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사라진 시간’, 배우들의 출연 이유 [종합]
입력 2020. 06.09. 17:26:26
[더셀럽 전예슬 기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배우들의 공통된 질문이자 대답이다. 스토리에 의문을 가득 품었던 배우들은 왜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걸까.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정진영 감독을 비롯, 배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등이 참석했다.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후 영화, 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정진영이 연기 인생 33년 만에 감독에 도전했다. 정진영 감독은 “어렸을 때 꿈이 영화연출이었다. 동아리에서 연극하며 배우를 했다. 성인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지냈다. 20년 전 연출부 막내를 하긴 했지만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꿈을 접고 살았다”라며 오래 전부터 가진 감독이 꿈을 언급했다.

이어 “4년 전 쯤, 능력이 되던, 안 되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박하게 나름 해보고 싶었다. 걱정하고 염려하고 무서웠던 게 ‘망신당하면 어떡하지’였다. ‘망신당할 수 있지, 하고 싶은 거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라면서 “시나리오를 쓴 건 2017년 가을이었다. 가을 영화를 찍고 가을 쯤 개봉하려 했다. 시나리오 쓰고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개봉에 대해 실감하지 않았다. 일단 재밌게 해보자고 행복했다. 마지막 후반작업은 작년에 끝났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개봉 때가 돼 제작보고회를 하고 시사회를 하니까 이게 이렇게 무서운 자리인가 생각을 못하고 시작했지 싶다. 극장에서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고 떨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루아침에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형사 형구 역을 맡은 조진웅은 영화 출연 이유로 “삶에는 미묘한 지점들이 항상 존재하더라. ‘이게 말이 돼?’라고. 코로나19는 말이 되나. 아이러니한데 그러면서 살아간다”라며 “가장 생각나는 장면은 시작에 형구가 휑한 길을 걸어가는 거다. 아무런 표정이 없다. 형구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나서 보니 거기 사는 사람처럼 걷는 듯 했다. 그런 지점들이 상당히 미묘했다. 그 미묘한 지점의 연장선이다. 이게 언제 소화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좋게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비밀을 지닌 외지인 교사 수혁 역을 맡은 배수빈은 “시나리오를 보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고민을 하게 됐다. 딱히 크게 하고 싶던 이야기도 없다. 뜨겁게 열정을 불태워서 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가치관이 바뀌면서 무의미해지거나 퇴색된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그냥 나는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그럼 나도 배우로서 어떻게 걸어가는 것보다 계속 걸어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이었다. 그때 정진영 배우이자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보고 ‘이건 잘 모를 수도 있어, 나는 재밌는 거 같애’라고 말씀하셨다. ‘장르가 뭐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이 작품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게 내 이야기일 수 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겠구나. 충분히 공감갈 수 있는 터치를 어느 순간에 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작품을 하는 것에 굉장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출연하게 됐다”라면서 “사실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정진영 감독님이 어려서부터 꿈꿔 오셨던 꿈속에 제가 일부분으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음에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외지인 부부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주민 해균 역을 맡은 정해균은 “저는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했다. 이런 게 말려드는 거구나 싶었다. 책도 꼼꼼하게 읽지 않고 ‘해야죠’라고 했다가 후회도 많이 했다. 지금도 저는 헷갈린다. 그때도 ‘앞에가 진짜냐, 뒤에가 진짜냐’라고 물었더니 감독님이 ‘모든 게 진짜다’라고 하셔서 그냥 했다. 쫑파티 날까지 배우들이 ‘뭐지, 이게 무슨 내용이냐’라고 했다. 지금도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깨어났는데 적응을 빨리 해야겠구나’ 싶었다”라며 “(감독님이) 꼼꼼하게 잘 챙겨주셔서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죽을 때까지 이 작품에 대해 고민할 것 같다. 가슴에 주는 이야기가 있어 지금도 좋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진영 감독은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을 캐스팅한 이유로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인물의 행동, 말투 등을 머릿속에 그린다. 작품에서 같이 했던 인간 조진웅의 모습을 알기에 ‘저 인물인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조진웅 배우를 움직이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조진웅 씨의 여리고 순한 모습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허세도 클 것 같지만 굉장히 여린 사람이다. 형구는 고난을 이겨내는 영웅이 아니라, 굉장히 여린 사람이다. 연기도 잘하고 따뜻한, 여린 모습의 조진웅을 형구로 모시고 싶었다. 책 보내자마자 하루 만에 읽고 하겠다고 답을 주셨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수빈 씨는 작품을 같이 했던 후배다. 수혁의 모습이 한없이 착하지 않나. 수빈 씨 내면의 따뜻함을 안다. 그 따스함을 알기에 그 눈빛을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시나리오 보자마자 하겠다고 하더라”라면서 “해균 씨 역시 같이 작품을 같이 했다. 해균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는 맨 처음 다른 이름으로 썼었다. 잘 안 맞는 거 같더라. 해균 씨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해균이를 해라 해균아’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참여해주셨는데 너무나 흔쾌히 시나리오를 보고 참여해주셨다. 제가 배우 출신이다 보니 후배, 선배, 동료들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게 망설여질 때 있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부분에 두려웠다. 많은 동료배우들이 지나가는 신이라도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낯선 배우들을 모시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사라진 시간’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의식을 던진다. 정진영 감독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끌고 가고 싶었다. 규칙을 생각하지 말자고 해서 시작했다. 영화 연출을 다시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뒤, 그 전에 썼던 시나리오는 버렸다. 익숙한 관습들이 저도 모르게 들어가 있더라. 세상에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고 훌륭한 감독님이 계신데 내가 한다면 새롭고 이상한 걸 해야 그나마 내가 만드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었다. 낯설음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정보와 선입견 없이 보는 게 이 영화를 보는데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거대한 스펙타클, 훌륭한 특수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스토리라인이나 정보를 알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오셔서 마음대로 이 영화를 해석하는 건 관객들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또 “단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싶었다. 나이 들어서 한 고민은 ‘나는 뭐지,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나와 왜 충돌을 할까,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어떤 모티브라고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라며 “이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홍보와 마케팅팀이 힘들었을 거다. 사실 이 영화는 다양한, 하나의 장르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맨 처음엔 호러로 시작해 코미디, 멜로, 형사물, 그다음 판타지였다가 마지막에는 선문답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선문답을 마지막에 던져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굉장히 궁금하다. 그래서 앞에 이야기를 밀도 있고 재밌게 가져가려 했다. 이제 여러분 앞에 놓여 졌으니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장르에 대해 물어본다면 가장 가까운 건 슬픈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 연약한 인간의 괴로움, 슬픔을 그린 코미디”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신인 감독으로 출사표를 던진 정진영 감독의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된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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