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구교환, 그의 매력에 빠져들 시간 [인터뷰]
입력 2020. 07.23. 16:32:03
[더셀럽 김지영 기자] ‘누구지….’ 그의 정체에 의문을 갖기도 잠시, ‘누구기에 연기를 이렇게 잘 하나’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가장 먼저 이름을 찾아본다. 매력적인 목소리, 극 중 실제 인물인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은 배우, 구교환이다.

독립영화를 자주 접하던 관객이라면 구교환이 익숙할 터다. 주로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며 연기와 연출, 편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영화인’의 면모로 활약하는 그는 2008년 ‘죽기직전 그들’로 데뷔했다. 연기로 시작해 점차 무대를 넓혀 ‘사사건건’ ‘거북이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꿈의 제인’ ‘메기’ ‘세마리’ 등의 작품에 출연하고 연출을 맡으며 때에 따라선 의상, 편집, 각색까지 영역을 넘나들었다.

그의 첫 상업영화 ‘반도’는 영화 ‘부산행’의 속편이자 세계관을 잇는 블록버스터다. 강동원과 이정현을 비롯해 여러 배우가 출연하는 만큼, 그의 분량도 적은 편에 속하지만, 존재감은 강렬하다. 처음 등장 때부터 이목이 쏠리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된다. 존재 자체가 매력이 된 것이다.

구교환은 ‘반도’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나라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631부대를 이끄는 서대위로 분했다. 처음 631부대는 민간인들을 구출하는 부대였으나 폐쇄된 반도에서 희망을 잃고, 인간성마저도 상실된 채 이제는 민간인들을 자신의 놀이문화에 유입시켜 유희 거리로 삼는다. 구교환이 맡은 서대위는 631부대의 놀이문화인 ‘숨바꼭질’을 조장하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는 황중사(김민재)와는 거리가 있으나 그만의 아우라로 주변을 얼어붙게 만든다.

특히 반도를 탈출하는 기회를 포착했으나 황중사에게 들킬 위험에 처했을 때, 631부대를 벗어나기 직전 민정(이정현)과 마주하는 순간, 그대로 사라진 줄 알았던 서대위의 재등장 등의 장면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구교환만의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대사톤은 극에 완전히 녹아든 듯하며 악인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희번덕거리는 눈빛은 공포감을 자아낸다.

주로 독립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그가 ‘반도’에 출연할 수 있게 된 계기는 연상호 감독의 러브콜이었다. 이전까진 연락처를 모르는 사이였으나 구교환과 연상호 감독을 이어준 지인이 이들의 관계를 맺어줬다. 구교환은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했고 묘사는 로맨틱했다.

“감독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시면서 시나리오를 주셨다. 저는 원래 연상호 감독님의 팬이다. 상대방과 서로 동시에 좋아하는 것을 기적이라고도 말하지 않나. 서로 같이 마음이 통하긴 어려우니까. 그래서 더 연상호 감독님의 전화가 좋았다.”



연상호 감독이 건넨 ‘반도’ 시나리오에서 서대위의 첫 느낌은 오묘했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밝힌 구교환은 최대한 감정을 빼고 시나리오를 읽었고 연상호 감독이 준 그림에서는 서대위의 ‘알 수 없는 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와는 다르게 생긴 서대위를 그림에서 봤다. 읽을 수가 없는 눈이었다. 무너진 것 같은 사람인데 희망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사람인가 싶었다. 그 그림의 눈이 압도되면서 저에게 영감을 줬던 것 같다. 하지만 규정을 짓지는 않았다. 서대위는 3초마다 마음이 바뀌는 인물 같앗다. 불안한 존재고 위태로운 악인이라고 생각했다.”

‘부산행’의 4년 후를 그리는 ‘반도’에서는 631부대에 대한 전사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민정은 631부대의 정체에 대해 묻는 정석(강동원)에게 간략하게 설명을 해줄 뿐이고, 쇼핑몰에 터를 잡은 그들의 배경에 관객은 짐작으로만 그릴 수 밖에 없다. 구교환은 시나리오를 읽고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애타게 구조를 보내고 있는 서대위의 모습이었다.

“구조를 요청하는 서대위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지금의 서대위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더라. 방안에는 통신장비가 있는 설정도 저한테 크게 와닿았다. 그렇게 구조를 요청을 보내지만 아무도 찾지 않아 결국 괴물이 된 것이라고 이해했다. 아마 서대위의 첫 등장과 엔딩을 보면 그 사람의 전사는 쉽게 유추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제가 연기하는 서대위는 붕괴된 상황에서 그런 위태로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을 했다.”

구조를 요청하는 서대위, 민간인을 구조하고 있는 서대위 등 구교환은 서대위의 다양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캐릭터에 몰입해나갔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얼핏 지나가는 내용으로 언급되는 민정과 서대위의 관계까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여러 갈래를 경우의 수로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매번 촬영하기 전에 서대위의 1분 전 상황을 생각해봤다. 서대위는 정확하게 악인이고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들어야 하는 목적이 있다. 사실 저도 서대위의 전사가 궁금했지만 궁금한 마음이 관객분들한테 전달이 잘 된 것 같다. 그러니 관객들도 서대위의 전사에 궁금해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런 ‘1분 전 상황 상상하기’ 작업은 다른 작품에서도 한다. 대사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물이 알게 되는 순간순간들을 상상해보는 것 같다.”



직접 메가폰을 잡고 편집까지 하는 그에게 ‘반도’의 현장은 또 하나의 배움이 됐다. 특히나 연상호 감독의 연출과 상황통제 능력을 보고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하기 부끄럽지 않게 해준다”며 쑥스러운 듯 답변을 늘어놨다.

“감독님의 가장 큰 미덕은 장면을 같이 만들어 갈 때 제가 연기하기 부끄럽지 않게 해주신다. 저는 연기를 할 때 사실 부끄러운데 감독님은 그런 무드, 분위기를 잘 잡아준다. 그리고 다른 테이크를 찍을 때 다른 감정을 요구하기도 하고. 유연한 스타일이시더라.”

데뷔 후 약 30편의 작품을 작업하고 출연한 그는 일상에서 연출의 아이디어를 얻고, 호기심이 가는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의 완성은 관객의 몫”이라며 진정한 영화인의 자세로 작품을 대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궁금하고 호기심이 가는 게 먼저다. 그래야 제 진심이 전달될 것이 아니냐. 저도 서대위가 궁금했듯이 제 궁금함이 전달됐기 때문에 관객도 반응하는 것 같다. 지금은 연출도 하지만 가장 먼저 시작은 연기였다. 동료들과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는 배우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확장됐다. 지금은 다 공평하게 애정을 품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제 주변이다. 작은 사건을 크게 확장 시키기도 하고, 일상적인데 낯선 이야기를 좋아한다. 주변에 분명히 있는 모습들인데 낯선 이야기로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억지로 만들면 한계가 있을 테니까. 그런 식으로 확장해나간다.”

진정한 영화인의 자세로 도전하고 싶은 부분에도 한계를 두지 않는다. 배우로서 혹은 연출자로서 목표를 정해 그것만을 보면서 달려나가기보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하고 싶은 얘기로 관객과 꾸준히 만나며 캐릭터의 감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다음 작품을 항상 하고 싶다.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는 다 좋아해서 했던 것들뿐이다. 의도를 가지고 지났던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제 연기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잠깐 웃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서대위에는 웃어주시면 안 된다.(웃음) 앞으로 개인 작업도 계속할 생각이고 프로듀서가 될 수도 있고 연출이 될 수도 있다. 배우 혹은 연출자로서 최종 지점은 없다. 이 시간들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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