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셀럽 PICK] 이유미·박훈·김종태·주석태, 사이코틱 캐릭터 빅매치
입력 2020. 04.17. 16:06:52

왼쪽부터. ‘365’ 이유미(김세린), ‘아무도 모른다’ 박훈(백상호), ‘부부의 세계’ 김종태(하동식), ‘그 남자의 기억법’ 주석태(스토커).

[더셀럽 최서율 기자] 최근 화제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스릴러다. 회를 거듭할수록 직, 간접적으로 배가되는 공포는 보는 이들의 심장 박동 수를 높여 다음을 기다리게 한다.

SBS ‘아무도 모른다’를 필두로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하 ‘365’)은 쫄깃한 범죄 스릴러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이뿐 아니라 불륜을 소재로 한 JTBC ‘부부의 세계’도 범죄물 못지않게 스릴러를 가미해 갈등의 밀도를 높였다. 전형적 멜로에 그칠 수 있었던 MBC ‘그 남자의 기억법’ 역시 보이지 않는 스토커로 인한 공포감을 고조시켜 멜로와 스릴러를 합한 복합 장르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이 드라마들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정신 병력이 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스릴러의 생동감을 높였다. 사이코틱(Psychotic)한 내면 세계를 가진 인물의 등장은 드라마 서사 속 서스펜스를 더욱 고조시킨다.

극의 흐름에 활기를 더하면서도 캐릭터 자체의 신선함까지 두루 잡은 이유미, 박훈, 김종태, 주석태의 사이코틱 반전 캐릭터는 주인공을 위기에 몰아넣으면서 스릴러의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다.

◆ 뮌하우젠 증후군, ‘365’ 이유미

‘365’에서 이유미는 뮌하우젠 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세린 역으로 등장한다.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은 타인의 사랑과 관심,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고 부풀려서 얘기하는 행동을 일컫는 용어로 일종의 허언증이다.

극 중 김세린은 지형주(이준혁)와 신가현(남지현)에게 남자 친구 최영웅(이태빈)과 자신을 둘러싼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두 사람이 쉽게 사건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도록 이끈다. 거짓말을 통해 배정태(양동근)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했던 그는 “나 미치는 꼴 보기 싫으면 빨리 전화해. 배정태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전화해”라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형주와 가현을 협박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배신감에 찬 신가현이 경악하며 배정태 이야기에 대해 따지자 김세린은 급작스럽게 돌변해 “언니도, 경찰도 다 내 연기에 속은 거야”라며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하게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상냥하고 착한 이미지’라는 가면을 벗은 김세린 역의 이유미는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반전 인물의 면모를 실남나게 표현하며 리셋 초대자 이신(김지수)에 버금가는 ‘악녀’ 캐릭터를 완성한다.

◆ 괴물이 된 살인마, ‘아무도 모른다’ 박훈

밀레니엄 호텔의 주인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와 극악무도 살인마라는 뒷면을 동시에 가진 ‘아무도 모른다’의 백상호를 연기한 박훈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백상호의 내면까지 세밀하게 연기한다.

어린 시절, 죽을 위기에 처했던 상황에서 가까스로 권재천(전무송)과 서상원(강신일)의 손에 구출됐던 백상호는 이후 ‘신생명의 복음’을 외우고 신생명 교회라는 단체의 명령에 따라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전락해 갖은 폭력을 감내하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결국 백상호는 신생명 교회라는 틀 안에서 차영진(김서형)의 친구 최수정(김시은)을 살해하며 성흔 8차 살인 사건의 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다. 모든 구원을 이룬 후 용서만 저분께 구하면 돼”라며 죄책감 없는 속마음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고은호(안지호) 추락 사건의 장본인이면서도 고은호를 위해 VIP실 병실을 제공하고 성흔 8차 살인 사건 때부터 계속 차영진의 삶을 구경하듯 감시했던 백상호의 사이코패스적인 캐릭터는 박훈의 연기로 더욱 힘을 얻는다. 잔혹성을 숨기기 위해 더 과장되게 위트 있는 행동과 말투를 반복하는 박훈의 연기는 백상호의 이중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을 괴물로 만든 백상호는 과장되게 고양된 자아의식으로 주위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지만 순간순간 학대당했던 과거로 인해 불안 장애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상황을 더욱 섬뜩하게 환기시킨다.

◆ 고산시 조커, ‘부부의 세계’ 김종태

사소한 병증으로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와 진료를 신청하는 ‘부부의 세계’ 하동식 역의 김종태는 극 중 지선우(김희애)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은 정신 이상자 캐릭터를 영화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의 주인공 아서 플렉과 흡사하게 연기하며 리얼함을 더한다.

하동식의 겉모습은 이미 영화 속 아서 플렉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 이마 쪽이 듬성한 머리 스타일부터 베이지색의 남루한 야상 점퍼를 걸친 모습은 어딘가 불안하고 부족한 듯한 심리 상태를 지닌 캐릭터의 상태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의사이기 때문에 그에게 친절을 베푼 지선우를 향해 하동식은 “솔직하게 말해 봐라. 남편 죽이고 싶지 않나. 그냥 이혼하는 건 재미없다. 확실하게 복수해야지. 나한테 말만 해라. 도와줄 수 있다”며 본성을 드러낸다.

이에 지선우는 “도움 고맙지만 더 이상의 관심은 사양한다. 제 가정사는 제가 알아서 한다. 호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선을 지키려는 것뿐이다”라고 답한다. 지선우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폭발한 하동식은 “왜 사람 호의를 이렇게 무시하지? 왜 나를 무시하나. 이건 두 사람의 일이잖아. 당신 하고 나, 우리 두 사람의 문제라고”라며 폭력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호의’, ‘관심’ 등 자신이 타인이 ‘베풀어 주었다’고 생각한 감정을 거절당했을 때 폭군으로 변하는 하동식을 연기한 김종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두운 내면 가진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인다.

◆ 상황 속에 갇힌 스토커, ‘그 남자의 기억법’ 주석태

여하진(문가영)의 주변을 맴도는 ‘그 남자의 기억법’ 스토커 역의 주석태는 과거 정서연(이주빈)을 죽였을 때의 기억과 상황 속에 갇힌 범인의 얼굴을 연기해 분노를 넘은 공포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

이정훈(김동욱)이 여하진의 일에 대해 묻자 스토커는 “아, 여하진 쫓아다니던 놈? 나는 모른다. 그냥 몇 번 편지 주고받은 게 다인데”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발뺌한다. 그러나 곧 본색을 드러내 “서연이한테 안 미안하냐. 넌 서연이를 죽이고 서연이 친구와 둘이서 뭐 하고 있는 거냐. 불쌍한 서연이”라며 자신의 과거에 저지른 살인 행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의 말을 내뱉는다.

주석태는 남들과 다른 세상 속에 갇힌 채 상황 판단보다는 남 탓만을 반복하는 스토커의 모습을 장난스러운 말투와 상대방을 깔보는 듯한 눈빛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한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BC ‘365’ ‘그 남자의 기억법’, SBS ‘아무도 모른다’, JTBC ‘부부의 세계’ 스틸 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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