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키워드] ‘아무도 모른다’ 안지호, 왜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읽었나
- 입력 2020. 03.16. 12:01:32
- [더셀럽 최서율 기자] ‘아무도 모른다’에서 비밀을 숨긴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대면 중인 안지호는 김서형의 집에서 찾은 소설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책 ‘자기 앞의 생’을 언제나 품에 지니고 다닌다. 그는 왜 책장에서 ‘자기 앞의 생’을 꺼내 들었을까.
SBS 월화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가정 폭력이라는 아픔을 지닌 고은호(안지호)가 자신에게 관심 없는 엄마(장영남)와 뜻대로만 풀리지 않는 친구 관계 사이에서 고민하며 세상과 부딪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은호의 속마음은 그 나이대의 중학생들이 세상에 방어적으로 구는 것과 같이 그 속을 잘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러나 고은호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자 롤모델인 차영진(김서형)의 집에서 찾은 후 늘상 가지고 다니는 ‘자기 앞의 생’ 줄거리를 짚다 보면 그의 심리와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고은호는 경찰 일로 바쁜 차영진의 집을 대신 관리하던 중 책장에서 ‘자기 앞의 생’을 발견하고는 이끌리듯 손을 뻗는다. 이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 자체에서 풍기는 무게감이 고은호의 마음과 맞아떨어졌기에 그렇다.
‘자기 앞의 생’에는 고은호와 비슷한 또래의 주인공 모모가 등장한다. 모모에게는 그를 돌봐 주는 로자 아줌마와 가끔 말동무가 되는 하밀 할아버지가 있다. 그러나 모모는 자신의 삶은 결국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야 함을 아는 인물이다. 고은호의 곁에도 자신에게 무관심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있고 친절한 차영진이 있다. 그러나 그도 언젠가는 모모처럼 혼자서 나아가야 함을 직감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의 롤모델은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는 차영진이다.
고은호는 책장을 펼치자마자 이런 문구를 읽게 된다.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이 문장은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다. 모모는 왜 자신이 몰라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인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어린 고은호 역시 자신이 존재하지만 여러 아저씨들을 남자 친구로 사귀는 엄마와 파란 방에서 혼자 성흔 연쇄 살인 사건의 흔적을 좇는 차영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고은호는 주인공 모모를 자신의 거울로 여기게 됐을 것이다.
SBS ‘아무도 모른다’ 1회, 3회.
이후 고은호는 ‘자기 앞의 생’을 줄곧 가방에 넣고 다니며 학교에서도 틈틈이 읽는다. ‘자기 앞의 생’의 모모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아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낳은 사생아들이 모인 집에서 살아간다. 모모는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사람이 사랑 없이 사는 일’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관심한 엄마 대신 고은호는 차영진에게 사랑에 대한 질문을 종종 던진다. 그는 호텔 투신 사건이 일어나기 전 차영진에게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피력하기 위해 노력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행동으로 보여 주길 바란다. 고은호는 차영진이 자신에게 베푸는 사랑을 보며 주인공 모모처럼 어떻게든 사랑이라는 말을 깨닫는 사람이 되기를, 더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고은호의 마음속 절규에 응답하듯 차영진은 3회에서 고은호의 엄마와 담임인 이선우(류덕환)도 눈치채지 못했던 진실을 대신 찾겠다고 선포한다. 차영진은 고은호의 엄마에게 “그 사람들 틀렸다는 거 내가 보여 주겠다”라며 고은호가 절대 투신 자살을 시도할 아이가 아님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는 고은호가 읽었던 ‘자기 앞의 생’ 속 줄거리와는 조금 다르다. 모모의 곁에는 그를 도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고은호의 곁에는 차영진이 존재한다. ‘결국 혼자’라는 생각으로 호텔 옥상까지 올라갔던 고은호지만 차영진의 도움으로 인해 ‘자기 앞의 생’ 모모보다는 조금 더 행복한 방식으로 사랑과 세상의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고은호가 숨기려 했던 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마리가 차영진의 수사로 인해 조금씩 잡히는 중인 ‘아무도 모른다’는 5회를 앞두고 있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아무도 모른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