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정다빈 “범죄, 언젠가 혹독한 대가 치르는 것 깨닫길” [인터뷰]
입력 2020. 05.15. 16:28:07
[더셀럽 전예슬 기자]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다. 동그란 눈망울과 보는 이들마저 웃음 짓게 만드는 미소로 ‘아이스크리 소녀’로 불렸던 배우 정다빈이 외면하고 싶었던 10대의 불편한 현실을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인간수업’(각본 진한새, 연출 김진민)의 민희 역을 통해서다.

지난달 29일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된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정다빈은 극중 지수(김동희)의 범죄에 휘말리며 혼란에 빠지는 동급생 민희 역을 맡았다. 서슴없이 흡연을 하며, 욕설을 내뱉고, 지수가 벌인 성범죄의 중심에 선 일진 역할이기에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그다.

“대본과 촬영장에서, 완성본의 느낌이 각각 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 방송을 보고 많이 놀랐죠. 그리고 굉장히 빠져서 봤어요. 부모님은 1회를 보고 다 안 보셨더라고요. 2회에 들어가는 신을 보시곤 마음이 안 좋아지셔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겠다고 하셨어요.”

2003년 CF로 데뷔한 정다빈은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으나 귀엽고 발랄하며 통통 튀는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인간수업’ 속 민희의 얼굴은 색다르고, 충격적으로 다가올 터. 도전과 동시에 변신을 한 정다빈은 민희를 어떻게 연구하고, 접근하고자 했을까.

“저랑 민희는 다른 상황과 성격의 인물이에요. 인물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 촬영감독님, 대표님, 그리고 주인공 4명까지 굉장히 많은 대본리딩을 했어요. 두 달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 기간 동안 사회에서 이슈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토론했죠. 최민수 선배님이 추천해주신 작품은 ‘창’이에요. 저는 ‘박화영’을 봤고요. 많이 와 닿지 않는 것 같아 유튜브에 검색해서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중 이러한 주제로 한 영화들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인터뷰를 중점적으로 봤어요. 감독님, 촬영감독님은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라는 책을 선물해주셨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저와 민희의 벽을 깨가려는 과정을 중요시했어요.”



‘인간수업’은 극단적인 이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전 배역을 오디션으로 캐스팅했다. 이렇게 캐스팅된 배우들은 10대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포착해내며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주연 배우 외에도 선배님들, 모든 배역들이 오디션을 통해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첫 오디션에서 어떤 역할인지, 내용인지 모른 채로 참여했어요. 감독님 미팅 후 대본을 받았는데 감독님이 민희의 캐릭터를 보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놀랐고 신선했어요. 대본의 느낌은 날 것 그대로였죠. 성인이 된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어서 ‘내 주변에도 이런 일이 있을까’라면서 저를 돌아봤던 계기가 됐어요. 사실, 첫 대본을 봤을 때 집중을 하지 못했어요. ‘뭘 전하고 싶은 거지?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저에게 물음을 던지면서 어렵게 대본을 봤어요. 저랑은 너무 다르고 기존에 보여줬던 것과 달라서 걱정도 되고 부담도 컸지만 그만큼 감독님, 선배님들, 동료배우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가는 과정이 길어서 믿고 할 수 있었죠. 또 저를 통해, ‘인간수업’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매개체가 되고 통로 역할을 해야겠단 책임감과 부담감에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거침없는 언행, 남자친구를 향한 애정, 친구들과의 관계 등에서 ‘일진’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정다빈. 특히 민희의 심리적 변화와 다채로운 감정을 극의 흐름에 다라 움직이는 디테일을 잡아내며 몰입을 끌어올렸다.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완벽하게 탈피하며 민희란 인물에 완벽히 스며든 것이다.

“민희는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었고 제 주변에 있을법하지만 있지 않았던 인물이에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언니, 오빠들과 감독님, 선배님들과 대화와 소통을 많이 했죠. 민희를 연기할 때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감독님, 최민수 선배님, 스태프 등 모든 분들이 저를 믿고 맡겨주시고 기다려주셨어요. 그래서 촬영하는 중간에 어려움은 없었죠. 신경 썼던 부분은 말투나 행동하는 것들을 조금은 철없게 그려내려고 노력했어요. 오히려 정다빈의 생각은 빼고 제가 생각하는 반대로 움직여 연기한 거죠.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깊게 빠지려고 하지 않았고요. 욕설을 내뱉고 흡연하는 장면도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컸어요. 또 하나의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저의 다른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민희 역할이 확정되고 주변에 많이 물어봤어요. ‘어떤 말투가 괜찮은 거 같아?’라면서 입에 (욕설을) 붙이려고 노력을 한 거죠. 담배는 제가 경험해본 게 아니라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중독될까봐. 처음엔 진짜 연초를 피는 거였는데 건강을 생각해서 전자담배로 바꿔주신 거예요. 그때만 즐기고 그 후로는 안 하고 있어요. 중독되지 않아 다행이죠.”



‘인간수업’은 선택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질문에 답을 주는 게 아닌, 질문에 질문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정다빈 역시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연기를 고민하고 표현해냈다.

“감독님께서 처음 했던 말씀이 ‘모든 캐릭터에 개과천선은 없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에게 오히려 디렉팅을 주지 않으셨죠. 궁금한 게 있어도 ‘네가 생각한 게 맞아’라며 기다려주시고 저라는 사람을 깨게끔 도와주셨어요. 그 부분을 감독님과 최민수 선배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저도 ‘갇혀 있으면 안 되겠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지’ 하면서 장면, 테이크 마다 다른 연기를 다양하게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에 제 안에 갇히지 않게 노력했어요. 사람은 이중성이 있어요. 이 이중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죠.”

‘인간수업’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n번방 사건’을 연상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다빈은 끔찍한 현실에 대해 반추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간수업’이 ‘n번방’과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주변에, 나에겐 없었던 일이라 이런 문제가 정말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서 보여지니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이것을 통해 다른 사회적 이슈도 인지해주셨으면 해요. 10대 성매매 외에도 학교 폭력 등 사회적 이슈가 많이 나와요. 이런 문제점들을 봤을 때 성인분들이 많이 깨달았으면 하죠. 많이 돌아보고,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범죄를 저지르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 실수는 하지만 그 실수를 알고 거기서 멈추느냐, 알지만 그냥 가는가. 이런 문제점이 ‘인간수업’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대가는 언제가 됐던 치르게 돼요.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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