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꾼’, 이봉근·김하연 아니었음 어쩔 뻔 했나 [씨네리뷰]
- 입력 2020. 07.01. 16:47:26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익숙하고 단순한 이야기 구조다. 그러나 우리의 소리와 배우들의 명연기가 웃기고 울린다.
‘소리꾼’(감독 조정래)는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영화다.
착취와 수탈, 인신매매로 정국이 어수선한 영조 10년. 소리꾼으로 생활하며 밥벌이를 이어가는 학규(이봉근)는 아내 간난(이유리)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딸 청이(김하연)와 함께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간난이 납치됐다. 함께 납치됐다가 간신히 탈출한 청이는 충격에 눈이 멀어 버리고 말았다. 학규는 유일한 조력자 장단잽이 대봉(박철민)과 청이와 함께 아내를 찾기 위해 나선다.
봇짐을 지고 청이를 업고 유랑걸식을 하던 학규는 자신의 유일한 재주, 소리를 마을 곳곳에 풀어낸다. 그러던 중 행색은 초라하나 속을 알 수 없는 몰락 양반(김동완)을 만난다. 그렇게 이들은 간난을 찾기 위한 조선 팔도 유랑기를 시작한다.
‘소리꾼’은 학규의 입을 통해 음악이 만들어지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간난을 찾기 위해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 ‘심청가’에 곡조를 붙여 저잣거리에 노래를 부르는데 이는 곧 민심을 울리고, 완성된 소리는 세상을 바꾼다.
조정래 감독은 한국의 정통 음악 판소리를 뮤지컬 영화 장르로 풀어냈다. ‘심청가의 기원이 이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그 중심축 역할을 명창 이봉근이 해낸다. 첫 연기 도전이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필름 위에 쏟아낸 그다.
영화 첫 시작, 등장부터 판소리를 한 이봉근은 낯섦을 진한 감동과 울림으로 뒤바꾼다. 그의 소리는 뒤로 갈수록 힘을 발휘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말 그대로 ‘압권’이다. 피를 토해내는 절절한 소리를 보고, 들으면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터.
농익은 이봉근의 소리에 딸로 등장하는 김하연의 연기도 ‘소리꾼’을 탄탄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연기의 신’ ‘천재’라고 감탄했듯 눈빛, 손끝 등 디테일 하나도 그냥 놓치지 않는다.
조선 팔도의 풍광명미가 무색할 정도로 연출 부문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미장센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인당수 장면에서 등장하는 CG는 엉성하다. 배경과 배우들의 연기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랄까.
‘소리꾼’은 오늘(1일) 전국 극장을 통해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19분. 12세 관람가.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