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혜선, ‘결백’을 백조에 비유한 이유 [인터뷰]
- 입력 2020. 06.15. 16:58:56
- [더셀럽 전예슬 기자] 배우 신혜선의 안목은 탁월했다. 작품성과 연기력을 이번에도 인정받은 그다.
지난 10일 개봉된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은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첫 주말 동안 31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앞서 두 차례 개봉이 연기됐던 이 영화는 침체됐던 극장가에 활력을 띄우고 있는 상황. 개봉을 앞두고 진행됐던 인터뷰에서 신혜선은 “밀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빨리 시기가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아직 종식된 게 아니라 영화관에 관객분들을 초대하는 게 조심스럽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이 결정됐으니까 건강 유의하시면서 봐주셨으면 하더라고요.”
드라마 ‘아이가 다섯’ ‘푸른 바다의 전설’ ‘비밀의 숲’을 거쳐 그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황금빛 내 인생’까지, 출연한 작품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신혜선은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오랜 시간 연기 내공을 쌓아온 그는 ‘결백’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섰다.
“처음 주연으로 찍은 영화다 보니까 객관성을 잃어버렸어요. 몇 년 후에나 다시 봐야 제가 아닌, 하나의 영화로 평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웃음) 지금은 너무 떨릴 뿐이에요. ‘무섭다’라는 느낌이 크게 느껴지고요. 다른 사람들이 저와 제 연기를 봤을 때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무섭게 다가왔어요. 드라마는 사전제작을 제외하곤 반응이 빨리 오잖아요. 찍은 걸 빠른 시일 내에 결과로 보고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 부담감을 털고 다음 부담감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영화는 부담감이 넘어가는 기간이 길더라고요. 제가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마지막 촬영 때도 허심탄회한 게 아닌, 아쉬움이 컸죠. 편집본이 나오고 개봉 때까지 계속 긴장감이 이어졌어요. 어떻게 봐주실지 반응을 기다리는 게 어렵고 무서웠죠.”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이라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발한 영화로 모녀 서사를 쌓아나갔다.
“제가 시사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시콜콜하게 알 수 있는 점, 그리고 경각심도 일으키고요. 그런 게 무서우면서도 재밌더라고요. ‘결백’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시골이라는 배경은 정감 있고, 푸근하고, 맘 편하게 쉴 수 있는 느낌이었는데 저희 시나리오 속 시골은 뭔가 숨 막히고, 도망가고 싶고, 벗어나고 싶은 이미지가 됐어요.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달랐던 거죠. ‘그것이 알고싶다’를 봐도 표면은 평화롭지만 속으로 파고들수록 아이러니하고 이상한 상황을 보여주잖아요. 저희 영화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누가 막걸리에 농약을 탔고, 그런 일들이 안개 속에 갇힌 느낌이 들었죠. 시나리오 자체가 ‘백조’같은 느낌이었어요. 백조는 물 위에서 우아하게 앉아있지만 물속에서는 엄청나게 발을 젓잖아요. ‘결백’도 속을 파고들면 치밀한 게 들어있어서 ‘백조’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신혜선이 분한 정인은 대형 로펌 에이스 변호사다. 악몽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후 가족과 등진 채 홀로 독하게 살아왔다. 이후 엄마가 체포됐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향하고, 절대 살인 용의자일리 없다고 확신한 그는 화자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변호를 맡았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정인의 당찬 외면과 진실에 다가설수록 혼란에 빠지는 내면 연기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그다.
“큰 화면으로 보니 어색한 게 어쩔 수 없이 보이더라고요. 잘한 것보다 못한 게 부각돼 보였죠. 클로즈업이 많고 얼굴의 표정을 다수 잡은 건 정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큰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정인이 영화의 초, 중반까지 큰 감정변화나 표현을 하지 않아요. 이성적으로 보이게끔 진행되죠. 그런 과정 속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감독님이 잡아주신 것 같아요.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죠.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서로 배려하면서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사전에 충분한 리허설도 있었고요.”
정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엄마 화자 앞에서 “나 어떡해”라며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초반 담담했던 정인은 화자를 변호하면서 켜켜이 쌓아뒀던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 해당 장면이 부담으로 다가왔다던 신혜선은 정인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려 했을까.
“엄마를 만나고, 과거 일을 알게 되면서 ‘나 어떡해야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텍스트로는 이해되지 않았어요. 정인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말을 하는지 저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라 와 닿지 않았던 거죠. 이 외의 감정신들도 저에게는 무섭고 꺼려지는 장면이 있었어요. 촬영이 잡혔다고 했을 때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도 들었죠. ‘소화하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이 느낌이었어요. 현장에서 동선을 맞추고 리허설을 하니 배종옥 선배님은 미리 집중하고 들어가시더라고요. 많이 보고 배웠어요. 화자와 정인이가 마주하는 신은 선배님과 눈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게 정말 도움이 됐죠. 선배님의 눈을 처음 쳐다봤을 때는 배종옥 선배님이 아닌, 정말 불쌍한 엄마의 느낌이 들었어요.”
추적극 대부분이 남성 위주의 캐릭터와 배우들이었다면 ‘결백’은 엄마와 여성 변호사로 설정하면서 ‘여성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기존 남성 중심으로 견인되던 추적극과 확실한 차별성을 두는 것.
“배종옥 선배님은 카리스마가 있어요. 선배님이 걸어온 자취를 알잖아요. 거기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어요. 선배님만의 카리스마가 있죠. 오래 봬서 그런가, 귀여우세요. 장난도 걸고 싶고.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의 관계성이 어색한 사이다 보니까 서로 집중을 위해 카메라 밖에서도 유지 하려고 했어요. 그것도 도움이 됐죠. 선배님은 감정선을 유지하는 편이세요. 집중을 놓지 않으시죠. 그 점을 보고 배웠어요.”
첫 스크린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배움’을 한 신혜선. 동시에 ‘결백’은 ‘도전’의 영화로 남지 않을까.
“뻔한 단어지만 선배님들의 ‘열정’을 배웠어요. 선배님들은 저의 몇 배의 인생을 사셨잖아요. 순수한 열정을 보고 속으로 감탄했죠. 그때 다시 정신을 붙잡았어요. 저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게 최종 목표고요. 열정이 바탕이 된 태도를 본받고 싶고, 그 열정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