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결산③]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영화계, 고통은 ‘ing’
입력 2020. 06.24. 16:36:48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모든 게 멈춰버렸고 생활 곳곳을 침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 밖으로 나서지 않는 사람들, 갇힌 공간에서 퍼지는 바이러스의 공포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발길은 끊겼고 영화계는 송두리째 흔들렸다. 2월부터 이어져 온 바이러스의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월 중순부터 퍼지기 시작한 우한 폐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이름으로 정정, 막강한 전염성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짧은 시간에 감염된 환자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밀폐된 공간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밀폐된 공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영화관이었다.

그런 영화관에 발길이 끊기고, 영화를 보러 오라고 홍보하지 못하는 턱에 여러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영화관은 문을 닫아야 했고, 개봉 일정은 늦춰졌다. 올 하반기 혹은 내년에 개봉 예정인 영화를 촬영할 수도 없어 촬영 일정이 연기되거나 제작이 무산됐다.

◆ 직격탄을 맞은 극장

영화관은 코로나19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2월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대비 66.9% 하락한 737명을 기록했으며 3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183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4월은 더 나아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4월뿐 아니라 월별 관객 수 모두에서 최저인 97만 명이 관람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237만 명(92.7%) 감소한 수치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 극장 운영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영화관의 문을 잠시 닫거나 축소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CGV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 중이던 3월 35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전국 직영점 116곳 중 30%가 영업을 중단한 셈이다. 메가박스는 3월 102개의 상영관 중에서 11개 지점을 휴관했고 4월엔 19개 지점이 휴점했다. 롯데시네마는 전국 120여 곳 상영관 중 대구지역 9곳만 닫았다.

영화관의 주 수입원인 표가 팔리지 않으니 직원들의 임금삭감, 단축근무도 이어졌다. CGV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표는 30%, 임원은 20%, 조직장은 10%의 비율로 연말까지 월 급여를 자진 반납했다. 근속기간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희망하는 임직원에 한해 무급 휴직도 시행했다. 메가박스는 임원 월급 20%를 반납했고 임직원 50%가 한 달간 휴직, 나머지는 주 4일간 근무하기로 했다.



◆ “홍보할 수도 없는 현실” 개봉 늦춘 영화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지기 전, 이를 감지하고 개봉을 한 차례 연기했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결국 피해를 입고 말았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등 한 작품에 볼 수 없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코로나19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아 누적 관객 수 62만 명에 그쳤다. 이보다 한 주 일찍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150만 명을 가까스로 돌파했으나 영화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두 작품에 대해 “이 정도의 성적을 받을 영화가 아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라며 말을 잇지 못한 게 당시의 상황이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예정이었던 ‘콜’은 개봉을 잠정적으로 연기, 6월인 현재까지도 개봉 일정에 대해 여전히 알려진 바 없다. ‘침입자’와 ‘결백’은 수차례 개봉을 미루다 지난 5월로 확정, 관객과 만나고 있으나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에 애써 웃음 짓고 있다.

개봉을 미루고 낮은 성적표를 받은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사냥의 시간’은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당초 극장 상영을 목표로 촬영한 ‘사냥의 시간’은 그치지 않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결국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비록 넷플릭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기까지는 여러 잡음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론 OTT에서의 오픈이 더 잘한 선택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평도 대다수였다.

◆ 촬영 일정에도 지장 준 코로나19, 골머리 앓는 현장

영화 속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신선한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를 위해서 많은 영화가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발목을 잡았고 하늘길이 막혀버렸다.

‘보고타’는 한국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올 로케이션을 감행했다. 지난 1월부터 촬영이 진행됐으나 남미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 3월 배우를 비롯한 전 스태프들이 모두 귀국했다. ‘보고타’ 측은 국내에서 세트를 지어 촬영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이도 결국 무산, 코로나19가 완화되면 보고타로 다시 가서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남미의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결국 촬영을 내년으로 미루는 결정을 내렸다. ‘보고타’의 주연 송중기는 올 하반기에 촬영하려고 했던 ‘너와 나의 계절’과 일정이 엇갈리게 되면서 ‘너와 나의 계절’을 하차하는 것으로 결정지었다.

국내에서 촬영을 하는 영화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병원이나 학교, 공항 등의 시설이 코로나19로 폐쇄됐으며 촬영 허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종교, 유흥시설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수차례 커지는 것을 그간 지켜보면서 더욱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영화 촬영 관계자는 “오히려 나아질 줄 알고 하반기에 촬영을 재개하는 걸 목적으로 했는데 나아지면 다시 퍼지는 상황에 결국 내년에 미뤘다”며 “상황이 나아진다고 느끼는 것보다 또 크게 확산할까 봐 걱정하고 조심스럽다. 해외 촬영을 하는 영화들도 국내촬영으로 대본을 수정한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 영진위의 자구책, 극장 활기 도움 될까

영화 침체기가 수 달째 이어지자 영화인들은 연대회의를 결성,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지난 3월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는 성명문을 발표해 ▲영화산업 특별고용지원 업종 선정 ▲영화산업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 시행 ▲정부의 지원 예산 편성과 영화발전기금 또한 지원 비용으로 긴급 투입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2월분부터 극장에서 매월 납부하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3%)을 한시 감면했다. 또한 영화발전기금을 변경해 개봉이 연기 및 취소된 작품 20여편에 대한 마케팅을 지원해 촬영 또는 제작이 중단된 작품 20여편에 대한 제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화관람 활성화를 위한 100만 장의 할인권을 제공하고, 홍보 캠페인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이에 영진위는 지난 4일부터 입장료 6천 원 할인권을 배포했다. 위축된 영화 소비를 촉진 시키기 위해 마련된 할인 이벤트이며 3주간 걸쳐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영화 관람객이 다소 늘어났긴 하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이벤트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도 적지 않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개봉 미룬 영화들에 대한 마케팅 지원을 영진위에서 해준다고 했는데,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고 큰 효과가 없는 할인 티켓만 지급해 더욱 답답한 심정”이라며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암울 그 자체였다”

윤성은 평론가는 지난 상반기를 돌아보며 “코로나19로 초토화된 상태”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반적으로 암담하다. 일단 올해 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몇 개월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극장에 안 오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더 길어져서 올해 안에 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다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더 없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한 최근 ‘침입자’를 필두로 ‘결백’ ‘사라진 시간’ 등 그간 개봉을 미뤄온 작품들이 속속들이 관객과 만나면서 영화관이 조금씩 활개를 띄는 추세다. 그러나 윤성은 평론가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현실적으로 말하면서 “일주일에 몇만 명이 안 되는 관객이 찾는 때보다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관객 수는 낮다. 대부분 이런 상황임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메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름 극장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않은 이유는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승리호’ 등이 여름 시장에 나올 예정인데, 이 작품들이 조금 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만일 이 작품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영화산업이 지금 문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다. 한국에서 가장 즐기는 취미 생활 중 하나가 영화기 때문이며 영화계에겐 생존의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영화 업계에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것과 더불어서 개봉한 작품들을 사람들이 많이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진위의 관람권 6천 원 할인 이벤트가 상충 되는 것처럼, 적용 가능한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뉴시스, 영화 포스터, 더셀럽 DB]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