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VIEW] 이태원 클라쓰→메모리스트, 웹툰 원작 드라마 흥망의 척도
- 입력 2020. 03.20. 15:40:07
- [더셀럽 최서율 기자]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는 제작 단계부터 쏟아진 높은 화제성과 달리 첫 방송이 시작된 후 이미 공개된 스토리와 작품에 관한 선구축된 기대치로 인해 역풍을 맞는 경우가 다반사다. 원작을 뛰어넘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선례를 남긴 ‘미생’ 이후 무수히 많은 웹툰 원작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지만 시청자들의 평가는 냉혹하기만 하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웹툰 특유의 신선한 스토리와 참신한 캐릭터다. 최근 방영 중인 JTBC ‘이태원 클라쓰’나 tvN ‘메모리스트’는 이 요건을 충족해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원작보다 더 참혹하다는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던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웹툰의 잔혹함을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게 담아내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
웹툰은 특성상 과장된 표현이 필수지만 이를 놓치면 웹툰 원작만의 매력이 반감(半減)한다. 그렇다고 과장을 그대로 재현하면 정서적 반감(反感)을 사게 될 수도 있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줄줄이 탄생하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부터다. ‘미생’은 원작 캐릭터들과 똑같은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을 캐스팅해 원작을 잘 이해했다는 평을 들으며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작년 방영된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드라마 속에 웹툰 이미지를 그대로 넣거나 배우의 모습을 2차원으로 바꾸는 기발한 표현법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전의 경우들과 비슷했다. ‘밤톨 컷’이라 명명되는 박새로이의 헤어를 그대로 살린 박서준의 모습과 김다미, 유재명 등의 빈틈없는 연기력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더해 웹툰 원작자 조광진 작가가 직접 드라마 대본에 참여해 웹툰보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형성했다.
‘메모리스트’의 경우 형사 동백(유승호)의 기억 스캔 장면을 어색하지 않게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드라마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포인트였다. 웹툰 속 동백의 기억 스캔은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표현돼 이미 지나가 버린 기억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 드라마 속 동백의 기억 스캔 장면은 포커스가 나간 듯 흐리고 흔들리는 모습으로 표현돼 ‘타인의 기억’이라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tvN ‘치즈인더트랩’, OCN ‘타인은 지옥이다’ 스틸 컷.
원작의 높은 기대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잃은 웹툰 원작 드라마로는 2016년 방송된 tvN ‘치즈인더트랩’을 꼽을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주연 배우 김고은이 원작의 홍설 역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맞지 않다는 점과 갈수록 빈약해지는 스토리 전개로 실망을 안겼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은 웹툰의 재미를 어떻게 드라마적으로 잘 변형해 옮기는가에 달렸다. 텍스트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스토리의 대략적인 부분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영상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므로 웹툰의 탄탄하고도 복잡한 스토리를 전개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이미지로 볼 때는 선명한 인물의 스타일, 초능력, 이색적인 배경 등의 요소들이 실물로 보여질 때는 부자연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웹툰과 데칼코마니 같은 이미지를 만들라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라는 매체에 맞게끔 재탄생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웹툰 원작 드라마 성공의 향방은 원작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드라마화에 도전하는지의 문제다. 시청자들도 웹툰과 드라마가 완벽히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방패로 삼고 연구와 고민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KBS ‘어서와’, OCN ‘루갈’, SBS ‘편의점 샛별이’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앞으로도 방송될 예정이다. 이 드라마들이 치열한 연구를 통해 웹툰 원작의 인지도를 발판 삼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