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미화 없는 ‘인간수업’, 신선한 충격” [인터뷰]
입력 2020. 05.15. 17:04:33
[더셀럽 김지영 기자] 신예 박주현이 첫 주연작으로 강렬한 한 획을 그었다. 사회에 거침없이 문제를 던지는 ‘인간수업’은 박주현을 뇌리에 박히게 만든 것.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평을 듣고 싶다던 그는 이번 작품만으로 이를 입증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다.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드라마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 아들인 진한새 작가가 집필했다.

박주현은 극 중 ‘인싸’ 백규리로 분했다.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높은 성적을 자랑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부모님의 과한 간섭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인물. 우연히 지수(김동희)가 하는 일을 알게 되고 부모님의 둥지를 벗어나기 위해 시작하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미성년자인 지수가 성매매 포주로 등장하면서 네 명의 주인공 모두가 파멸을 맞게 되는 ‘인간수업’은 최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텔레그램 n번방’ 소재와 흡사하다는 평을 받으며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항간에서는 범죄미화라는 비판이 더러 있었으나 한국 드라마에서는 금기시 되는 청소년 성범죄 문제에 도전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인간수업’의 네 주인공은 모두 오디션으로 발탁됐다. 여러 차례 감독과의 미팅을 거쳐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박주현은 ‘인간수업’의 대본을 받고 놀라기도 했지만 탄탄한 극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2019년 tvN 단막극 ‘아내의 침대’에서 처음 대중과 만난 이후 ‘인간수업’으로 주연을 맡게 된 것에 부담이 더 컸다.

“소재가 예민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잘 써내려간 극본인 것 같아 걱정은 조금 덜했다.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굉장히 살아있고 날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는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졸업한지 몇 년이 됐지만, 미화라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히 저한테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부담과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었지만 현실적인 대본에서 규리가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첫 주연이라 거기에 대한 부담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저를 믿고 뽑아주신 감독님 덕분에 굉장히 수월하게 촬영이 진행된 것 같다.”

그간 국내에서 고등학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대학 진학 문제,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을 주로 다루며 학급 내 폭력은 이야기 전체 줄거리에서 잔가지에 해당했다. 그러나 ‘인간수업’은 쉬쉬하던 학교폭력, 미성년자의 성매매 등으로 화두로 던지며 충격을 선사했다. 잊을 만하면 대두되는 사회문제를 ‘인간수업’이 수면 위로 올린 것이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교폭력은 정말 많았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뿐만 아니라 성범죄에 관한 청소년 문제가 많았다. 묻혔을 뿐이다. 저희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사건들에 대해서 기사, 뉴스를 많이 찾아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다. 다만 청소년이니까 그냥 넘어갔던 문제들, 그냥 덮여버린 문제가 많아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지 않았을까. 현실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도.”



백규리는 학급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 유도부 선배들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쉬는 시간에는 남자들과 공놀이를 하는 등 엄청난 ‘인싸’ 기질을 지녔다. 외형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그에게 사실은 부모를 살해하는 상상을 하고, 자살시도를 했다는 과거까지 얼핏 드러난다. 박주현은 내면의 아픔을 표현하지 않는 규리를 중심을 잡으며 캐릭터를 표현해나갔다.

“규리는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저한테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규리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로서 중심을 잘 잡고 흔들리지 않게 가는 것이 관건이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규리의 분위기도 가볍지 않아서 규리의 무게를 마지막까지 잡는 게 제일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무거운 과거를 지니고 속엔 골병이 들어 있었던 백규리는 겉으론 티를 하나도 내지 않는다. 전사마저 스쳐지나가는 대사로 짧게 표현될 뿐이다. 그러나 박주현은 백규리의 전사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짜 내면의 아픔을 지녔으나 겉으론 드러나지 않도록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백규리의 서사가 굉장히 짧게 표현된다. 그래서 대부분은 제 상상과 저에게 맡겨진 부분이 컸었는데 제 나름 극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굉장히 세세하게 규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세밀하고 섬세하게 짰던 것 같다. 스스로 구체적으로 짰다.”

세심하게 짜놓은 스토리라인 중에는 지수를 향한 마음도 포함돼 있었다. 지수는 은근슬쩍 백규리를 좋아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더러 표현되지만 백규리는 좀처럼 알 수 없다. 박주현은 백규리의 그런 상태를 단계적으로 설정했다.

“규리는 감정표현이 크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고 숨기는 친구지만 지수에 대한 마음은 순차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그 다음에는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지수가 한다는 의외성이라고 생각했다. 지수의 사업을 내가 이용해서 지금 처해진 억압받는 가정을 내 힘으로 독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데 붙어 다니다보니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이라는 동질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끊어내고 싶어도 끊어낼 수밖에 없는 날이 온 것 같다.”

감정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던 규리는 지수의 일이 탄로 나기 직전에 과감한 행동을 저지른다. 지수는 아버지에게 돈을 빼앗긴 후 목돈을 들고 다녔고, 갑자기 학교에서 불시 소지품검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규리는 지수가 선생님에 맞서 소지품검사를 않겠다고 실랑이를 하던 찰나에 화재경보 버튼을 누른다. 이러한 모습이 CCTV에 담기고 담임선생님인 진우(박혁권)에게 취조를 당하다 목 놓아 운다. 진우는 지수의 행동이 과한 액션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진심을 묻는다. 규리는 그때서야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제 숨 냄새가 토 나와요.”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감정을 호소하는 장면인데 그걸 결국 선생님에게 들키고 하는 대사에서 ‘왜 자신이 숨을 쉬는 데까지 이유를 찾아야하지, 무엇이 이 친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연기할 때는 규리로서 이게 어쩌면 선생님에게 보내는 요청의 대상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 또한 연기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반면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했던 신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지수와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었던 장면이었다. 규리는 지수가 갖고 있던 폰을 훔치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지수와 돌연 술래잡기를 하게 된다. 그러던 사이 자신으로 인해 지수가 모아뒀던 돈을 그의 부친에게 빼앗기게 된다.

“표현을 잘 해야겠다 싶었다. 규리는 똑똑해서 들켜본 적도 없고 도둑질을 해도 들키지 않는 아이었는데 들키게 돼서 규리에게는 낯선 감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수의 아빠를 잡기 위해 따라왔는데 의도치 안하게 걸려서 지수에게 미안하기도 하면서 억울하기도 한 감정.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촬영장에서는 규리에 집중하면서 나오는 대로 했는데 감독님께서 좋게 잘 봐주신 것 같다.”

규리의 사업 확장 욕심으로 인해 지수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반면 규리는 마지막까지 부모님과 거래를 제안하면서 도피성 유학을 선택한다. 지수도 규리와 함께 떠나기 직전, 민희(정다빈), 기태(남윤수)와의 다툼을 겪게 되고 기태는 지수의 복부를 칼로 찌른다. 이를 뒤늦게 발견한 규리는 지수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려하는 게 이들의 마지막이다.

“드라마 이후 상황을 엄청 많이 상상했다. 너무 궁금했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몰입을 했던 친구이기도 해서 이 친구라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고민을 했는데 너무 이미 많은 죄를 짓고 상처를 준 친구는 개과천선은 없지 않을까. 흑화를 했으면 흑화를 했지, 뉘우치는 것은 잘 모르겠다.”

‘인간수업’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교훈을 주는 것보다 파멸로 치 닿는다. 하지 말아야 하는 선택을 한 이들의 최후를 그리는 것이다. 박주현은 ‘인간수업’이 이야기하는 근본적인 메시지를 시청자가 느끼길 바랐다.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얘기를 하면, 나는 과연 그들에게 뭘 해주었고, 뭘 해줄 수 있으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해봤고 그런 던질 화두가 많다고 생각한다. 규리의 시선이 아닌 박주현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울컥하는 장면도 많고 내 자신을 바라보는 계기도 됐었다. 정말 던져주는 화두가 많지 않을까. 정해서 강요드릴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보셨다면 어느 정도는 생각을 각자 잘하고 계실 것 같다.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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