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강동원 “‘몸빵’하는 정석? 아쉬움 전혀 없어요” [인터뷰]
입력 2020. 07.20. 16:20:53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강동원의 잘생김이란 익히 알고 있는 터다. 영화 ‘반도’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훈훈한 외모 못지않은 뜻밖의 부분이 이목을 잡아끈다. 강동원이 가장 먼저 돋보이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과 이정현, 이레의 뒷배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는 것이 예상 밖의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는 4년 전 극 중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좀비바이러스가 퍼져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으로 포문을 연다. 군인 정석은 가족을 차에 태우고 피난선까지 무사히 태우지만, 그 안에서 발발한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해외에서 난민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묘한 제안이 들어온다. 좀비로 인해 버려진 땅 반도에서 거액의 달러 지폐를 빼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매형의 설득으로 반도로 들어간 정석은 군인시절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듯 하다가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을 만난 뒤 상황이 역전된다. 아무도 살아남지 않았을 것 같았던 반도에서 만난 뜻밖의 ‘들개’들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심지어 화려한 카체이싱을 하는 준이, 뛰어난 타격률을 자랑하는 민정(이정현)의 활약에 정석의 분량은 턱없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영화가 아쉽지 않은 지점은 많지 않은 분량에 할 몫을 충분히 해냈기 때문이다. 중반부를 넘어서 631부대와 대립할 때, 위기에 처한 민정을 구할 때 등 이따금씩 있는 정석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된다.

배우라면 자신의 분량에 욕심이 나고,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자 감독에게 어필할 수도 있을 터지만 강동원의 경우엔 달랐다. 자신보다는 이정현과 이레에게 초점을 맞추고자 했고 그는 촬영장에서도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이레”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물론 욕심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처음부터 ‘반도’가 정석의 시선으로 들어가 다른 배우들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한 셈이었다.

“저는 ‘몸빵’ 역할이었다.(웃음) 처음부터 극 구조가 이렇게 짜여 있어서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관객은 정석의 시점으로 영화에 끌려 들어가니까 그것에 중점을 맞춰서 연기했다. 다른 배우들이 ‘팔딱팔딱’해야 이 영화가 사니까. 최대한 조절을 잘 하려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전혀 없다.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그랬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하면 이 배우가 돋보일 것 같다’는 얘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석은 준이와 민정에 비해 수동적이다. 반도에 처음 들어갈 때도, 631 부대에 들어갈 때도 민정이 걸크러시를 발휘하며 리더십을 보일 때와 비교해서 적극적이지 않다. 캐릭터 자체가 수동적이다 보니 강동원도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배우가 연기하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긴 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안에서 캐릭터의 흐름을 찾아나갔다.

“사실 이런 캐릭터를 표현할 때 늘 답답하다.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할 것은 없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어렵긴 하다. 매 순간 촬영할 때 더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정석을 할 때는 앞, 뒷 신을 생각해보고 계속 흐름을 만들어나가려고 했다. 정석은 처음엔 합리적이고 냉철한 캐릭터였다가 가족을 잃는 사건을 겪으면서 부정적으로 바뀐다. 그러다가 다시 희망을 찾고. 이런 식으로 흐름을 찾아나갔다.”



정석은 누나를 구하려다가 조카에게 물린 누나를 보면서 비관적인 삶을 산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반도에 들어갔을 땐 돈 때문에 움직인 게 아니었다. 일련의 목적, 목표로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반도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희망을 찾는다.

“정석은 책임감이 강하거나 돈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아니다. 애증의 감정을 느끼는 매형을 위해서 반도로 갔을 것이다. 또 그렇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반도에 들어가면 희망을 찾아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들어가게 됐고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간 반도에서 민정의 가족들을 만나고 희망을 찾는다. 정석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였다가 수동적이었다가 다시 능동적으로 되고 긍정적이었다가 비관적이었다가 다시 또 긍정적으로 바뀌는 인물이다.”

사건으로 하여금 수동적이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던 인물이 매형의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돌아선다. ‘시도는 해봤어?’라는 말이 정석에게는 비수로 꽂히고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만든다. 이후 꿈에서 본 누나의 모습이 능동적이지 않던 정석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러한 것들이 강동원이 언급한 흐름이었다. 강동원은 캐주얼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그만의 생각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촬영 전 감독님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석의 죄책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정석은 배에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지점과 누나가 죽었다는 두 가지가 합쳐져서 ‘왜 너만 살아있어’라고 묻는 꿈을 꾼 것이다. 그 말이 정석에겐 비수로 꽂혔을 것 같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매형이 ‘시도는 해봤어’라고 하는 게 큰 상처로 남아있어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정석이 나름 시도는 했는데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웃음)”



능동적이지 않은 캐릭터, 매력이 덜한 캐릭터를 제안 받았음에도 출연을 결심했던 이유는 한국에서 드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였기 때문이다.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넣고 이야기를 푸는 방식에서도 끌림을 느꼈다.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저는 어떤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넣고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측면에서 ‘반도’가 최고로, 정말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는 영화지 않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에서 그리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멀게만 느껴지는 미래의 인류멸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극찬을 자아내고 있다. 더불어 인간성을 상실해버린 631부대원들도 신선하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강동원은 이를 포함해 이레의 카체이싱 장면을 극찬하며 여러 번 언급했다.

“‘반도’ 시나리오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631부대의 생활 모습이었다.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유진이 RC카를 운전하거나 청소년인 준이가 차를 운전하는 것도 궁금하고 보고 싶었고. 기존에 없었지 않나. 애들이 주도하는 것들은 없었으니까 되게 신선했다. 신선한 것과 익숙한 것,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탄생한 것 같다. 신선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못 받아들이니까 적절하게 잘 조화가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제일 신선했던 것은 아이들의 액션이다. 저는 보고 되게 재밌어서 극에 완전히 몰입했다. 뒷자리에서 엄청 열연을 했는데, 연상호 감독이 ‘그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라고 하더라. 안 할 줄 알았다고.(웃음)”



강동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에서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던 그는 아직도 여전히 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말 주변이 없어서 신인상 수상소감으로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고 내려왔는데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욕심만 있어선 안 되지 않나. 현실적으로 보여줘야 나를 써주지 않겠나. 수요가 있어야 공급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열심히 계속 해서 제가 발전하면 되는 것이고, 언젠가 침체되고 도태되면 찾지 않는 다는 것을 안다. 제가 만약 죽을병이 걸려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때면 그런 상황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싶다. 그냥 계속 연기하다가 가는 삶도 배우로서 좋은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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