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소녀’, 유리천장에 가로막힌 길을 걷는다는 건 [씨네리뷰]
- 입력 2020. 06.18. 12:03:55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어렸을 땐 모두가 칭찬만 했다. 크고 나서 보니 ‘여자’라는 이유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결국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이는 새로운 강점이 됐다. 영화 ‘야구소녀’ 속 주수인이 벽 앞에 좌절한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주수인(이주영)은 어렸을 적부터 ‘천재 야구소녀’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주수인의 상황으로는 프로 입단은 꿈꿀 수 없는 일이기 때문. 최고 시속 130km를 던지지만 프로에 입단한 여자 선수는 해외에도 없으며 혹여나 ‘트라이아웃’ 선발 대상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남자와 견주어봤을 때 현저히 떨어지는 실력이다.
주수인의 실력은 모자란 노력에서 온 것이 아니다. 어느 다른 선수들보다 부지런하고 훈련 후에도 남았다. 그럼에도 남자와 여자라는 신체적 한계에서 오는 벽은 주수인의 희망을 가로막는다. 더군다나 그를 둘러싼 가족, 선생님 등 모두가 그에게 ‘빨리 포기해라’고 종용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해 주수인을 위해서 해주는 말이었다.
‘야구소녀’는 주수인이 ‘여자라서 못한다’는 성별에 포커스를 두거나 이를 이용한 극적인 연출, 억지 감동을 자아내지 않는다. “남자도 프로에 입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수인이는 어떻겠냐”는 코치 최진태(이준혁)의 말이 관객을 납득시킨다. 더불어 시속 130km를 던지던 주수인이 ‘노력 끝에 남자보다 강한 볼을 던지게 됐다’와 같은 영화적 설정조차 없다.
최윤태 감독은 목표가 명확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는 주수인을 통해 청춘을 이야기한다. 뚜렷한 지점을 추구하면서도 주변의 많은 설득과 비난으로 흔들릴지언정, 더욱 굳세어지고 강해지는 주수인으로 하여금 꿈을 향해 걷는 청춘들의 판단이 그릇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수인처럼 없는 길이라면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며 자신으로 하여금 더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영화의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이주영은 주수인의 심리를 정확하게 표현해낸다. 여자도 프로에 입단할 수 있다는 의지, 엄마와 코치, 선생님 등의 만류에도 자신의 목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눈빛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주변의 말처럼 억지스러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의 고민, 고뇌, 갈등 등을 그의 입에서 뱉어 나오는 깊은 한숨과 표정들로 드러낸다.
주수인의 모친 신해숙 역을 맡은 염혜란은 이번 작품에서도 실감나는 연기로 시선을 강탈한다. 고된 상황에 지쳐 주수인에게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는 진심어린 충고와 잔소리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애정 없는 잔소리는 없듯, 주수인에게 쏟아 뱉는 말들 또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는 것 역시도 연기로 보여준다. 주수인의 코치를 맡은 이준혁은 이주영과 촬영 전 한 달간 실제 프로입단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며 캐릭터의 사실성을 높였다. 주수인의 목표가 허무맹랑한 고집이라는 선입견에서 힘을 실어주는 스승이 되는 과정을 눈빛과 분위기, 적정한 톤으로 보여준다.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청소년의 고민과 갈등을 담은 성장드라마는 숱하게 그려진 영화 속 단골 소재다. 그럼에도 ‘야구소녀’가 진부하지 않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극 중 주인공의 성별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모든 세대에게 꿈을 이야기하기 때문일 터다. 가로막힌 벽을 넘어서는 주수인의 성장사로 관객에게도 힘을 주는 영화 ‘야구소녀’는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야구소녀'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