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VIEW] ‘부부의 세계’, 흔한 불륜 소재를 웰메이드로 재탄생시키는 법
- 입력 2020. 04.13. 18:03:3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드라마 ‘부부의 세계’ 질주가 심상치 않다. 첫 회부터 높은 시청률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더니 6회 만에 JTBC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극적인 소재가 넘쳐나는 작품들 속에서 ‘부부의 세계’는 흔한 소재인 불륜으로 어떻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는 첫 회부터 휘몰아친다. 주인공 지선우(김희애)는 남편 이태오(박해준)가 착용했던 머플러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긴 머리카락을 발견하면서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다. 이태오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여성이 외도 대상으로 의심됐으나 1회의 말미 내연녀는 지선우의 예상 밖이었던 여다경(한소희)로 드러난다.
‘부부의 세계’는 대부분의 구성을 원작 그대로 옮겨왔다. 여자 주인공인 지선우(김희애)가 연고가 없는 고산으로 내려와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라는 것, 반면에 남편인 이태오(박해준)는 지선우의 능력에 못 미치며 자신보다 한참 어린 내연녀 여다경(한소희)를 만나는 것, 극 중에서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원작과 동일하다. 이외에 한국보다 성(性)적으로 개방된 영국에서만 허용될 수 있는 대사들은 제하고 국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케 하는 요소들로 대체했다. 특히 ‘닥터 포스터’의 시즌1이 5부작인 것을 감안해 ‘부부의 세계’도 1회부터 6회까지는 원작의 시즌1 내용을, 이후의 회차에서는 시즌2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덕택에 ‘부부의 세계’가 이전 국내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급진적인 전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불륜을 소재로 한 여타 다른 작품들에서는 내연관계가 뒤늦게 밝혀지거나 불륜관계의 이들이 각자의 가족들에겐 한참 뒤 밝히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전개다. 특히나 이태오의 외도를 1회 말미 휴대폰으로 직접 보게 되는 것과 이로 인해 이태오의 주변 모든 인물이 지선우를 수 개월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이 초반부터 등장하면서 단번에 시청자를 몰입케 한다. 더 나아가 “두 여자를 사랑해”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등의 대사로 시청자의 뒷목을 잡게 하는 이태오, 아들의 외도를 바쁜 며느리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 이태오와 지선우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설명숙(채국희), 아빠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아빠의 편을 드는 아들 준영(전진서) 등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로 더욱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1회부터 6회까지 19금 편성을 시도해 그간 불륜 드라마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남편의 외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지선우의 신경이 예민해져 가는 과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단순히 눈요기의 19금 장면이 아닌, 부도덕한 불륜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남편의 외도로 지선우가 한없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시청자는 더욱 지선우에 자신을 이입해 드라마를 시청하고 이후 능동적인 지선우의 행동들로 통쾌함을 느낀다.
‘부부의 세계’가 높은 몰입감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엔 빠른 전개와 이를 받쳐주는 연출뿐만이 아니다. 지선우로 분하는 김희애는 이태오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있을 때의 감정,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아닌 척하는 순간, 자신을 위협하는 주변 인물들에게 절대 가진 패를 모두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 믿고 의지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마지막 순간을 위해 절제하는 감정 등을 눈빛과 분위기, 대사 톤의 높낮이 등으로 표현한다. 내면과 외면 모두 강인한 지선우의 특성을 더없이 훌륭하게 그려냈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작가와 감독이 완성해놓은 드라마의 틀에서 김희애의 연기력이 더해져 더욱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배우와 연출, 작가의 완벽한 삼각형 구도가 이뤄지니 단순히 막장 드라마, 저질 불륜 드라마로 한 데 묶일 수 있었던 것에서 벗어나 ‘부부의 세계’만의 범주가 새로이 탄생한 것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부부의 세계’가 단순히 막장 드라마, 불륜 드라마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부부의 세계’가 막장 드라마 같은 소재인 불륜을 가지고 왔지만, 막장은 아니”라며 “일반적인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유는 주인공이 겪는 상황에서의 심리가 충분히 공감될 만큼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부의 세계’에 대해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지만 드라마를 보고 극 중 인물들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라며 막장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부부의 세계’가 웰메이드로 시청자에게 지금껏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엔 제목의 의미에서부터 다가갔다. 그는 “제목이 그냥 지어진 게 아니다. ‘동물의 세계’ ‘미생물의 세계’ ‘식물의 세계’처럼 그런 접근방식을 다룬 드라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부부라는 틀은 완전해 보이는 하나의 물체라고 본다면, 그냥 보기에는 완전해 보이지만 실체를 낱낱이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게 많다.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크고 부서질 수 있는 관계라는 것에 불륜이라는 코드를 집어넣음으로써 극대화하고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덕현 평론가는 “매회 나오는 양상들이 자극적이고 대결 구도가 선명해 치고받고 하는 난타전들이 이어지지만 어떤 면에서는 관계의 화학 작용 안에서 벌어지는 양상처럼 보인다”며 “그걸 막장으로 갈 수도 있고 좋은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이는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디테일하게 소재를 다뤘는가’ ‘인물의 심리가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가’ ‘연출적으로 표현되고 있는가’ ‘연기는 잘 받쳐주고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부부의 세계’는 소재를 다루는 방향성과 그 소재를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는 솜씨들에 의해서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불륜 소재 드라마에서 머뭇거렸던 지점들을 ‘부부의 세계’는 과감하게 뛰어넘는 접근들을 보여주고 있다”며 “기존의 19금 드라마에서는 보편적으로 지상파 방송국의 기준에 맞춰져 왔고, 이를 따라야 시청률이 나온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으나 ‘부부의 세계’는 이것을 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덕현 평론가는 “‘부부의 세계’가 시청률 18%를 넘으면서 19금 드라마임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 16부작인 ‘부부의 세계’는 오는 17일 방송부터 2막을 예고했다. 지난 방송들과 달리 15세 편성으로 이전과 같은 뜨거운 반응을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부부의 세계’가 마지막 순간까지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JTBC '부부의 세계'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