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이라 가능했던 '아무도 모른다' 백상호役 결 다른 악역[인터뷰]
입력 2020. 04.22. 11:10:00
[더셀럽 신아람 기자] 악역도 악역 나름이다. 악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악랄하고 비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박훈은 기존 작품들에서 흔히 그려졌던 악역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결이 다른 악역을 선보였다.

오랜 기간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박훈은 지난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로 브라운관에 데뷔해 '투깝스'(MBC)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tvN) '해치'(SBS)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또 영화 '검사외전' '골든슬럼버' 등을 통해 스크린까지 넘나들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그의 연기 내공이 '아무도 모른다'에서 빛을 발했다.

SBS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경계에 선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 극 중 박훈은 한생명 재단 이사장이자 밀레니엄 호텔 대표 백상호로 분했다. 박훈은 백상호를 통해 인물의 다양한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은 물론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시기적으로 엄중할 때 방송이 된 드라마라서 개인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기대보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아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앞서 박훈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도 악역 차형석을 연기했다. 잇단 악역 캐릭터 연기에 배우는 부담감을, 시청자는 식상함을 안길 수 있다. 하지만 역할마다 맡은 바 그 이상을 해내며 전작의 이미지를 말끔히 잊게 하는 배우 박훈이다. 그는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전작과는 또 결이 다른 악역을 선보여 '인생캐'를 경신했다. 그는 백상호를 탄생시킨 것은 바로 스태프들이라며 그들에게 공을 돌렸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백상호를 전형적인 악역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치밀한 대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매번 촬영을 갈 때마다 (대본을) 해석하고 확장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백상호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스태프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백상호 연기에 동물적인 느낌을 많이 넣고 싶었다. 사실 화면에서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면 찍기가 힘든데 (스태프들) 싫은 내색 없이 오히려 기회의 장을 많이 열어주셨다. 결국 백상호를 완성해 주신 건 스태프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모른다'는 아이와 어른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좋은 어른'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여기에 성흔 연쇄살인과 소년 고은호(안지호) 추락을 그물처럼 엮어내 긴장감과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른들의 외면 속 현실에 버려진 아이들, 특정 종교, 사회적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시국 드라마'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박훈은 그저 시기가 맞물렸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종교, 사회 비판 드라마가 아니라 관계를 통한 어른 역할에 대해 묻는 드라마다. 그런 사회적 시기가 공교롭게 맞아떨어진 부분들이 있다.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경계선, '나는 좋은 어른인가, 어떤 어른인가'라는 질문에 충족하며 좋은 결말을 그렸다고 생각한다"

초지일관 스태프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며 겸손함으로 답하던 그는 함께 호흡했던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전했다.

"김서형, 류덕환 등 모든 배우분들과 같이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감사했다. 함께 한 자체가 영광이었다. 특히 극 중 밀레니엄 호텔 악행 무리였던 박민정, 태원석, 신재휘한테 감사하다. 이 세 사람과의 극 중 관계가 현장에서 만나 바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촬영 전 미리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리딩연습을 해보자했는데 너무 흔쾌히 수락해줬다. 그 과정을 통해 모든 캐릭터가 다 잘 보이고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극 중 백상호 조력자이자 밀레니엄 호텔의 총지배인 배선아 역을 연기한 박민정은 실제 박훈 아내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 박훈은 관계를 떠나 배우로서 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연기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배우 박민정과 박훈일뿐이다. 또 연극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많이 맞춰봤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 서로의 연기를 잘 알아봐 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은 복이지만 우리 관계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이 방해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작품을 보시고 부수적인 재미로 느끼시는 것 같더라. 만약 연기에 방해가 된다면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배우 박훈에게는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단순히 인지도를 높이고 연기적 호평이 아닌 연기적으로 넘어야 할 목표가 높아졌단다.

"연극을 했던 배우이기 때문에 매체에서 표현하는 법을 알아야 했다. '아무도 모른다'도 하나의 과정이 될 것 같다.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다양한 작품을 찾을 계획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한계를 넘어서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면서 아쉬운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 과정을 이겨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났을 때 '그 배우 참 애썼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런 그는 앞으로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이제는 좀 더 영역을 넓혀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배우 박훈의 올해 목표다.

"특정 장르, 캐릭터를 놓고 생각하기보다는 작품이라는 것은 운명 같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한 장르, 한 작품에 얽매이기 보다는 아직 할 게 많은, 해야 할 게 많은 사람이다. 좀 더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의무인 것 같다. 아직까지는 담금질을 열심해 해야 하는 상태다. 들뜨지 않고 천천히 한 단계씩 밟아 나갈 계획이다"

[더셀럽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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