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김동희 “복합적인 감정 가진 지수, 상황에 집중하려 노력” [인터뷰]
입력 2020. 05.21. 15:53:02
[더셀럽 김지영 기자] 눈에 띄는 성장이다. 웹드라마 ‘에이틴’에서 드라마 ‘SKY 캐슬’ ‘인간수업’ 등에서 조금씩 한 걸음 나아가던 배우 김동희가 ‘인간수업’에서 강력한 잠재력을 터트렸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가 모인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다.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드라마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 아들인 진한새 작가가 집필했다.

넷플릭스 공개 전, 미성년자가 성매매 포주로 등장하는 ‘인간수업’에 ‘문제작’ ‘위험한 시도’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더군다나 최근 ‘텔레그램 n번방’ 논란으로 사회에 화두를 던졌던 것과 비슷한 소재로 등장한 ‘인간수업’은 범죄미화의 우려를 단숨에 종식하고 한국 인기 콘텐츠 1위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인간수업’에 대해 “시장의 트렌드를 과감히 뛰어넘어, 이같이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이 작품의 용기에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다” 등 극찬 세례를 이어갔다.

그러한 ‘인간수업’의 중심에 김동희가 있다. 학급 내에선 ‘아싸’ 학생으로 아무에게도 존재감이 없는 지수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자 성매매 포주 일을 시작했다. 우연히 같은 반 친구 규리(박주현)에게 지수의 부업을 알게 되면서 일을 함께하게 되고 사건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작 웹드라마 ‘에이틴’ 시리즈, ‘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등에선 좋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잘생긴 모범생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것과 달리 이번 ‘인간수업’의 출연은 김동희에게도, 대중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김동희는 국내에서 생소한 소재인 ‘인간수업’에 이끌려 오디션을 준비하며 지수를 만나기 시작했다.

“소재 때문에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조금 있었다. 하지만 결정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았고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더 끌렸다. 충격도 받았는데 끌렸던 게 맞는 것 같다. 짧은 경력이지만 지금까지 접하기 힘들었던 대본이었던 것은 확실했다. 자신감이 생겨서 한 것은 아니었고 예측하기 힘든 상태에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끌렸던 것 같다. 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지 않고, 오롯이 혼자 지내며 하교 후에는 성인인 척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는 포주. 하루에도 간극을 보이는 지수의 성향에 김동희는 더욱 더 이기적인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평범하지 못한 자신의 인생으로 인해 위험한 일로 평범한 삶을 꿈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수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기적이게 지수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지수는 사회성도 결여돼 있고 혼자서 지내는 친구다. 범죄를 저지르지만, 잘못을 모르고. 굉장히 이기적이고 오로지 내 목표, 평범한 삶을 이루기 위해서 내 꿈의 가격인 9천만 원을 위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삶을 위해서 충실하게 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지수를 만들었다.”

한 회 내에서 지수의 다른 생활, 첫 회에서 극의 말미를 향해 달려갈수록 변해가는 그의 성향은 김동희에게 약간의 스트레스가 됐다. 그럴수록 그는 지수에 더욱 빠져들어 캐릭터 본연의 감정을 표현하려 애를 썼다.

“상황에서 벌어지는 갭 차이가 스트레스였다. 첫 에피소드는 지수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생활패턴이 정확하게 있었는데 규리가 개입하면서 무너지고 여러 가지 사건이 생긴다. 과정이 있었지만 처음과 끝의 지수의 갭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정말 상황을 느껴지는 대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고민이 많이 됐다. 1, 2화를 찍을 때 9, 10회 대본을 보지 않고 연기를 해서 대본에 충실하게 시청자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표현을 하려고 했다. 극적인 감정이 많아서 감정소비가 뒤로 갈수록 많았던 것 같다.”

김동희는 지수가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면서부터 더욱 캐릭터에 집중했다. 극이 후반부를 향하고 지수와 규리 등의 인물들이 나락에 빠져 더이상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표현에 어려움을 처하자, 상황에 집중해 지수의 속마음을 눈빛과 행동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지수를 시작했을 때부터 부담도 있었고, 긴장감, 두려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 대면하면서 연기했다. 그래서 한 장면, 장면이 소중하고 충실했었던 것 같다. 계산하고 공들이지 않아도 이끌어준 장면이 있겠지만, ‘잘해야만 해’라는 장면은 없었다. 한 장면, 한 신 다 나름대로 고생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뒤로 가서 지수가 혼자 두려움에 떨고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눈에서만 드러나야 하는 신들이 있었다. 그땐 정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거기서 지수가 불안하고 어쩔 줄 모르고 이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청자분도 같이 느껴야지 지수의 상태가 보이지 않나. 그걸 표현하지 못하면 죄책감이 없다는 생각에 그런 장면들을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진술서를 쓰는 장면이라든지, 이불을 움켜잡고 떠는 장면들에서 더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했었다.”

지수는 자신과 전혀 다른 규리에게 처음 호감을 가진 뒤 애증의 관계로 발전한다. 말로는 규리에게 욕을 하고 무시하지만 규리가 주는 사소한 쓰레기조차 버리지 못하고 보관한다. 지수로 분했던 김동희는 지수의 이러한 심리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보이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상대방을 좋아해도 100% ‘좋아해’만 잇는 게 아니지 않나. 순간순간에 행동을 보고도 애정도는 바뀐다고 생각한다. 1분 1초 순간에도. 그런 것을 주현 누나랑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호흡을 맞추고 순간을 받아들이려고 연습했다. 지수가 규리를 봤을 때의 감정은 사랑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애증이 될 수도 있고, 분노가 될 수도 있고. 저는 지수를 연기하면서 규리를 봤을 때 되게 많은 게 짜증도 나기도 하고 복합적이었던 감정들이었다. 그런데 지수의 대사 중에 규리에 대해 ‘걔가 너무 비슷해서 안돼요’라는 말에 고민이 많았다. 그 대사 한 마디 때문에. 왜 비슷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감독님한테. 왜 대사가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광범위하고 어렵기는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노력했던 부분은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앙숙이었다가 동반자였다가 싸우기를 여러 번. 결국 지수는 더 이상의 가망은 없다고 판단, 규리와 함께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짐을 싸던 중 기태(남윤수)에게 습격을 당한다. 이를 뒤늦게 발견한 규리는 지수를 부축하며 병원으로 향하려 하지만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결국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다.

“촬영했을 때도 결말을 다양하게 여러 버전으로 찍었었다. 규리만 도망가고 지수는 남겨져 있는 것을 해볼까, 여러 가지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고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었고 감독님도 그런 의견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작품 속 결말은 둘 다 없지 않나. 저도 그 이후의 스토리가 궁금해지더라. 지수가 칼에 맞았는데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수가 죽었을 수도 있고 친구들이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겪으면서 개과천선을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어서 시즌2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나온 얘기는 없다.”



파격적인 ‘인간수업’ 스토리에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도 있었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 범죄 행위 자체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인간수업’을 중도 하차한 시청자들 역시 작품의 단점을 이와 같은 것으로 지적하며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도 덧붙인다. 그러나 극 중 범죄의 중심에 서 있는 지수였던 김동희는 이를 부인했다.

“범죄를 미화시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메시지는 전달이 됐다고 생각한다. 서사를 줬다면 지수의 어머니부터 시작을 했어야 했는데 작가님이 그것을 떨어트려 놓고 이야기가 진행됐지 않나.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지수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전작들보다 어려운 연기를 요구했던 ‘인간수업’을 소화하면서 김동희는 한 층 더 성장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에게 ‘인간수업’은 뜻깊은 경험이자 도전 그리고 배움이었다.

“저한테도 지수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인간수업’이라는 작품도 도전이었다. 어떤 점을 크게 배운 것보다는 그냥 이것을 제가 선택하는 것부터 배움의 과정에 있다고 봤다. 감독님과 얘기를 할 때부터 작품을 끝까지 이끌어나갈 때까지 배움의 연속이었다. 제가 ‘조금 배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감독님이 이끌어주셨을 때 내 에너지를 표현하고 저도 그렇게 내던져본 게 처음이어서 완전히 저를 내려놓은 것 같았다. 극적인 장면에서 에너지를 어떻게 더 표출하고 표현하고 그런 상황에 몸을 맡기는 연기를 했던 게 처음이어서 뜻깊은 경험, 도전, 배움이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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