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했던 대사에 많은 공감을 했었다고. "백승수 단장이 망설이는 길창주 선수에게 '아무한테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남아있다면 길창주 씨가 절실한 건지 의심된다. 절실한 길창주 씨의 공을 기대하고 제안한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제 마음에도 돌을 던진 느낌이 들더라. 제가 하는 일도 비슷하지 않나. 누군가는 사랑을 해주기도 하지만 미움을 받기도 하는 처지니까. 그런 고민들과 맞닿아있던 대사라 좋았다"

마지막 회에서는 단장 백승수가 드림즈를 떠나 새로운 스포츠 장르에 도전하게 되는 것을 암시하며 마무리됐다. 열린 결말이었던 만큼 이세영이 드림즈의 새 단장이 됐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세영이가 새 단장이 된 거다 아니다를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았다. 작가님께서 열어 놓고 쓰신 게 아닌가 싶다. 드림즈의 영원한 운영팀장이라고 말했던 만큼 지금의 운영팀장의 자리를 지키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차기 단장 감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기분 좋더라. 세영이는 능력 있는 여자니까, 앞으로 승진한 일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그러면서 박은빈은 "마지막 회에서 승수와 세영이 이야기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때 처음으로 승수가 세영을 향해 웃어준다. 서로의 성장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연기를 할 때도 저절로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엔딩에서 드림즈 선수들이 다 소개될 때는 환호가 절로 나왔다. 정말 멋있더라. 그리고 권경민(오정세)의 소개로 미개척지를 향해 나아가는 백승수의 또 한 번의 엔딩도 참 좋았다. 만족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스토브리그' 시즌2와 관련해서는 "'스토브리그'가 오랜 기간 준비하셨던 작품이었던 만큼 (시즌2가 제작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만큼은 다 함께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모두 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스토브리그'를 완주한 박은빈은 올해 10대, 20대를 거쳐 3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역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데뷔 23년 차가 된 박은빈. 그가 꿈꾸고 있는 배우로서의 미래는 어떨까.

"5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10년 후, 20년 후 뭐할 거냐'라는 질문들을 많이 하지 않냐. 어렸을 때부터 늘 미래를 열어두고 생각했다. 그래서 '20대 후반에는 내가 이런 배우가 되어 있을 거야'라고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어떤 모습일지는 굳이 계획을 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설령 작품이 잘 안되더라도 제가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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