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VIEW] 페미 티셔츠 입은 조이, 여성 아이돌 향한 삐뚤어진 잣대
입력 2020. 08.21. 14:49:40
[더셀럽 최서율 기자] 그룹 레드벨벳 멤버 조이가 ‘페미니스트’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이기적 행동’의 주인공으로 몰렸다.

지난 19일 조이는 자신의 SNS에 “이제부터 9월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이라는 글을 올리며 그가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한 푸른 하늘의 날 홍보 대사 위촉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애초 그가 글을 쓴 목적인 ‘푸른 하늘의 날’과는 별개의 주제로 근거 없는 힐난의 대상이 됐다.

이날 조이는 짙은 블루톤의 스트라이프 정장을 차려 입고 정장 안에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씌여진 티셔츠를 매치했다. 이에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서는 조이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며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그를 공격했다.

조이를 향한 시선은 앞서 다수의 여성 아이돌들이 당한 ‘백래시(Backlash) 현상’과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백래시 현상은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로 주로 진보적인 사회 변화에 따라 기득권층의 영향력이 약해질 때 그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회학적 용어다.

지난 2018년 조이와 같은 그룹 멤버인 아이린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휴가지에서 읽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인해 비판받으며 SNS상에는 그의 사진을 불태우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성 아이돌’로 대표되는 이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띈 티셔츠와 서적을 착용하고 읽었다는 점이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받거나 심각한 논란으로 치부되기에는 그들이 일으킨 ‘논란’의 정체가 어디에도 없다.

조이가 입은 티셔츠는 크리스찬 디올의 제품으로 브랜드 최초의 여성 수석 디자이너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이미 2017년 SS시즌 컬렉션 오프닝 무대를 통해 공개한 제품이다. 또 국내에서 이미 김혜수, 정유미, 수지 등의 스타들이 같은 제품을 입은 바 있다.

마찬가지로 아이린이 읽은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담담한 어조로 차분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들 중 누구도 ‘논란이 될 행동’이나 ‘이기적 행동’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저 조이의 티셔츠를 보고 일각에서 ‘혐오’나 ‘이기’를 거론할 뿐이다.

조이와 아이린의 행동에서 백래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관습적으로 용인해 온 편견이 작용한 결과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편견은 TV 속 인형으로만 존재하길 바랐던 여성 아이돌이 자신의 의견을 가졌다는 점에서 찾아오는 근원적 공포심이 됐고 이는 그들을 무분별하게 질타하도록 만드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말하기를 금기시할 이유는 21세기 사회 어디에도 없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디올, 조이 리한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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