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케이 마담’ 엄정화 “로망이었던 액션, 스스로에 한계 두고 싶지 않아” [인터뷰]
- 입력 2020. 08.18. 16:48:57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엄정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한대다. 노래부터, 퍼포먼스, 연기, 액션까지 자신의 한계를 매번 뛰어넘는 엄정화가 이번 영화 ‘오케이 마담’으로 또 하나의 장벽을 깨부쉈다. 그에게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은 없고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없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주면서 신선함을 줬던 엄정화의 앞날이 더욱 궁금해진다.
최근 개봉한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코미디 액션물. 엄정화는 극 중 꽈배기 맛집 사장이자 사랑스러운 아내 미영으로 분했다.
남편 석환(박성웅)의 당첨운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 미영네 가족들은 첫 해외여행에 한껏 들떠있다. 게다가 미영과 딸이 비즈니스 석으로 등급이 상향조정되면서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지만, 기뻤던 기분도 잠시 테러범의 소동으로 기내 승객 전체가 위험에 처한다. 평범한 부부였던 미영과 석환이 어떻게 구출 작전을 펼치는지는 영화의 숨겨진 진짜 스토리다.
엄정화는 특히 영화에서 거친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좁은 기내 안에서 테러범들을 가볍게 물리치고 주변 사물들을 이용해 타격감을 선사한다. 첫 액션연기였음에도 뛰어난 무술액션으로 통쾌감을 주고 박성웅과 금슬이 좋은 부부연기로도 깨알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도 엄정화가 이번 작품에서 신경을 쓴 부분은 액션연기였다. 이는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소원이나 다름이 없었고 액션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오케이 마담’이 더 없이 반가웠다. 액션을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이유는 ‘남자물의 전유물’이나 다름이 없었던 연기를 여자인 자신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고 스스로도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액션연기가 너무 좋았다. 액션에 부담감이 있기보다는 도전해보고 싶었던 장르였기 때문에 잘해내고 싶었다. 빨리 연습하고 싶어 저만 출연을 결정하고 다른 건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액션스쿨을 다녔다. 평소에 ‘배우라면 액션스쿨을 다 가봐야 하지 않나’하는 로망이 있었고 처음 가니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대련을 하고 계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드디어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극 중 미영은 뛰어난 액션을 소화하는 캐릭터로,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선 몸에 익히는 게 중요했다. 엄정화는 몸에 배어 있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훈련을 빨리 시작한 것도 있지만, 영화가 시작을 하던 혹은 무산돼 엎어지던 간에 연습을 하는건 자신에게 남는다는 생각으로 전념했다.
“액션을 가장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재밌어보였다. 여자한테는 잘 안 오는 장르이기도 하고, ‘예스 마담’ ‘루시’ 등 이런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코믹과 같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액션에 대한 부담감이 덜었고 센 액션이었다면 그보다 더 일찍, 1년 정도는 연습했을 것 같다. ‘오케이 마담’은 코믹함 속에 액션이 들어있다는 복합성도 좋았다.”
비행기 안에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 설정상 미영은 양 옆의 의자를 잡는 등의 식으로 각종 무술을 선보인다. 이는 그에게 불편함과 편안함을 모두 선사했고 무술감독님의 도움으로 지금의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기내가 좁다보니 불편함과 편안함이 다 있었다. 공간이 좁으니 액션을 할 때 약간 겁이 났다. 다른 승객들도 있고 기물도 딱딱하고 가격했다가 부상을 입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편한 것은 좁은 공간 때문에 동선도 짧아졌다. 소품을 활용하는 것은 무술감독님이 미영의 원래 직업을 잘 살려서 라인을 잡았다. 미영은 모든 것을 몸에 다 배인 대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셨다. 저도 그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사실 ‘오케이 마담’에서 가장 중점을 두 부분이 코미디 연기였다. 이전 ‘미쓰 와이프’ ‘댄싱퀸’ 등의 작품에서 유쾌한 면모를 여러 번 보여준 적이 있는 그였으나 그럼에도 코미디 연기는 어려운 장르였다. 관객이 보기에 억지스럽거나 과장됐다는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억지스럽거나 과장되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상황 자체가 재밌고 웃긴 것이지 억지스럽거나 과장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보기 힘들지 않나. 이런 연기를 할 때 그런 부분이 제일 무섭고 신경 쓰이는 것 같다. 최대한 생활에 묻어있으면서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 수다스러운 여자, 밝은 여자의 느낌을 주고자 했다.”
‘오케이 마담’은 그에게 ‘미쓰 와이프’ 이후 5년 만에 만난 작품이다. 그간 모습을 비추지 않은 이유에 “시나리오가 없었어요”라며 속상함을 내비치다가도 여자가 메인으로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많이 제작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나리오 찾기 어려웠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찾기 어려웠다. 재밌는 시나리오에서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작품을 만날 때 출연한다. ‘오케이 마담’이 이번 여름 영화 중 유일한 여자 메인 영화라고 해서 그런 부담감은 없다. 작품 자체로 잘됐으면 하는 게 더 크다. 제 이름이 맨 앞에 있는 의미에서 여자영화라고 한다면 더 잘됐으면 좋겠다. 여자 영화도 제작이 많이 돼야 하지 않겠나. 여자만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가 주가 되는 영화의 제작이 활발하게 됐으면 좋겠다. 여자 배우들이 많이 기다리는 입장이니까.”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배우의 입장에서, 그것도 남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시나리오를 나눠야하는 상황은 이로 말할 수 없이 속상할 터다. 엄정화는 시나리오가 줄을 잇고 연속해서 작품을 찍는 남자배우들에 비해 여자 배우들의 속사정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하며 다채로운 작품들로 극장이 채워지길 바랐다.
“여배우들은 항상 준비돼있고, 뛰어들고 싶은데 막상 담아낼 작품이 없다. 세대가 바뀌고 있고 관객도 다양하게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작품들도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장르는 다양하고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은데 너무 한 가지로의 영화로만 가고 있지 않나. 서정적인 영화도 잘 없고 사람의 감정을 쫓아가는 영화가 없으니 다양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몇 년 사이에 여자 감독님들의 작품이 호평을 받고 있어서 반갑고 응원하고 있다. 그분들이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참 좋은 시작이고 시기인 것 같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엄정화의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일이 워낙 좋아서…”라며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제 마음에서 열정이 오는 것 같다. 뭔가 하나씩 해내고 나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 좋다. 즐긴다. 사실 모든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으로 젊은 시절을 보낸 것 같다. 그런 부안감은 28살에도 있었다. 그때 발라드를 부르라고 했었으니까. 30살 넘긴 여가수가 댄스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고 장르를 바꾸라고 했다. 40살이 넘은 배우는 멜로를 못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항상 앞으로 그려나가고 싶은데 해나가고 싶은 배우나 가수의 길에 나이가 걸리더라. 그래서 참 어려운데, 뭔가를 해나갈 때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 늘려나가는 것도 있지만, 후배들이 볼 때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기도 한다. 나이 때문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괴롭고 힘들더라. 외롭고. 그냥 스스로 한계를 두고 싶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해내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