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우, 쌓아온 시간 그리고 채워갈 미래 (부부의 세계) [인터뷰]
입력 2020. 06.16. 16:32:25
[더셀럽 김지영 기자] “다른 역을 맡을 때마다 몰라보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게 좋았어요”

배우 심은우에게 새로운 얼굴을 찾았다. 여러 작품에서 눈길을 끌던 심은우의 잠재력이 터진 것이다.

2015년 영화 ‘두 자매’로 데뷔한 심은우는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영역을 쌓아나갔다. 비록 대사가 적은 단역일지언정, 기반을 튼튼하게 잡고 나갔고 흔들리지 않았다. tvN ‘아스달 연대기’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렸고 마침내 JTBC ‘부부의 세계’를 만났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 민현서 역을 맡은 심은우는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부의 세계’ 1회에서 지선우(김희애)에게 진료를 받던 단순한 환자였던 그는 이태오(박해준)의 외도 증거를 포착해내는 지선우 조력자로 발전, 보는 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특히 지선우가 처하는 여러 상황들마다 도움을 주고 여다경(한소희)에게 얻어낸 정보를 지선우에게 전달하며 극이 빠르게 전개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선우와의 관계 못지않게 중요했던 부분이 박인규(이학주)와의 상황이었다. 폭력성향으로 변한 그를 떠나지 못하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 “원래 그런 애가 아니다. 지금 잠깐 아픈 것”이라고 항변하는 모습들로 다른 부부들의 관계와 또 다른 연인 사이를 보여줬다. ‘부부의 세계’ 종영 후 만난 그는 여전한 설렘을 감추지 못하며 촬영 전 민현서를 만들어나가게 된 과정을 털어놨다.

“실제로 데이트폭력을 당하거나 엄청 나쁜 남자 만났거나 하는 경험이 없어서 많이 검색을 했다. 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이나 실제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많더라. 그래서 좀 놀랐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했는데 그렇게 간접적으로 얘기를 듣고 보고 하면서 머리로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머리로 이해를 했지만 마음까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극 초반 박인규에게 집에서 폭행을 당하고 지선우가 구해주는 장면을 찍고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연기를 오랜 기간한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겪은 일이었다.

“민현서가 초라한 행색으로 집에서 뛰어나온다. 그때 뭔가 서럽고 감정이 벅차오르더라. 진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앗다. 진하게 간접경험을 했던 것 같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현서의 마음을 그때 조금 이해를 했던 것 같다. 그날 촬영을 하고 귀가하는데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나더라. ‘이게 뭐지’ 싶어서 주변에 물어보니 감정멀미라고 하더라. 감정을 많이 쏟고 나면 겪는다고. 촬영하면서 두, 세 번 겪었다.”



박인규에게 추궁과 폭행을 당해도 민현서는 쉽사리 박인규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행색을 감춘 민현서를 찾아내고, 지선우가 몰래 살아갈 집을 구해줘도 찾아내 거주하는 그를 쫓아내지 않는다. 심은우는 민현서로 분하면서 박인규를 떠나지 못하는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민현서가 박인규를 생각하면 두렵고 떨리고 공포스럽고, 죽을 것 같은 감정이 있었을 것 같다. 민현서는 자기 생각이 없고 나약한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주고나이 있어서 본인과 비슷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규를 봤을 때 연민이 느껴지고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괜찮은 남자로 만들거야’라는 말이라던가, 나로 인해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류고 착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인규에게 더 못 벗어났던 것 같다. 그게 조금 더 지배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선우는 이태오와 이혼하면서 박인규도 구속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민현서는 잠시나마 박인규와 떨어져 지내고, 모든 연락망을 끊었지만 또 다시 박인규는 민현서를 찾아냈다. 박인규와의 관계에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민현서는 그에게 알리지 않고 고산시를 떠나려고 했으나 결국 그에게 붙잡힌다.

“고산역에서 박인규에게 솔직하게 말할 때 감정적으로 제일 힘들었다. 되게 예상과 감정이 다르게 나온 것 같다. 박인규의 얼굴이 잡히는 장면을 먼저 찍었는데 슬프더라. 인규의 눈이 공포로 느껴지면서도 슬펐다. 이학주 배우가 실제로도 많이 울었다. 이학주 배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진심으로 슬프고 가슴이 메어졌다. 그런데 현서의 감정 라인상 울면 안 될 것 같고 단호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감정을 억눌러서 촬영했다.”

박인규의 사망으로 지선우와 이태오의 상황도 요동을 친다. 갑작스레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이태오는 궁지에 몰려 당황스러움을 표하고 여다경과 여병규(이경영) 모두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민현서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정신력이 무너지고 지선우의 도움으로 산장에 숨어든다.

“산장에 숨어있는 장면을 찍을 때 감정이 어려웠다. 그런 감정이 나오는 게 쉽지 않더라. 제가 어려워하는 것을 김희애 선배님도 아셨는지 저에게 ‘비가 오는 날에 벌벌 떨고 있는 새라고 생각해’라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도움을 받으니 수월했다.”

민현서는 믿는 지선우에게 이태오의 반지를 건네주지만 지선우는 이태오를 위해서 민현서가 준 반지를 이용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민현서는 지선우의 이러한 행동에 충격을 받지만 이내 경찰서 앞에서 지선우에게 완전한 이별을 고한다.

“현서의 엔딩이기도 하고 그 긴 대사들을 어떻게, 어떤 흐름으로 잘 끌고 나가서 마침표로 찍고 나갈 것인가의 고민도 됐다. 되게 애매하게 끝날 수도 있는 것이어서 걱정이 많이 됐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의 별 다른 코멘트가 없었고 ‘잘했어’ 하시더라. 실제로 방송 나오고 나서 그 장면을 좋게 봐주시는 지인도 있었고. 걱정이 많았지만 잘 나온 것 같다.”



보통의 삶을 살 것이라고 말하고 떠난 민현서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수개월간 민현서로 살았던 심은우는 현실적으로 그의 미래를 생각하면서도 그의 행복한 앞날을 바랐다.

“당장은 힘들 것 같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게 맞지만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인 것 같다. 먼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서 좋아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우고 다음엔 사랑도 하는 현서였으면 좋겠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나온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 민현서로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 때문에 민현서는 그에게 더 없이 소중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는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은 캐릭터’라고 특별함을 강조하면서도 변화를 꾀하고,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배우를 꿈꿨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캐릭터가 없었지 않나. 민현서는 저에게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의 수고와 노력,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준 역할이었고 이전의 시간들이 지금의 현서를 만들어준 것 같다. 여태까지 도전하는 것과 변신하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몰라보시는 경우가 있어서 배우로서 좋았는데 앞으로도 한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고 도전하고 변화를 성취해나갈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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