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종영] "사람이 중심인 경제" 한국 경제 사회를 내비춘 이야기
입력 2020. 03.06. 13:22:15
[더셀럽 김희서 기자] ‘머니게임’이 어려운 경제 용어와 팽팽한 긴장감을 최종회까지 유지하며 범죄 스릴러와는 격이 다른 몰입도로 금융 스캔들을 박진감이 넘치게 그려냈다. 한국 사회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조망함으로써 과거와 대한민국의 경제 실정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1월 15일 첫 방송된 tvN ‘머니게임’(극본 이영미, 연출 김상호)은 1회 시청률 3.5%로 시작하며 꽤 안정적인 출발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제 관련 상식이 부족한 이들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경제 상황과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대사 때문일까. 3.5%를 시작한 ‘머니게임’은 차츰 하락세를 보이다 시청률 1.9%에 그치며 16부작으로 종영했다.

하지만 ‘머니게임’은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와 관료사회의 이야기를 그린 신선한 소재와 입체감있는 인물들의 서사와 배경, 탄탄한 스토리와 현 사회를 꼬집는 명쾌한 대사, 연출은 충분히 ‘웰 메이드’ 드라마로 평가 받았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진 못했으나 결코 외면 받을만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극 중 오로지 숫자, 돈에 이끌려가는 경제보다 사람이 먼저고, 사람이 만들어가는 경제가 중심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듯이 ‘머니게임’은 단순히 숫자로 매겨지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 드라마이다. 도리어 왜 이런 드라마가 진작에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경제 실황을 꾸밈없이 여실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허재(이성민)가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달게 받고 이혜준(심은경)과 채이헌(고수)은 각자의 자리에서 올곧은 신념을 지킨 채 살아가는 공직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허재는 채병학(정동환) 교수를 살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채이헌(고수)은 기재부에 사표를 낸 채 절을 은신처로 삼았다. 여전히 이혜준(심은경)은 허부총리가 체포되기 전 지시한 ‘정인은행 BIS 원 비율과 조작된 비율, 월별 비교 현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박수종(오륭)은 더 이상 보고서를 작성할 필요없다고 만류하자 이혜준은 “그만두라는 지시를 못 받았다”며 채이헌을 만나러 갔다.

아무런 의욕도 없어보이는 채이헌에 이혜준은 “허부총리가 지시한 보고서 전 끝까지 할 거다. 저희 아버지께서 제가 어렸을 때 은행이 어음을 막아서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열심히 사업했는데 은행이 그렇게 하는 걸 왜 나라에서 내버려두는지 모르겠다. 왜 우리나라 정부는 열심히 사업하려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뒀을까. 그 내버려두는 일을 채국장님도 하고 있다”라며 다시 기재부에 돌아올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걸 포기한 듯 무기력한 채이헌의 태도에 이혜준은 허재를 직접 만나러 갔다. 이혜준은 바하마가 사주했던 정인은행 BIS 비율 조작 사건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허재에게 해결책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던 허재는 흔들림없는 이혜준의 눈빛에서 1998년 IMF 시절 기억을 떠올렸다. 은행부도로 좌절한 시민들 사이에서 눈이 마주쳤던 어린 아이가 이혜준이었음을 깨닫고 죄책감을 느낀 허재는 바하마 코리아 지사장과 BIS 비율 조작 거래 협상을 했던 녹음 파일을 건넸다.

한편 유진한(유태오)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조희봉(조재룡)과 뒷거래를 했던 커넥션을 검찰이 찾아내 바하마에서도 내쫓기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바하마 후계자인 티나는 바하마가 한국 정부를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계획인데 한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진한과 한국 정부의 주요 인사와의 커넥션이 드러나면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음을 설명했다. 이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대가로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비용을 전부 청부할 수 있지만 유진한을 흠모했던 티나는 신분을 세탁해 중국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설득했다.

이혜준에게 남다른 애정이 이 있었던 유진한은 중국으로 떠나기 전 그에게 통화로 작별 인사를 했다. 이혜준은 “저번에 저한테 어느 나라 사람 같냐고 물어봤었죠? 한국 사람이요. 어머니가 돌아오고 싶어 하던 우리나라. 어딘가의 부속품이 아닌 그냥 사람. 얼마든지 따뜻해질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러니까 더 이상 그 속에 숨어 있지 말아요. 한유진 씨”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혜준의 말을 들은 유진한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바하마가 건넨 새 출발할 기회를 과감히 포기했다.

허재는 면회를 온 채이헌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며 담담하게 채병학과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허재는 채병학을 실패한 시장주의자, 우리 경제를 망친 장본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러자 채이헌은 “어떻게 한 사람이 나라 경제를 망치냐”고 반박했다.

이에 하재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니까”라며 채병학이 국내 경제에 끼친 해악을 언급했다. 채이헌은 “그래서 제 아버지를 죽여서 원하는 걸 얻었나. 누굴 희생시키면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부총리는 처음부터 틀렸다. 제 아버질 죽여서가 아니다. 혼자 바꿀 수 있다는 생각. 내가 다아니까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다는 오만. 편법을 쓰고 법을 어겨서라도 기어이 이루고 말겠다는 병적인 집착. 그렇게 해서 바꿀 수 있는 세상은 아니었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면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허재는 채이헌의 말을 곱씹으며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었던 행동을 생각하며 참회의 눈물을 흐렸다.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정인은행 BIS 비율 조작 사건’에 대해 채이헌과 이야기하던 중 이혜준은 “우리가 정말 IMF를 극복했을까. 그것 때문에 파생된 폐해들이 아직도 우리 경제에 널려있는데 아직 다 치우지 못하나 것 같다. 그리고 치울 수 있을까”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채이헌은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을 거다. 하지만 이사무관 같은 사람이 하나, 둘 조직에 들어오면 언젠간 달라질 거다. 감히 저항할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 포용력 있고 당당한사람.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며 격려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고 비가 내리자 이혜준은 “그래도 비가 아니잖아요”라며 웃어보였다. 채이헌은 “그렇죠. 언젠가 봄도 오고 꽃도 피고”라며 대한민국의 따뜻한 앞날이 오길 희망했다.

‘머니게임’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와 관료사회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데에는 단연 배우들의 존재감 또한 빛을 발했다. ‘미생’ 이후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성민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허재로 열연을 펼쳤으며 6년 만에 드라마에 돌아온 심은경은 흔들림 없이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혜준,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고수가 맡은 채이헌은 정말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이상적인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에서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악역 유진한으로 분한 유태오를 재발견 할 수 있었다. 냉정함과 교활함, 강렬함과 섹시함 나아가 순수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확실한 존재감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머니게임’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은 드라마’라는 호평으로 이영미 작가의 입봉작품이라는 것과 김상호 감독의 롱테이크를 활용한 긴장감, 몰입도를 잡은 엔딩장면은 매 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은 결코 한 사람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휘황찬란한 말들로 꾸며진 목표만을 생각한다면 필경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긴다. 경제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머니게임'을 통해 다시금 되새기길 바란다.

'머니게임' 후속작은 배우 유승호, 이세영 등이 출연하는 ‘메모리스트’ 다. 오는 11일 첫 방송된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머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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