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백’ 홍경, 겉핥기식 연기 아닌 진정성을 담은 배우 [인터뷰]
- 입력 2020. 06.19. 17:40:51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저 배우, 누굴까.’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이다.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있었나, 누굴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한 주인공은 배우 홍경.
최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홍경은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모습과 반대로 수줍음 가득한 20대 소년이었다.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침체됐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은 ‘결백’. 스크린 데뷔작이란 점에서 뿌듯함과 동시에 기쁨도 느낄 법 하지만, 홍경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을 먼저 생각했다.
“마냥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이 스코어가 결코 작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주시는 것 차제만으로도 감사하죠. 저도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매일, 매주, 극장을 찾았던 사람이에요. (코로나19 확산으로) 3~4개월 정도 (상영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잖아요. 의료진들이 고생해주시고 있는 만큼 서로 조심하면서 활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어요.”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이다.
홍경은 극중 자폐성 장애가 있는 정인의 남동생 안정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화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인에게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 캐스팅 이후 자진해서 특수학교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며 본인이 연기할 캐릭터를 이해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정수는 기준이 명확하게 있지 않지만, 많은 발견과 이해, 공감이 필요한 인물이었어요. 연기를 할 때도 단순히 장애인분들의 특징, 움직임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그걸 통해 어떻게 움직이느냐를 알고 싶었죠. 아무리 노력해도 발톱의 때만큼 밖에 안 되겠지만, 그런 면들을 진심으로 알아가려고 했어요. 과정 자체가 소중해서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목적을 위해 특수학교를 가는 건 너무 죄송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인간적으로 다가가려 했어요.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감정이 오가는지 많이 생각했죠. 인간적으로 (표현하려) 많이 노력했어요. 어떤 배역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 역할은 겉핥기식으로 표현하기 싫었거든요. 제일 중점에 뒀던 건 어떻게 느끼는지부터 시작했어요.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겉모습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쉬운데 저에겐 그런 것들이 최우선이 아니었죠.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고 이해해나갔어요. 그래서 저의 첫 번째 단계는 ‘나와 다르지 않다’라는 걸 인정하는 거였어요. 전에도 저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요. 미국의 어떤 주에는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이 많이 사는 곳이 있더라고요. 거기서는 수화가 모든 사람이 쓰는 언어이기 때문에 그게 장애로 여겨지지 않는대요. ‘그렇다면 비장애인은 뭐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장애인이라고 치부할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런 점들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고 인정했어요.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가 우선이었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해선 중점을 두진 않았던 거죠.”
홍경은 정수가 가진 특수 상황과 배경 등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구했고, 정수라는 인물을 고스란히 자신에게 덧입혔다. 또 박성현 감독과 함께 모자, 남매 호흡을 맞춘 배종옥, 신혜선의 도움도 컸다고 밝혔다.
“제가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는 ‘이런 행동 좋은데, 이런 눈빛이나 호흡은 어떨까’라면서 ‘조금 더 들어가 표현하면 이 신에서 방해될 것 같아, 낮춰주거나 키워주겠니’라고 디테일하게 잡아주셨어요. 제가 아니라 배종옥, 신혜선 선배님 중심이라 그분들만 신경 쓸 수 있는데 제 역할의 중심도 잡아주셔서 감사했죠. 또 배종옥 선배님, 허준호 선배님, 신혜선 선배님, 태항호 선배님도 제가 뭘 하더라도 유연하게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기와 상황을 만들어주셔서 ‘저분들만 믿고 연기를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7년 KBS2 드라마 ‘학교 2017’로 브라운관에 데뷔한 홍경은 ‘저글러스’ ‘라이브’ ‘라이프 온 마스’ ‘동네변호사 조들호2’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다양한 얼굴과 색깔의 연기를 무궁무진하게 보여줄 그의 얼굴이 벌써부터 궁금하지 않은가. 홍경은 장르나 역할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고 소망했다.
“뭘 하고 싶다고 정해두면 다른 역할이 왔을 때 ‘이 역할은 아니야’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정해두지 않는 편이에요. 한 가지 목표하는 바는 아직 제가 인생의 많은 경험이 없고 교훈을 줄 수 있진 않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것들의 성장통을 쏟아내고 싶어요. 특정역할을 정해둔 건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해나가고 싶은 거죠. 저희 세대가 앞으로를 끌어나가는 세대잖아요. 코로나19 사태, 주변 친구들만 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해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바꾸진 못해도 개개인의 인생은 위로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세대에 대한 믿음이 있는 거죠. 배우는 말이 아닌, 연기로 보여줘야 하잖아요. ‘완벽한 위로가 될 거야’라고 말은 못하지만 100명 중 한 명에게라도 위로가 된다면 감사한 일이지 않을까요.”
1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홍경이란 배우에게서, 개인에게서 느껴진 것은 ‘진중함’과 ‘진실함’이었다. 생각이 넓고 깊을 뿐 아니라, 강단까지 있는 그는 ‘경청(傾聽)’하게 만드는 힘까지 가지고 있었다. 10년 후, 20년 후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배우다.
“여러 세계를 입어보고,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시점에서는 진공 속에서 연기하기 싫고, 거품 속에서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중립적인 것들을 잘 지켜나가면서 잘 해내가고 싶은 마음이죠. 또 저에게 주어진 25살, 20대를 잘 보내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이 너무 소중한 거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