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2’ 박인제 감독, 좀비물 특성 살리고 한국美 강조하고 [인터뷰]
입력 2020. 04.01. 18:00:41
[더셀럽 김지영 기자]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쌓아 올린 ‘킹덤’이라는 성을 박인제 감독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첫 시즌부터 호평을 받아 부담감이 상당했을 터지만 박인제 감독은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바꾸고 시청자들에겐 시즌3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지난해 초 김성훈 감독의 연출 하에 6부작으로 첫 시즌이 공개됐다. 시즌2에서는 김성훈 감독이 첫 회의 연출과 전체 검수를 맡고 2회부터 6회까지는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첫 시즌에서 김성훈 감독이 한옥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미를 강조했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무엇보다도 역동적인 연출이 눈에 띄었다. 첫 시즌보다 생사역에게 쫓기고 이를 막아야 하는 이창(주지훈)을 비롯한 일행들의 전투가 짙게 그려지다 보니 생동감이 느껴지고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더불어 한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로 시작되는 게 아닌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김성훈 감독과 박인제 감독의 연출이 보는 이들에게 거슬리지 않게끔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했고, 좀비라는 장르의 특성상 마니아층이 상당하기에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했다.

“좀비물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제가 연출을 맡으면서 좀비 팬들의 욕구와 욕망을 해소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에 좀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것을 더 하면 좋을텐데’했던 것들을 ‘킹덤2’에 넣었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제작을 했다. 김성훈 감독님의 바통을 이어받아서 시즌2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 수가 없다. 혹여나 잘 만들어놓은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노력을 했었다. 시즌1에서 만들어놓은 세계관을 이어가려고 했던 게 첫 번째 임무였다.”

박인제 감독이 아이디어를 낸 부분은 시즌2의 2화 말미의 관전 포인트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꼽는 안현대감(허준호)의 조학주(류승룡) 공격 장면은 박인제 감독의 상상력으로 탄생했다. 간결하게 적혀있었던 대본에서 더 과장되고 잔인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더불어 이는 좀비물이라는 특성화된 장르에서 좀비를 어떻게 죽이고 어떤 형태로 보여줄 것인가의 획일화된 정형성을 깨트린 새로운 시도다.

“극 중에서 모두가 존경하는 안현대감의 퇴장은 시청자가 다음 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시나리오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글로는 ‘목덜미를 물고’라고 되어 있던 것을 임팩트를 더 주고 싶었다. 그래서 뺨을 물더라도 잔혹하고 징그럽게 문다고 해야 하나. 피도 좀 보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디테일이 필요했다. 특수분장으로 살점이 보이는 질감이 생동감 있다고 느껴져서 여러 테스트를 걸쳐 탄생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소재로 사용된 좀비물인 ‘킹덤’이 해외에서 더욱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이유는 한국적 미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었다. 기존의 작품들에선 볼 수 없었던 한국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외국인들에겐 생소하고 새롭게 느껴졌고 더 나아가 갓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시즌1에서 김성훈 감독은 조선시대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부감 연출을 주로 사용하였고 이번 시즌에서는 한국적 색채를 담은 한옥의 대칭 구조, 한복의 선명한 색감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박인제 감독은 퓨전보단 정통을 택해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킹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퓨전 스타일의 미술이 아니라 고증에 맞춰서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배경 안에서 좀비라는 장르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런 부담감은 있었다. 사극이라는 장르를 처음 도전해보는 것이고 자칫 어떤 면에서든 퓨전이 느껴지는 것이 스스로도 싫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에 국사 공부하듯 찾아보고 연출부에서 주는 자료를 보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쳤다.”

6회의 말미 원자(김강훈)이 즉위식을 거행하는 곳이 종묘다. 평소 좋아하던 공간이었던 종묘를 드라마에 담고 싶었고 최대한 한국적 색채가 카메라에 담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무영(김상호)이 숨을 거두는 곳은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이다. 박인제 감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 이름이 인제지 않나. 그래서 강원도 인제”라고 말하며 웃었다.

“종묘를 보여주고 싶어서 담아봤다. 그게 제대로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단한 건축물이기 때문에 카메라 렌즈로 담아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무영이 대본상에선 얼어붙은 강가에서 죽는다. 그런데 촬영 시기상 겨울에 촬영할 수 없었고 아름다운 감정이 묻어나는 공간이어야 해서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 숲을 선택했다. 실제 궁궐에서 촬영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럴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실제와 근접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이창이 한양으로 들어가면서 삼베 옷을 입고 결심한 채 들어선다. 자신의 일행들 또한 삼베옷으로 사망한 왕의 넋을 기린다. 이후 궁궐 내에서 생사역들과 거친 싸움을 이어가면서 삼베옷이 피로 물들고 이창의 옷은 점점 빨간 곤룡포가 되어간다.

“의상 미술에서 딜레마가 있었다. 왕이 죽었기 때문에 삼베를 일정 기간 입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한양에 들어가고 궁에 들어가는 순간, 같은 톤의 옷을 입고 바닥도 모노톤의 화강암 질감이라 보는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았다. 한복의 아름다운 색감을 보여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재밌게 보여줄 수 있을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다 좀비들의 피가 흰옷에 묻게 되면서 발생하는 대비차, 빨간색과 모노톤의 차이를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물리치고 왕이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피로 물든 빨간 삼베옷이 곤룡포처럼 보이게 되는 것은 스태프들끼리도 얘기했던 부분이다.”

6회의 말미 시즌3를 예고하는 장면에서 이전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듯 두근거리는 사운드가 귓가를 맴돈다. 이 역시 박인제 감독의 색다른 시도이자 도전이었다.

“개인적으로 시즌1을 재밌게 본 이유 중 하나가 통쾌함이었다.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엔딩에 다른 질감의 음악이 나오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싶었다. ‘하나의 왕족, 킹덤이 끝났고 새로운 왕족이 시작할거야’라고 암시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 헤비메탈의 느낌이 있었으면 했다. 듣는 것만으로 흥분시키는 것들, 어두운 악의 기운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달파란 음악 감독에게 이야기했다. 의도한 것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이해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전과 다르니까. 만일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다면 더 실망했을 것 같다.(웃음)”



박인제 감독은 시즌2의 2회부터 6회까지 연출을 담당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 것보다 아쉬움이 짙었다. 더불어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엄마가 좋나, 아빠가 좋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며 모든 캐릭터에 애착을 드러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말한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앞으로 세, 네 개를 찍으면 생기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심지어 아직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분도 있고 재밌게 보는 부분도 있다. 여러 가지로 도전해보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부끄럽고 부족하다. ‘왜 내가 이렇게 했지’하는 게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원테이크 액션 장면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좋아하는 캐릭터 한 명을 꼽기보다는 좀비 역을 해줬던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한겨울에 홑겹의 옷을 입고 맨발로 뛰어야 하고 렌즈도 껴서 눈앞이 안 보이고 피도 입에 머금어야 한다. 분장 시간도 길어서 새벽에 나와서 미리 분장을 받아야 하고. 또 좀비가 땀이 나면 안 되지 않나. 땀이 나면 닦고 지워진 분장을 다시 하고. 그분들이 ‘킹덤’의 반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로서는 그분들이 최애다.”

시즌3를 기대케 하며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 ‘킹덤2’지만 아직 시즌3의 제작이 확정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욱 뜨겁게 반응하고 있으나 시즌3를 만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박인제 감독은 다음 시즌에서 자신이 연출을 맡을지,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을지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며 신중하게 답변을 내놓으며 다음 시즌을 기대했다.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우리 인생이지 않나. 시즌3에 들어간다고 예상하는 것도 그렇다. 시즌2를 제안받았을 때도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3를 생각해보는 것은 섣부르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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