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양연화' 박진영 "미스 캐스팅이란 말 듣고 싶지 않았어요"[인터뷰]
- 입력 2020. 06.22. 16:40:58
- [더셀럽 박수정 기자] "미스 캐스팅이란 말 듣고 싶지 않았어요"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의 주연을 맡은 박진영이 작품에 임하기 전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 같이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진영은 목표하던 바를 이루며 '화양연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6월 14일 막을 내린 '화양연화'는 아름다운 첫사랑이 지나고 모든 것이 뒤바뀐 채 다시 만난 재현(유지태)과 지수(이보영)가 가장 빛나는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며 그리는 마지막 러브레터로, 과거 재현(박진영)과 과거 지수(전소니)의 풋풋했던 사랑 그리고 인생에 찾아온 또 한 번의 '화양연화'를 마주한 이들의 운명적 재회와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다.
'화양연화'는 현재 재현(유지태)-지수(이보영)와 과거 재현(박진영)-지수(전소니)의 이야기가 거의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만큼 '따로 또 같이' 각각 커플들의 호흡이 중요했다.
처음으로 2인 1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던 박진영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캐스팅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많은 분이 과거의 재현, 지수 커플을 좋아해 주셔서 목표 중 작은 부분은 이룬 것 같다. 항상 작품을 끝내면 드는 생각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좀 더 살아 숨 쉬는 연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좋았던 거는 재현이가 가진 정의로운 면을 초반에 잘 보여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선배인 유지태와 2인 1역을 맡았기 때문에 부담감도 엄청 컸다고. 박진영은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가진 선배님인데, 그분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는 건 바통을 주고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하면 캐릭터의 서사가 붕괴할 수 있어서, 그런 지점이 어렵게 다가왔다. 피지컬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드라마적 허용이라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갔다(웃음)"고 털어놨다.
2인 1역 연기에 가장 중점을 둔 지점에 대해선 "현재의 재현이 좀 변하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과거 재현의 스토리를 알기 때문에 현재 재현이 저렇게 안 변하면 오히려 이상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재현의 스토리를 모르고 보면 옛날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재현이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님은 한재현은 분명 똑같은 한 사람이지만 또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대로 표현하고, 현재는 현재대로 표현하되 그 사이에서 공통점을 맞춰 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재현은 연희대학교 수석입학 법학과 91학번이다. 동아리 '철학연대', '영화혁명' 회장이자 총학생회 사회부장이다. 뜨거운 신념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인물로, 운동권 핵심 멤버다. 박진영은 '화양연화'를 통해 그 시절 뜨거운 가슴을 가진 대학생 한재현을 만난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재현이라는 인물을 만나 많이 초라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내가 과연 저 상황에 놓이면 정의로운 결정과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저 시대를 살았다면 나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수 없는 질문 속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비록 드라마일지라도 현실과 정의 속에서 갈등하고, 자신의 신념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는 재현이의 모습 속에서 내가 바라는 이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나를 받아준 재현이가 정말 고마웠고 재현이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함께해온 스태프분들도 고마웠다. 배우 선배님과 동료분들이 없었다면 재현이가 완성되지도 못했을 거다. 제목처럼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란다"
후반부 과거 재현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재현의 아버지인 철강회사 노동자 한인호(남명렬)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자살한다. 그 사건에는 현재 재현의 장인어른이자 장서경(박시연)의 친부 장산(문성근)과 지수의 아버지 윤형구(장광)이 연관되어 있었던 것. 비슷한 시기, 지수의 가족도 한 순간에 무너진다. 지수의 어머니와 동생이 백화점 붕괴사고로 사망한다. 지수의 불행은 재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박진영은 후반부 재현의 급격한 감정변화를 섬세한 연기로 깊이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재현이의 감정선에서 부모님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에게 부모님, 엄마, 아빠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시린 느낌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은 항상 있을 거다.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를 대하는 신의 감정은 좀 자연스럽게 잡혔던 것 같다. 실제 제가 느꼈던 감정들도 대입했다. 이쪽 일을 하면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왔지만, 지금은 일이 돼 버리고, 가끔은 좋아했던 본질을 잊고 기계적으로 할 때도 있더라. 이런 면이 재현이가 처한 상황, 운동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입됐다. 정의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이득을 보려고도 하고. 본질이 변질하고 바뀌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성찰하게 됐다"
전소니와 아련한 첫사랑 로맨스를 연기한 소감도 전했다. 박진영은 "전소니 배우님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겪어보니 굉장히 물 같은 사람이더라. 내가 기계적으로 뭔가를 할 때도 거기에 다 맞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덕분에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나는 작은 것까지 다 준비해서 현장에 가는 사람이라, 이게 표현적 한계가 있기도 하다. 전소니 배우님은 표현적 한계가 없이, 현장에서 흐름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다 해보는 스타일 같았다. 그런 점을 참 많이 배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진영, 전소니는 '작재작지(작은 재현이 작은 지수)'라는 애칭을 얻으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재작지'와 현재 재현-지수의 단단한 연결고리 덕분에 그들의 로맨스는 더욱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1부 교무실에서 현재의 재현과 지수가 다시 마주할 때. 너무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그리고 '찾았다 윤지수'라는 대사가 굉장히 가슴 시리면서 과거와 현재를 잘 연결해줬다고 생각한다. 과거에서는 풋풋하고 설레는 느낌이었다면 현재는 절절하고 가슴 시린 대사였다"
'화양연화' 최종회에서 그려진 '작재작지'의 엔딩도 화제가 됐다. 초반 재현과 지수가 대학교 앞 시위 현장에서 처음 만나는 거로 그려지는데, 최종회에서 훨씬 전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만났음을 보여준다.
"시위 현장에서 넘어진 지수를 우연히 구해준 게 아니라, 재현이 지수를 알아보고 일으켜 세운 거다. 재현이 먼저 지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시청자분들이 나중에 알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과거와 현재의 재현, 지수가 만나 서로를 위로해주는 장면도 판타지적 요소가 아름답게 표현돼 좋았다"
'화양연화' 속 20대 재현처럼 박진영도 치열하게 20대를 보냈다. 박진영은 2012년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 2'를 통해 배우로 먼저 대중 앞에 섰다. 그해 5월 JJ Project의 싱글 앨범 'Bounce'를 발매하며 가수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2014년 1월 갓세븐의 미니 1집 'Got it?'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배우로서도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사랑하는 은동아', '푸른 바다의 전설', '미술학교',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그동안의 시간을 뒤돌아봤을 때, '이 정도면 잘 해왔다'라며 쓰담쓰담 해줄 수 있다. 그리고 과거를 부정하고 좌절하면 뭐하나. 중요한 건 현재다. 부족한 걸 찾았다면 그걸 잘 채워서 현재를 단단하게 만들면 된다. 과거를 탓하기만 하면 도움될 게 없다. 남은 20대도 치열하게 살고 싶다. 지금까지도 무척 치열하게 살았는데,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 30대의 나는 지금보다는 좀 더 즐기면서 일을 할 것 같다. 지금도 물론 즐기는 부분이 있지만, 애를 쓰면서 하는 느낌도 있다. 30대가 되면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