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읽기] 우아한 막장 속 ‘참혹한 모성’, 우아한 모녀 ‘차미연의 복수극’
입력 2020. 03.06. 13:02:59
[더셀럽 한숙인 기자] 모성은 위대하다. 모성은 여러 유형의 사랑 중 신을 제외한 인간의 사랑에서 댓가 없는 유일한 사랑으로 거론되지만 최근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일련의 사건들은 현대사회에서 모성의 재정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가장 진실 된 이타주의로 불리는 모성이 인간의 선천적 본능인지 학습과 세뇌에 의한 천적 본성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진화심리학자 마틴 데일리와 마고 윌슨의 저서 ‘살인’에서 갓난아이를 살해하는 엄마가 소위 원시사회로 불리는 옛날은 물론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수치로 자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적응도’를 언급했는데 엄마의 선택이 번식에 유리한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순결한 이타주의로 여겨지는 모성이 실은 가장 이기적인 조건부 사랑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흔한 막장으로 스쳐지나가 버릴 수 있지만 KBS2 ‘우아한 모녀’는 모성에 내제된 본능적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캐리라는 가면을 쓴 차미연(최명길)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서은하(지수원)에게 복수하기 위해 큰 딸 홍유라를 유괴하고 사라졌다. 세월이 흘러 서은하와 서은하 악행의 공조자이자 남편 한명호(이정훈)를 죽인 구재명(김명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타난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남매 아들 데니 정(이해우)과 딸 제니스(한유진)를 대동하고 등장한 차미연은 제니스가 딸이라는 사실을 감춘 채 제니스를 앞세워 구재명과 서은하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차미연은 처음에는 완전무결한 복수를 위해 제니스가 홍유라라는 사실을 숨기지만 자신이 벌인 복수극의 참혹함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제니스가 진짜 자신의 딸이고 결코 제니스를 뺏길 수 없다며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홍인철(이훈)의 안타까운 울분 앞에서 자신이 벌인 복수극이 얼마나 치졸했는가를 뼈 속 깊이 느끼지만 끝까지 자신이 잔혹함을 서은하 탓으로 돌린다.

홍인철은 “어떻게 복수의 도구로 지 부모 가슴에. 너무 잔인하잖아요. 딸로 키웠으면 복수시키면 안 되죠”라며 차미연의 복수가 납득 가능한 도덕적 허용 범위를 넘어섰음을 각인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해준이 살아있는 줄 알았으면 복수 시작도 안했어요. 이 모든 악연의 시작은 서은하예요”라며 자신의 잔혹한 행위를 부정하고 서은하를 원흉으로 지적한다.

여기서 복수의 논리가 등장한다. ‘살인’에서는 복수에 관해 ‘공포의 균형’ ‘공평한 복수’ 등을 언급해 복수에서 똑 같이 되갚아주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돼왔다고 언급했다.

극 중 차미연의 복수는 공평한 복수의 허용치를 넘어섰다. 이뿐 아니라 그가 뒤늦게 느끼는 죄책감은 복수의 도구로 길러낸 제니스에 대한 감정이 아닌 자신의 친자 구해준(김흥수)이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질 수 있고 그로인해 자신이 친자로부터 비난받고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공포 때문이다.

서은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딸을 찾으려는 이유가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잃어버렸다는 행위에 대한 죄책감 해소의 목적이 커지면서 정작 실체로서 ‘딸 홍유라’는 뒷전으로 밀렸다.

차미연 만큼이나 이기적 모성을 보여주는 서은하 두 명의 날선 대립은 그간 막장과는 차원이 다른 우아해서 더 잔혹한 막장으로 복수의 칼날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향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셀럽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2 ‘우아한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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