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게임' 유태오 "섹시한 빌런?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감사"
- 입력 2020. 03.09. 11:17:49
- [더셀럽 박수정 기자] 배우 유태오가 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 종영 소감과 함께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지난 5일 종영한 '머니게임'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최대의 금융스캔들 속에서 국가적 비극을 막으려는 이들의 숨 가쁜 사투와 첨예한 신념 대립을 그린 드라마다. 유태오는 극 중 외국계 펀드 '바하마'의 한국 담당 유진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하 유태오 일문일답
- 드라마 '머니게임' 종영 소감
드라마 속 ‘유진’에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해외에 있기 때문에 그 사랑들에 대한 실감이 크게 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저 제 SNS에 댓글이 좀 많아진 정도? 차가운 악역인데다가 제가 한국어 대사가 서툴다 보니 저만의 호흡과 디테일을 만들어 내려고 했었어요. 댓글들을 읽다 보면 제가 의도했던 모든 디테일들을 다 센스있게 알아봐 주셨더라고요. 유진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됐다는 생각에 많이 뿌듯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동료 배우들이랑 함께한 만큼, 역시 연기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유진 한’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요?
유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인 ‘자유로움’인 것 같아요. 유진의 자유로움은 솔직히 속안에 있는 상처를 가리려는 ‘표면적인 자유로움’이죠. 유진을 그려낼 때, 상처가 있다는 점을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덕분에 연민을 잘 이끌어 내면서 시청자분들이 유진에게 이입하고 그 사람을 아껴준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도, 작가님이 어머니와 관련한 서사를 잘 표현해 주셔서 그런 대사가 나오면 눈빛 등으로 그 상처를 잘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 다소 생소한 경제&금융 용어를 익숙하게 구사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데, 준비할 때 특별히 도움을 준 것이 있다면?
한국어 스피치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는 대사 내용을 보면서 무한 반복하며 연습 했어요. 선생님께서 단어에 대해 잘 풀어 설명을 해주셨고 단순하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경제 용어가 어렵긴 하지만, 유진에게 득이 되는 사람, 해를 끼치려는 사람 등 캐릭터를 단순하게 연구하고 가르쳐주셔서 어떤 캐릭터와 연기하든 상대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 ‘섹시한 빌런’이나 ‘(사랑에) 미친 놈’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는데, 혹시 예상하셨나요? 이에 대한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현장에서 긴장할 때가 많고, 그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인 기술을 쓰고 있는데 그 특별한 기술을 쓸 때마다 주변에서 그게 좀 섹시하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 기술이라는 게 ‘애니멀 워크’라고 몸을 풀 때 동물을 하나 선택하고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그 동물의 육체성을 몸에 입혀가는 과정이에요. ‘유진’은 ‘실버백 고릴라’라고 생각했고, 긴장이 될 때마다 그 동물의 동작을 한 가지씩 했는데, 그걸 섹시하다고 말해주셨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좋긴 좋더라고요.
- 기억하는 ‘유진 한’의 별명이나 시청자 댓글이 있다면?
별명 중에서는 ‘인간 월가’라는 있었는데, 재밌는 것 같아요. 댓글 중에서는 “유진한이 쓰레기면 나는 쓰레기통이 되고 싶다, 유진한이 쓰레기면 나는 쓰레기통에서 살고 싶다”라는 댓글 덕에 많이 웃었어요.
- 유진한의 영어 대사에 푹 빠졌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한국어-영어를 동시에 쓰면서 연기하는 것 힘들지 않았나요?
동시 두 언어를 사용하는 건 역시 어려웠어요. 2-3개국어를 할 수 있어도 각각 언어마다 느낌과 뉘앙스가 다르잖아요. 쓰는 사람의 성격도 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유진한의 느낌은 한국어를 쓸 때나, 영어를 쓸 때나 같은 성격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것에 집중어요. 그 부분이 어려웠죠.
- 이성민-고수-심은경, 섀넌-티나 등 다양한 캐릭터와 연기를 펼쳤는데, 유태오가 생각하는 ‘유진한과 가장 케미가 좋은 캐릭터’는?
혜준이랑 화면으로 봤을 때 가장 케미가 좋았어요. 저도 놀랄 만큼 생각보다 ‘케미가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내가 연기하는 유진한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이혜준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는 점이 화면을 통해 잘 전달될 지 의문이었는데,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연기를 심은경씨가 잘 받아주는게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배우분들과도 현장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았고, 선배님들께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 휘몰아치는 금융 위기 속에서 '갑분로(갑자기 분위기 로맨스)'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이 오히려 인기 요소로 자리잡았는데요. 무거운 극-묘한 로맨스 어떻게 조절하며 연기했나요?
감으로 했는데, 진짜 묘했잖아요. 사랑의 종류 중에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게 형제자매, 엄마, 아빠 등 가족에 대한 사랑이고, 각각 모두 다른 사랑이잖아요. 그렇게 배우는 사랑을 사회에서 파트너를 만나 또다른 사랑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돈’에만 집착하던 남자가 갑자기 어떤 ‘여성’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게 말이 안되지만 혜준을 보면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감정선을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그걸 이혜준을 봤을 때 엄마를 떠올렸기 때문에, 엄마에게 느꼈던 사랑을 이혜준에게 표현하기로 했어요. 두 사람의 묘한 로맨스를 긍정적으로 잘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 드라마 머니게임과 '유진한'이 본인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 같으세요?
주관적으로 봤을 땐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에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인 것 같아요. 중간에 영화 등 다른 작품까지 해내야 했거든요. 캐릭터를 넘나들며 모두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느꼈고요. 이 과정에서 느낀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었고, 주변사람에게도 조금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첫 경험이라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객관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던 소중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유진한은 절 육체적으로 힘들게 했던 캐릭터예요. 도덕심이나 윤리성이 제일 안어울리는 사람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유진’같은 사람을 정말 별로 안좋아하는데 연기를 잘 해내려면 그 캐릭터를 사랑해야 하잖아요. 너무 나쁜 사람인데 ‘이 사람을 또 감싸줘야 하는구나.’라는 감정이 드는거죠. 예를 들어, 내가 싫어하는 얄미운 동생인데 한숨 쉬면서 ‘그래 너도 사람이고.. 너도 왜 그러는지 내가 한 번 이해하고 사랑해줄게.’ 하는 마음. 완전히 다른 류의 사람이라 내면적으로 극복해야 하는게 힘든 부분이었다.
- 아스달연대기, 배가본드, 초콜릿, 영화 버티고를 통해 쉴새없이 시청자 &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앞으로 예정된 작품도 많고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이나 장르가 있을까요?
장르는 세가지, 역할은 한가지가 있어요. 장르로 치면, 퓨전사극, 로코, 멜로. 지금까지 했던 역동적이고 어두운 배역보다 제 감수성에 더 잘 맞는 장르예요.
기존에 방송됐던 드라마 중에 어떤 캐릭터가 제일 하고 싶었는지 고민해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그동안 안해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미래를 바라보면서 로보트나 AI를 해보고 싶어요. 로코나 멜로로. 어떤 한 사람을 위해서 로봇이 말과 행동을 하는데 이게 프로그래밍된 건지 진심인 건지 의문이 생기는 이야기.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블랙미러 시즌2 에피소드1를 인상깊게 봐서, 이걸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동양적인 정서도 많이 가지고 있고. 한 번 보시길 추천할게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목표
저는 배우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내 일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잘 해내는 것이 목표에요.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제 연기에서 표현하려고 한 부분을 잘 읽어내 주시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다양한 작품을 앞두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머니게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