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괜' 조용 작가 "실제 연애담에서 출발한 작품, 치유 받았다"[인터뷰]
입력 2020. 08.20. 07:00:00
[더셀럽 박수정 기자] "이 드라마 원작이 뭐야?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 첫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던 질문이다. 원작을 궁금해할만큼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물과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었다. 독특한 소재와 개성 강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고, 남다른 비주얼 공간과 소품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극 안으로 끌어들였다. 드라마 곳곳에 녹여낸 동화적인 코드는 이 드라마만의 묘미였다.

조용 작가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종영 이후 진행된 더셀럽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훌륭한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분들이 부족한 대본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셨다. 특히 박신우 감독님을 통해 진짜 많이 배우게 됐고, 배우들의 소름끼치는 호연을 보며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조용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조용 작가의 일문일답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호평속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 순간은

- 인기 실감은 아직 잘 모르겠다(정확히는 실감할 틈이 없었다). 여태 짐 정리하느라 반응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OTT에서 동시 방영되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는데

- 넷플릭스 통해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는 소식에 다행이다 싶었다. 드라마 팬들이 제게 만년필을 선물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저희 드라마에서 만년필은 살해도구로 나오지 않았냐(웃음). 앞으로 죽기 살기의 각오로 잘 쓰라는 선물인 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평생 소장하겠다는 말 꼭 드리고 싶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 아무래도 전에 본적 없던 독특한 여자주인공, 고문영이의 살벌한 매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고라니 사랑고백 장면과 산길에서 문영이 고라니에게 고함 지르는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적이었다고 들었다. 고라니의 존재감이 이 정도로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드라마에 대한 인상 깊었던 반응은?

- 주변의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있었다. 여섯 살 된 조카가 있는데 문강태(김수현)가 너무 멋있다면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모가 좋아? 문강태가 좋아?'라고 물었더니 대번에 '문강태'라고 답해더라. 좋아해야 할 지 슬퍼해야할 지 모르겠다. 좀 애매했다(웃음).

독특한 동화적 코드가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다.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좀비 아이', '봄날의 개',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까지 고문영 동화까지 정식 출간됐다. 동화들도 화제가 많이 됐는데. '동화'를 소재로 삼은 특별한 이유는

- 동화 속 내용은 문영이라는 캐릭터와 깊이 연계돼 있다. '너는 곧 나다' '너는 완벽한 창작품이다' '엄마 말에 순종해야 착한 딸이다''너는 괴물이니 혼자 살아야 한다'라며 딸을 또 다른 자신으로 만들려던 엄마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니게 된 문영. 그 아이가 이 세상에 대고 '나 좀 살려주세요. 나 좀 구해주세요. 더 이상 나와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게 어른들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동화'였다. 그 표현방식이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그건 한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었고 잘못된 어른들을 향한 호소였다. 문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이 아이의 숨구멍이자 소통 창구로 동화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영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자들만이 동화 속에 담긴 그 진짜 메시지를 발견해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식을 그리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첫 방송 이후 원작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 원작은 없다. 이 드라마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던 한 남자와의 제 연애담에서 출발했다. 인정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편견 어린 시선과 배척을 넘어 도망으로 새드엔딩을 내버린 편협했던 저의 반성문 같은 드라마다. 그래서 저와 반대인 '강태'라는 단단한 인물을 통해 그때 제가 하지 못했던 인정과 포용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아가 사과하고 싶었다. '너는 잘못이 없었다고, 그러니 부디 어디에서든 행복해주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드라마를 집필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많은 치유를 받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강태라는 캐릭터에게 감사했다.



극 중 '어른이' 문상태의 말, 행동, 시선을 통해 이 드라마가 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담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상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있는지

- 가장 보호받아야 될 인물처럼 보였던 상태가 타인을 포용하는 고길동 같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는 강태의 '헌신'과 문영의 '공감'이 있었다. 강태가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문강태는 문강태 꺼'라고 형에게 눈물로 고백하기까지 형의 '포용'과 문영의 '자극'이 있었다. 문영이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고 타인을 배려하기까지는 강태의 굳건한 '사랑'과 상태의 '순수함'이 버티고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 결국 세 캐릭터는 유기적으로 얽히고설킨 거대한 하나의 캐릭터였다. 어른으로 성장한 그 하나의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안 괜찮아도 괜찮아. 너는 너대로 충분히 괜찮으니까'였다.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인 고문영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고문영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 문영이는 어른의 진짜 '사랑'과 제대로 된 보호를 받고 자라지 못해 애정에 굶주려있는 어린애다. 성장이 멈춰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남을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호감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표현 방식도 무척 서툴고 일차원적이어서 남들이 보기에 충분히 불편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문영이의 '본능에 충실한' 부분이 강태의 가면을 벗게 해주었고 가면이 벗겨진 강태가 문영에게 인내와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게 되면서 서로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도희재라는 반전 악역 캐릭터의 활약도 대단했다. 캐릭터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덧붙여 도희재를 악역으로 마지막까지 남겨둔 이유는

- 모두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공감하는 듯 보였지만 알고 보면 그들을 '약자'라고 비웃고 조롱하는 이중적 캐릭터가 필요했다. 괜찮은 병원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오지왕 원장의 예리한 눈까지 속일 정도로 기민하고 영특한 악인이지만 정작 '파워 오브 러브' 사랑의 힘 앞에선 한없이 무력한 존재. 자기가 '뒤통수' 트라우마를 입힌 상태의 한방에 자기도 똑같이 '뒤통수'를 얻어맞고 쉽게 나가떨어지는 악인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벌벌 떨며 두려워했던 공포의 그림자는 알고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음을 드러내주는 캐릭터였다. 동화 속의 악인들 역시 다들 그렇게 허무한 퇴장을 하니까. 하나의 거대한 성장 동화였던 우리 드라마 속 악인의 퇴장도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자들이 뭉치면, 뭉쳐서 덤비려는 용기만 있다면 그 거대해보였던 어둠의 그림자는 한방에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에 더 포커스를 두고 싶었고, 그 '용기'에 대한 메시지를 마지막 동화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안에 자연스럽게 이어 담고 싶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또 다른 결말도 있었나

- 기획 초기에 16회까지의 풀 시놉시스를 써 놓고 집필을 하였다. 물론 쓰면서 내용은 계속 바뀌어졌지만 이야기 하고 싶었던 큰 줄기는 지금과 같다. 세 사람의 완전한 해피엔딩. 그리고 강태의 자유와 상태의 독립, 문영의 사랑이었다. 다른 결말은 없었다.

만약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편이 제작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가

- 아마도 강태는 대학을 가지 않았을까. 여러 전문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이제 멋도 좀 부리고 학생들 사이 인기도 엄청 많을 테지만 본인은 그 호감의 시선에 여전히 무딜거다. 문영이는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가 대박이 나면서 다시 유명 작가로 일어설 테고, 독립에 성공한 상태는 수많은 동화작가들과 작업하다가 다시 문영이만의 짝꿍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강태와 문영이 사이에 예쁜 아들이 하나 나올 거고. 얼굴은 강태를 닮았는데 성격이 문영이를 닮아가면서 조금 당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인과 주리는 속도위반 결혼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하숙생에서 단숨에 순덕의 사위가 된 상인은 꿀물이 아닌 밥심으로 상상이상을 거뜬하게 다시 일으킬거다. 백수가 된 오지왕은 순덕에게 "순덕아~ 노올자~"하며 밤낮없이 찾아올 것 같다. '순덕은 으이구 원수'하면서도 밥상에 고봉밥 하나를 더 놓으며 눈치밥을 담뿍 먹일거다. 그러다 진짜 식구가 될지 아니면 네 번째 퇴자를 맞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아, 그리고 재수는 알베르토에 승재를 태우고 국토대장정을 하며 진짜 자기의 삶을 찾기 위한 여행을 나설 거다. 그러다 내친김에 승재와 세렝게티까지 진출할지도 모르겠다.

시청자들에게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어떤 드라마로 남기를 바라는가

- 아무리 감정이 없는 사람도 외로움은 느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외로움을 채워 줄 온기를 찾아 더듬는 게 인간의 본능아니겠냐. 위로워서, 치유 받고 싶어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어서. 저마다의 이유로 온기를 찾아 힘겹게 뻗어오는 그 손을 부디 외면하지 말고 잡아주시길 바란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서로의 온기를 통해 치유 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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