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최우식 “기훈으로 처음 본 내 얼굴, 궁금했다” [인터뷰]
입력 2020. 05.13. 17:45:10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최우식에게서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영화 ‘거인’ 이후 ‘부산행’ ‘기생충’에 이어 만난 ‘사냥의 시간’은 그에게 시도해보지 않은 도전이었고 우려였으나 이를 가뿐하게 소화해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은 희망찬 미래가 없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로 가기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명의 청춘들은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에게 쫓긴다. 최우식은 사설 도박장 털기를 제안한 준석(이제훈)의 친구 기훈(최우식) 역을 맡았다.

평소 디스토피아 장르를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사냥의 시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심장이 뛰었다. 해외에선 사랑받는 장르, 한국에선 쉽게 다뤄지지 않은 소재, 여태까지 쌓은 필모그래피에 변주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고 판단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인기가 많은 장르이고 그런 영화도 많지 않냐. 워낙 이런 장르도 좋아해서 OCN ‘특수사건 전담반 텐2’ ‘부산행’도 했었다. ‘부산행’이 한국에서 좀비를 처음 시도했다면 장르적인 체험을 하는 것은 ‘사냥의 시간’이 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2030년 후반을 배경으로 하는 ‘사냥의 시간’은 사실적이면서도 판타지에 가깝다. 정확한 배경을 두고 연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작품 속 시대는 와 닿지 않았으나 최우식은 만화영화 ‘배트맨’ 속 고담시티를 생각하며 접근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솔직히 어느 정도로 시대를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 감독님이 만든 현실 세계관을 ‘배트맨’의 고담시티라고 생각하면 가깝지 않을까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영화 속 인물들이 행동하면 이유가 될 것 같았다. 솔직히 지금 이 친구들을 봤을 때는 정말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으려고 했던 행동이 범죄지 않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디스토피아적인 한국을 감독님이 잘 구현하신 것 같다.”



도박장을 터는 것은 유토피아를 꿈꾼 준석이 디스토피아에서 가진 첫 목표였다. 암울하고 밝은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유토피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던 것. 출소한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든 준석의 생각은 기훈과 장호(안재홍)을 고민에 빠트렸고, 친구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강했던 장호는 준석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친구라면 나쁜 길에 빠지지 않게 말려야지”라고 외치던 기훈 역시 결국 준석, 장호와 함께한다.

친구에게 의존하는 장호,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준석과 달리 기훈은 어떠한 결핍도 부재도 없다. 기훈은 가깝게 지내는 엄마, 아들을 보고 인자하게 웃는 아버지와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한국을 떠나기 직전, 가족들을 위해 한국에 남기로 결정한다. 최우식은 기훈을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판단, 사실적으로 접근하며 구축을 해나갔다.

“기훈은 가정이 있고 그런 결핍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친구다. 나쁜 길로 빠질 때 얘기해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와 가족이라는 선택이 있을 때 가족을 선택하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친구다. 기훈은 가장 현실적이고 힘든 환경이지만 가정에서 잘 자라서 꽉 막히지 않고 여유롭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가족의 걱정으로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기훈은 준석, 장호와 있던 곳에서 나오면서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부모님의 안부가 걱정이 되면서 친구들과 떨어져야하는 복합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준석이 어디 가느냐고 묻자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짓는 그에게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아량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걷는 게 가장 먼저 든 감정이었지만 영화에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드는 감정이 담겼다. 기훈의 입장에선 친구들이 다음날 아침이면 배를 타고 떠나고,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어떡하지’하면서 연기를 했다. 준석과 얘기를 할 때 원래 대본에선 담배를 뺏어서 피지 않는데 현장에서 나왔다. 불안해하는 친구를 걱정 안 시키고 싶어서 과하게 액션을 할 것 같아 만들어진 장면이다. 친구들을 두고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 자체가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기훈의 장발 스타일에 반항기를 표현하는 염색 헤어, 몸 곳곳에 새겨진 문신, 수시로 태우는 담배 등으로 흔들리는 청춘을 표현했다.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 덕택에 순한 캐릭터를 맡아온 그의 필모그래피 중 기훈은 그간 만나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처음엔 감독님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시절 머리스타일을 생각하고 설정한 캐릭터였다. 인기도 많고, 무리에서 잘 나가는 친구였는데 제가 캐스팅되면서 무너지고 그냥 키 큰 애로만 됐다.(웃음) 감독님은 그런 모습을 원하셨던 것 같다. 타투도 멋있게 하고, 액세서리도 하는 그런 모습. 그런데 제가 캐스팅이 되는 바람에 그냥 양아치로 됐다.(웃음) 그런데 저는 제가 잘 생기게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 사실 농담이다.(웃음)”

드라마 ‘호구의 사랑’ ‘쌈, 마이웨이’ ‘더 패키지’ 등의 작품에서 순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최우식은 이번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필모그래피들 중 ‘사냥의 시간’ 속 기훈은 분명한 변주였고 방점이었다.

“이 작품에 욕심이 난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여태까지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짠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약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제안을 주신건지 궁금했다. 제가 여태까지 보여줬던 이미지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욕심이 나더라. 너무 해보고 싶었다.”

만나지 못한 성격이어서 욕심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있었다. 갑자기 변화를 꾀하면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대중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또 더 나아가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의욕이 걱정을 앞질렀다.

“제가 제일 자신 있고 뽐낼 수 있는 영역대가 청년, 성장을 하고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그래서 더 기훈에 욕심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났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화를 못했다는 얘기를 들을 것 같고 더하면 오버해서 하는 것 같고. 처음 보는 내 얼굴인데 ‘최우식은 이 얼굴 별로다’ ‘안 어울린다’는 평이 있을까봐 긴장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사냥의 시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해 개봉을 연기하고 결국 넷플릭스 오픈을 택했다. 제작하고 관객을 만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고 관객과 만났지만 오히려 최우식은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영화관 상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기 때문에 영화관에 걸렸으면 덕을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소리, 긴장감을 주는 사운드 적인 것에 감독님이 공을 많이 들이셨다. 하지만 이번 일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 해외 진출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것 같다. 한 번의 서비스를 통해서 세계로 바로 공개되지 않나. 그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개봉해 세계를 휩쓴 ‘기생충’에 출연했던 그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생겼다. 찬란한 과거에 빠져있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며 보다 발전된, 성장하는 배우가 되기 위함이었다.

“‘기생충’ 이후로 좋아진 것은 말도 안 될 만큼 좋아진 게 많다. 배우조합(SAG)서 앙상블상도 받았는데 그 상이 여태까지 받았던 상 중에 제일 무거웠다. 그때 집에 돌아가면서 ‘이 상이 당근이지만 어떤 배우들한테는 채찍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어깨가 무겁고 부담감도 있고. 다음에 어떻게 하면 잘할지, 좋은 연기를 보여줄지, 어떤 류의 영화를 해야 좋아하지 하는 걱정과 고민을 좋은 쪽으로 하게 됐다. 절대 게으르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은 ‘기생충’으로 일 년 내내 좋아하시고 남부럽지 않을 효자가 된 것처럼 좋았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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