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 "늘 제가 푹 빠져있는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요" [인터뷰]
입력 2020. 06.02. 11:05:56
[더셀럽 김희서 기자] 그룹 원더걸스 출신에서 솔로 가수로 자리잡은 유빈이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유빈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디지털 싱글 ‘넵넵(Me TIME)'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빈의 이번 컴백은 원더걸스부터 첫 솔로 데뷔까지 13년간 머문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본인의 소속사를 설립한 이후 첫 행보다. 앞서 유빈은 2018년 데뷔 11년 만에 첫 솔로 앨범 ‘도시여자’와 시티팝 타이틀곡 ‘숙녀’를 비롯해 두번째 앨범 ‘#TUSM’과 세 번째 앨범 ‘Start of the End’을 통해 다채로운 음악색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유빈이 발표한 ‘넵넵’은 그간의 경험들과 또 아티스트이자 CEO로 인생에 다양한 변화를 맞은 유빈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앨범이다. 그 만큼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유빈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숫자로 치면 1부터 100.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앨범은 저도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드는 것 같아요. 큰 기대감을 갖기보다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노래라 가볍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족도는 그래도 처음 한 것 치고는 정말 많이 만족하는 편인데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까 이번에 한번 해봤으니 다음에는 더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자신감이 생겼죠.”

음원 발매에 앞서 선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는 화려하게 꾸민 채 파티를 즐기는 유빈의 모습이 그려졌다. 자유롭게 뛰어다니거나 틀에 정해지지 않은 춤을 추면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행복한 모습을 연출했다. 기존에 걸크러쉬 이미지로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유빈이 ‘넵넵’을 통해서는 색다른 분위기에 시도했다. 이에 유빈은 보는 이들에게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한 콘셉트라고 소개했다.

“이 곡은 퇴근 후에 학교가 끝나고 혹은 퇴사나 졸업, 부모님이랑 살다가 독립하게 됐을 때 해방감을 담고 즐기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고요. 한편으로는 제가 집순이라서 집에서도 나 혼자 잘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많은 분들이 제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느낌을 담아봤어요. 대중에도 ‘유빈이 유쾌하다. 재미있다 꼭 한번 같이 밥 먹어보고 싶다’ 등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제 노래를 통해 갑갑한 일상에서 해소되는 그런 기분을 만끽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번 무대에서도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쓰고 정말 저를 많이 내려놨어요. 아마 제가 무대 위에서 막 노는 모습을 처음 보실 거에요. 그동안은 주로 짜여있는 동선에서 안무를 했지만 이번에는 안무 팀이랑 연습하면서도 느낀 게 ‘우리 정말 즉흥적이고 놀면서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자유분방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빈의 첫 솔로 앨범인 ‘도시여자’에서는 시티팝 장르의 타이틀곡 ‘숙녀’로 보컬적인 역량을 강조했다면 ‘#TUSM’에서는 레트로와 트렌드 음악을 조합해 신선하면서도 실험적인 곡으로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어 ‘Start of the End’에서는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도 활약한 유빈이 ‘넵넵’에서는 구간마다 각양각색의 장르를 느낄 수 있는 힙합곡을 선보였다. 자신이 있거나 잘하는 한 가지 장르만 고수할 수도 있지만 유빈은 매번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았다.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고 싶은 유빈의 열망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워낙 다양한 장르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싶은 게 많아요. 시티팝도 평소 즐겨듣는 장르였고 그 뒤에 했던 땡큐소머치도 무성영화도 그 당시 즐겨듣는 음악을 계기로 영감을 얻는 편이라 이번 음악도 제가 지금 푹 빠져있는 분위기, 컨셉을 녹여서 만든 앨범이에요.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JYP에서 이것저것 많이 해보면서 나가야할 방향성을 스스로 알아가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좋아하는 걸해야 팬 분들도 공감해주시고 좋아해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 오히려 크게 고민을 안 했다. 좋아하니까 들려드리고 싶고 같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또 박진영 피디님이 많이 가르쳐주셔서 잘 배운 것 같아요. (웃음)”

유빈의 도전은 음악적인 부분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월 소속사 르 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소속 식구들도 직접 영입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보통은 소속사를 옮기는 편을 택하지만 유빈은 꽤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회사를 꾸리고 싶다는 건 사실 어렸을 때부터 해왔어요. 사업하시는 아버지 영향도 있고 가까이서 박진영 피디님 보면서도 영향 받았죠. 원더걸스 활동하면서도 멤버들이랑 ‘우리끼리 재미있게 같이 일할 수 있는 회사 만들면 재밌겠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로. 새로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실행에 옮겼고 힘들어도 저질러보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많은 일을 어떻게 할 지 몰랐는데 또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는 못할 것 같아서 우선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능수능란하게는 못해도 하나씩 해가는 과정에서 알아가야 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다행히 JYP에 있는 동안 가끔씩 아이디어 회의나 앨범 작사, 작곡이나 여러 경험들을 할 수 있게 해줘서 큰 무리 없이 잘 할 수 있었죠. 지금 도와주시는 분들도 다 베테랑이셔서 저도 길을 잃지 않고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만큼 ‘넵넵’은 유빈이 CEO가 된 후 처음 발매하는 앨범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녹음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유빈은 앨범 작업에 전반적으로 참여했다. 모든 앨범 작업과정이 오로지 유빈의 손길을 거쳐야했던 만큼 완전한 앨범으로 발매되기 전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을 터.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유빈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현실적인 문제”라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아티스트와 돈 관련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저의 니즈를 중심으로 그 간격을 좁히는 과정에서 내면의 갈등이 있어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 앨범 작업은 그래도 JYP에서 해왔던 게 있어서 수월하게 넘어갔는데 예산을 정하거나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알고 있어서 정확히 어떻게 나누고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결정하는데 많이 어려웠죠. 그래서 이번 작업을 통해서 ‘JYP식구 분들이 그동안 많은 걸 해왔구나’, ‘내가 몰랐던 게 많구나’를 느꼈고 내가 노래와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게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는 걸 실감한 시간이었죠.”

‘넵넵’은 ‘네’라고 하기엔 눈치가 보이는 사람들 이른바 ‘넵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위로 송이다. 이번 ‘넵넵’도 유빈의 짧다면 짧지만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직장 생활을 통해 몸소 밴 경험을 토대로 탄생하게 됐다고.

“JYP에 있으면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회사를 차릴 용기도 생긴 거라 생각해요. 그때 배운 것들을 지금 스스로하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같이 일하는 직원이지만 제가 더 배워가는 입장이에요. 사실 베테랑 분들이랑 함께해서 어떻게 보면 저는 이름만 대표고 부하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넵넵’이라는 말도 단톡방에 말하고 ‘넵’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넹~’, ‘맞습니다’ ‘이응’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넵넵’으로 대답을 많이 써서 직장인 분들이라며 많이 공감하시지 않을까 해서 썼던 가사에요.”

아직 우리에게는 아티스트 유빈의 모습이 익숙하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유빈은 어느덧 CEO로서 면모도 차츰 갖춘 모습이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열정적인 아티스트로서 진지하게 말하면서도 회사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면 CEO로서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깊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 복지에 대한 키워드가 주워지자 유빈은 ‘넵넵’의 콘셉트에 걸맞게 직원들이 노는 공감을 마련해주고 싶다며 진심을 드러냈다.

“오락실. 제가 만화책 보는 걸 좋아해서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며 놀 수 있는 커뮤니티 방이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혼자 영화를 보고 싶으면 영화를 보는 곳이라든지 힐링을 하거나 영감받을 수 있는 공간도 좋고요. 저도 제가 억지로 하는 걸 싫어하고 남에게 싫어하는 걸 시키는 것도 안 좋아해서 뭐든 즐겁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요.”

유빈을 비롯해 원더걸스 출신 멤버들은 현재 개인 활동으로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소희는 배우로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고 선미와 예은(핫펠트)은 유빈과 같은 솔로 가수로 각자만의 개성이 담긴 음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유빈의 ‘넵넵’을 어떻게 봤을까.

“유빈 언니스럽다는 반응이었어요. 멤버들은 저를 가장 잘 아니까 저답고 ‘우리가 알던 유 언니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서 너무 좋다’는 말을 해줬어요. 각자 스케줄이 있지만 서로 응원해주고 있어요. 그룹 활동을 할 때에도 서로의 취향이 확실했어요. 선미도 지금 하는 음악의 느낌을 좋아했고 예은이도 저도 혜림이도 각자 취향이 확고해서 서로의 솔로 앨범을 볼 때마다 ‘선미스럽다’, ‘딱 예은이네’하는 반응이거든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구현해내는 모습이 멋져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고 할 수 있었죠. 언젠가는 다같이 한번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저도 ‘이것만 할 거야’ 그런 주의는 아니고 다 열어놓고 흘러가는 대로 하는 걸 좋아해서 서로 스케줄이 맞고 잘 맞는다면 해보고 싶고 시간이 지나서 하더라도 색다른 모습들로 나올 것 같아서 상상 만해도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유빈의 컴백 시기에 많은 가수들의 컴백이 대거 포진해있다. 가수로서 약간의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유빈은 힘든 순간에서도 즐길 수 있는 구석을 찾는 긍정마인드처럼 "이번 컴백에서도 또 다른 기쁨을 찾겠다"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부담감은 없어요. 같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밌고 즐겁잖아요. 저와 또 다른 색깔들이기 때문에 그런 무대가 많을수록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저도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당연히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 속에서도 즐거움이 더 큰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르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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