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초전 없는 ‘#살아있다’, 단숨에 빨려드는 재미 [씨네리뷰]
- 입력 2020. 06.24. 11:53:19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다. 시작하자마자 알 수 없는 감염병으로 좀비가 된 사람들로 세상이 뒤덮인다. 서론을 찾을 새도 없이 극장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화 ‘#살아있다’의 얘기다.
지난 2016년 영화 ‘부산행’이 대대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다양한 장르의 좀비물들이 탄생했다. 시대적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긴 ‘물괴’와 ‘창궐’, 시골 마을에 좀비가 갑작스레 등장해 혼란스러운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기묘한 가족’, 조선시대에 퍼진 역병이 좀비형태로 번져가는 과정과 이를 시대적 상황으로 잘 엮어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등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K-좀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부산행’을 제외하고 이러한 작품들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극 중 등장하는 좀비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떤 경로로 사람들에게 퍼지는지를 작품에서 중요하게 다뤘다. 기승전결이 쌓여야 하는 과정에서 좀비의 탄생 순서가 영화의 기(起)와 더 나아가 승(承)까지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관객과 만나는 ‘#살아있다’는 좀비의 탄생, 사회에 퍼지게 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
느지막이 일어난 준우(유아인)는 갑자기 울리는 경보음과 게임 속 친구들의 말에 당황함을 느낀다. 뒤늦게 튼 뉴스에서는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로 인한 피해가 다급하게 속보로 전해지고 집 밖에선 여러 사람의 비명이 뒤덮인다.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옆집 남자로 인해 문을 열어주지만 준우는 그를 보면서 세상이 갑자기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준우의 가훈과는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다.
예고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좀비의 습격에 당황함을 느낄 새도 없다. 한시의 틈도 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충격은 이전에 봐왔던 좀비물과는 다른 쾌속 전개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숨을 돌릴 새면 등장하는 좀비, 전염병에 걸리기 전의 직업적 특성을 가진 좀비들로 인해 더욱 긴장감이 조여든다.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좀비들이 리얼하지 않다면, 영화에 몰입도 하지 못할 터다. 그러나 ‘#살아있다’ 속 좀비들은 어느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흉측하고 끔찍하게 표현됐다. 극 중간중간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장면들에도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만들 정도다.
또한 코로나19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오히려 ‘#살아있다’의 사실성을 높였다. 극 중 준우가 집 밖으로 발한 자국도 떼기 힘든 상황, SNS로 구조요청을 하고 근황을 전하는 모습, 영상으로 자신의 마지막 발자취를 남기는 장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장 편안했던 장소인 집이 유일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리는 현실, 가족들과 단란하게 보냈던 집은 외부의 상황으로 극 중 인물들의 숨통을 옭아맨다. 하지만 집을 벗어나면 알 수 없는 감염병으로 원인불명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공격을 당할 위기에 처지고 이 때문에 더욱 집에서 느끼는 고립감이 높아져만 간다. 그러나 쉽게 무너질 수 없듯이, 살아남기 위해 가족사진 위에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문구를 써 붙여 마음을 다잡거나, 필요한 물건이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을 수 있도록 집안에 요새를 설치하는 등의 모습으로 준우와 유빈의 간절함과 생존의 의지가 표현된다.
‘#살아있다’가 기존의 다른 재난 영화와 다른 지점은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극 중 인물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의 재난 영화들에선 어떻게서든 살아남기 위해 정신력으로 버티는 강인한 인물들이 히어로처럼 그려져 왔다면, ‘#살아있다’ 속 유빈과 준우는 오히려 평범함에 가깝다. 준우가 살아남으려고 버티게 만들어줬던 존재는 가족이었고, 그 존재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중심이 흔들리는 모습,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귀결하는 과정, 이를 제지해주고 삶의 의지를 다져주는 유빈 또한 같은 고민을 했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살아남는다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영화적 의미를 내포한다.
숱하게 봐온 재난 영화, 이제는 싫증이 난다는 선입견과 우려가 먼저 드는 좀비물이라고 하더라도 ‘#살아있다’만의 강점은 분명하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싸우고 있는 현 상황과도 비슷하게 맞물려가는 ‘#살아있다’는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