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뜨지 않겠다” 김영민, 드디어 만난 운명 ‘부부의 세계’ [인터뷰]
- 입력 2020. 06.09. 08:00:00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매 작품마다 얼굴이 달라지는 배우 김영민이 잠재력을 터트렸다. 그가 ‘부부의 세계’ 손제혁을 만나게 된 건 인생에서 어쩌다가 한 번 만나게 되는 하나의 행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김영민은 최근 종영작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친구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친구의 아내를 탐하고, 정작 본인의 아내는 뒷전으로 두면서 외도를 일삼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게 되는 손제혁으로 분해 인상을 남겼다.
이의 전작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도감청실 소속 군인 정만복으로 분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보다 무게감 있는 인물로 시청자와 만나게 됐다. 비교적 짧은 공백기에 찾아온 반대성향의 캐릭터는 그에게 뛰어 넘어야할 벽이었다.
사실 김영민은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시청자에 강렬한 인상을 선사해왔다. ‘나의 아저씨’에서는 박동훈(이선균)의 대학 후배이자 그의 아내 윤희(이지아)와 불륜 관계인 도준영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고 ‘숨바꼭질’에서는 허당끼 충만한 밉상으로 시선을 강탈했다. 이어 ‘구해줘2’에서는 신앙과 선함이 충만하다 욕망과 광기에 휩싸이며 변해가는 성목철우 목사로 극을 이끌어왔다. 이처럼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그는 ‘부부의 세계’ 손제혁의 ‘지질함’을 포인트로 잡고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나갔다.
“가장 큰 것은 지질함이었다. 그게 제일 잘 표현된 게 태오(박해준)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고예림(박선영)에게 상처주는 것이다. 남자들이 지들끼리의 뭐 묻은 게 뭐 욕한다고 친구들끼리 싸우고 그런 모자람, 바람피우는 것을 자랑하듯이 얘기하고 그런 못난 모습들이 여성들에게 어떤 큰 상처를 주고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가를 표현하려면 당연히 못난 모습들을 표현해야 했다. 당연히 욕을 많이 먹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호흡들을 찾아내려고 모습, 말투를 연구했다. 남자들 사이에서 있을 법한 못난 모습들, 어디서 본 듯하고 들은 듯 한 그런 느낌들을 찾아내려고 했다.”
손제혁은 아내가 상처받는 줄도 모르고 외도를 일삼고, 집에 있는 아내는 무시하는 어느 부류에선 보통의 남편이다. 겉으로 나도는 손제혁의 마음을 가정으로 돌리기 위해 자녀계획을 이야기하는 고예림에게 ‘심심하면 개나 키워’라고 말하는 대사를 보고 김영민은 가장 손제혁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한 손제혁의 외도는 바람둥이 기질을 다분히 갖고 있는 성향이었다.
“태오가 두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손제혁은 사랑이라기보다는 대사 ‘나는 모든 꽃이 아름다워. 안 예쁜 꽃이 어딨냐’고 하는 것처럼 그런 마음이 손제혁에게 있었다고 본다. 저나 감독님의 의도는 그중에 지선우(김희애)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지선우에게 좀 더 마음에 있고, 좀 더 사랑에 가까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친구와의 관계도 있고 자격지심도 있고 고예림과의 관계, 완벽해 보이는 지선우, 그런 것을 깊게 표현해보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본다. 육체적 욕망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마음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가 보였던 것 같다. 그래도 나쁜놈이다.”
일반적으로 캐릭터에 몰입을 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자신에게 극 중 인물과 닮은 점을 찾아 이를 확장해나간다. 김영민은 자신에게도 있는 지질한 면을 확장시켜 손제혁을 만들어 나갔다고 밝히며 자신 또한 일반 남자들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주변과 다른 작품, 제 모습에서 손제혁의 모습을 참고했다. 저한테도 그런 모습이 있다. 지질하고 모자란 모습들, 저도 와이프가 무섭고 리모컨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일반 남자와 비슷하다.(웃음)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의도하는 바는 더 크다. 가장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 그동안 많이 대두되어 왔지만 아직 남아있는 유리천장, 가정 내에서의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가하는 경각심 등.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남자들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이 좋았다. 화두를 던지고 욕을 할 때 하더라도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남자들이 오히려 더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 시사하는 바는 결국 ‘부부의 세계’ 매력이 됐다. 영국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봤다고 밝힌 그는 영국드라마를 한국화 시키면서 사회에 화두를 던질 메시지를 담아 비로소 완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작이라고 해서 봤는데 작품이 유럽스타일의 면도 있었고 ‘부부의 세계’와 달랐던 것은 닥터 포스터라는 인물 하나에 주변 사람들이 있고 인물의 마음과 심리, 대상을 한 인물에 집중돼있었다면 이 작품은 부부의 관계, 아이, 상대 고예림과 손제혁의 관계들, 병원 안에서 여성의 위치나 우리 사회에서 화두를 던질만할 이야기,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던지는 다른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작가님께서 한국으로 바꿨을 때 생각 많이 하셨고 잘 바꾸셨다고 생각했다.”
지선우를 선망하던 손제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태오의 정보를 미끼로 지선우를 꿰어낸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손제혁은 지선우에게 룸키를 건넨다. 지선우에게 주도권을 잡은 듯 한 그의 행동은 결국 방안에서 뒤바뀐다.
“베드신 걱정을 많이 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는 없는 장면이다. 단순히 바람을 피우는 불륜 장면이 아니라 지선우 입장에서는 뭔가 얻어내야만 하는 자리이기도 하지 않나. 일차적인 욕망도 없으면서 대본에서는 ‘여성 주도적이고 서로 이겨먹으려고 하는’이라고 표현돼 있었다. 되게 어려운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길게 찍을 것 같았는데 빨리 찍어서 한방에 털린 느낌이었다. 카메라 담는 과정도 거의 한 방에 가는 느낌이어서 걱정을 오히려 많이 해서 그런지 잘 풀린 장면이었다. 걱정을 많이 했다. 운동도 많이 하고.”
김영민의 극 중 노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예림과 별거를 하게 된 손제혁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고예림과 살던 집을 청소하고 귀가한 그를 맞이한다. 심지어 샤워 후 반나체의 모습으로 등장해 고예림을 놀라게 만든다.
“베드신 끝나고 더 이상 안 벗을 줄 알았는데 예림이를 찾아와서 또 벗더라.(웃음) 별거 중이었는데 ‘그 집에 살고 싶어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능청스러움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코로나19도 있고 해서 헬스장에 못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맨손운동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노출신은 언제나 걱정이다.”
고예림의 소중함을 깨달은 손제혁이 뒤늦게나마 헌신을 하지만 이미 상처를 받은 고예림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상처를 토해내는 그에게 손제혁은 고예림의 손을 놓아준다.
“사랑하지만 용서가 안 되는, 잊혀지지 않는 마음이라고 봤다. 제혁이는 이제 마음 잡고 사랑하려고 하지만 ‘내가 어떻게 더 해볼게’라고 얘기할 수 없는 그런 단계,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더 상처를 줄 수 없는 것이다. 고예림과의 마음이 교감 돼서 참 좋았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그동안 쌓아놨던 고예림과 손제혁의 서사가 보여서 박선영 씨에게도 고마웠다.”
고예림은 만족스러운 싱글라이프를 살아가며 손제혁은 새로운 아내 혹은 여자친구를 만나 여전히 티라미수를 보며 고예림을 떠올린다. 박선영은 손제혁의 미래에 ‘바뀌지 않을 사람’이라고 봤지만 김영민은 달랐다. 일종의 희망 사항이었다.
“손제혁은 주변의 보살핌이 없으면 못 살아갈 것 같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보살펴주지 않으면 냄새나 풍기고 다닐 것 같은 그런 인간. 그런 남자가 있을 것 같다. 혼자서는 안 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손제혁이 변했겠지만 새로운 배우자를 찾았을 것이고 바람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선우가 ‘여자라고 바람 못 피우는 거 아니다’고 했었는데 손제혁은 그걸 나중에야 깨닫는 상황이다. 제혁이를 사랑하는 입장에선 자기의 윤리성이라고 할까 그런 게 생기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기대한다.”
실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부부의 세계’를 촬영하면서 주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부의 세계’를 확장 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고백함과 함께 사회에 바라는 바도 덧붙였다.
“주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부부, 친구, 동료 등의 관계가 성(性)적인 부분에서 상처를 주면 안 되는 게 있고, 한 번 더 다시 생각하는 게 있었다. 관계를 너무 날카롭게 여겨서 복수나 배신, 안 좋은 쪽으로 가다가 준영(전진서)이가 없어진 것처럼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조금이나마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태오랑 여행을 가놓고 지선우를 당연하게 속이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는 개개인의 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드라마 ‘구해줘2’ ‘사랑의 불시착’을 거쳐 만나게 된 ‘부부의 세계’로 하여금 상한가를 치고 있는 그는 겸손한 자세로 “운이 좋아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민을 지켜봐 온 이들은 안다. 그가 얼마나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드디어 터트리게 된 성과라는 것을.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는 것을 안다. ‘부부의 세계’는 운이 좋아서 이렇게 됐는데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내가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연기를 하고 바라보는가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잘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부부의 세계’는 조용히 시작했다가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듯이 내가 할 일을 잘하고 있으면 알아보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내 일을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잘 된 것에 취해있지 않는가를 검열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부부의 세계’는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김영민은 전작 ‘사랑의 불시착’과 함께 비유하며 ‘부부의 세계’ 손제혁을 떠나보냈다.
“운명적인 작품이었다. ‘사랑의 불시착’은 행운이었다면 ‘부부의 세계’는 운명. 너무 잘 돼서 다 하나하나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좋은 분들과 특히 모완일 감독, 배우로서는 김희애 선배님을 만나서 감사했다. 그 마음을 갚는 방법은 열심히, 진짜 어깨 힘을 안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속 저를 채찍질하고 있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사실 행보가 중요한데 세상을 결과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좋은 행보를 걷고 있는 것 같지만,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무너지지 않고 기대 이상으로 잘 됐을 때 들뜨지 않으면서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게 행보가 되고 그게 쌓였을 때 전체적으로 모습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매니지먼트 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