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 신민아, 추락하는 백조를 그려낼 때 [인터뷰]
입력 2020. 09.23. 16:17:31
[더셀럽 전예슬 기자] 본 적 없는 얼굴이다. ‘사랑스러움’ ‘러블리’ 수식어를 늘 이름 앞에 달았던 신민아가 ‘욕망’과 ‘광기’에 잠식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디바’(감독 조슬예)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되었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신민아는 극중 그날의 사고 이후 실력을 되찾아야만 하는 다이빙계의 디바 이영 역을 맡았다. 실제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신민아는 이를 극복할 만큼 ‘디바’의 어떤 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오롯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간다는 게 매력 있었어요. 이영의 감정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여드리려는 캐릭터에 대한 욕구가 있었죠. 고소공포증과 다이빙이라는 소재가 어떻게 표현될지 전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상황이었어요. 두려움보다 앞섰던 걱정은 ‘진짜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이 나올까’였죠. 제작진도 많이 고민하셨는데 그런 것들이 잘 담아져 나온 것 같아요.”

다이빙을 소재로 한 ‘디바’. 수영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함에도 단순하게 특정한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고, 단 한 번도 관음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신민아 역시 수영복을 입을 때마다 전투복을 입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시사 후 ‘관음적인 시선이 없어 좋았다’라고 해주셨어요. 이영의 예민한 감정을 봐야하는데 시선이 수영복으로 가면 부끄러운 걸 떠나, 그 감정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시선이나 앵글로 찍을 생각이 전혀 없었고, 저도 수영복은 전투복이라고 생각하자고 해서 촬영했어요. 찍다보니까 어느 정도 익숙해졌죠.”



이영은 독보적인 다이빙 실력, 출중한 외모, 상냥한 성격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인물. 절친 수진(이유영)의 은퇴를 막기 위해 싱크로나이즈에 출전하는 사이, 각자 최고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은 두 사람을 나락 끝으로 내몬다. 내면 깊이 자리하고 있는 최고를 향한 욕망과 그 욕망을 분출했을 때의 광기는 비극으로 치닫게 한다. 여러 감정과 얼굴이 섞인 이영을 연기하면서 감정이 이입된 순간이 있었을까.

“이영이가 수진이에 대한 원망을 하잖아요. 자기를 처절하게 만들고, 망가뜨리는 지점이 있어요. 저 역시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제가 제 자신을 바닥으로 몰아넣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심적으로 힘들었고 저 스스로, 혹은 이영이가 수진이를 생각하듯이 핑계 아닌 마음의 감정들이 복잡하면서 미묘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경험해봤던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영이 이해가 됐죠.”

영화 속 이영이 ‘난 너와 달라’라고 말하며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장면은 ‘디바’의 하이라이트다. 내면에 감춰뒀던 욕망과 광기가 드러나는 순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소름을 유발하기도.

“과한 감정이 드러나면 보는 분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상황보다는 이영이의 혼자 끌고 가는 쓸쓸함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수영장에서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 장면도 길게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행동이나 상황보다 이영이의 감정에 깊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 장면은 잘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웃지만, 처절한 이영이의 감정이 절실히 드러나는 컷이고 신이었죠. 저도 이영이의 감정을 너무 알 것 같아서 속 시원하기도 했어요. ‘다 끝났어’라는 것과 지금 상황의 답답함, 불쌍함을 동시에 알 것 같았죠. 그런 모습이 다이빙대 위에서 그려진 도도한 모습과 정반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그 신을 가장 좋아했는데 빨리 찍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다행히 순서대로 촬영을 했는데 많은 신들을 찍어서 그런지 감정도 올라올 수 있었어요.”



인생은 레이스와 같다고 했다. 혼자 살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에 어떤 분야든 순위가 매겨진다. 경쟁을 통해 1등이 정해지고 평가를 통해 최고가 가려진다. 모두가 잘되길 바라지만 결국 한 사람만이 최고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질투와 시기의 감정은 누구나 겪을 법하다.

“운동선수처럼 적나라한 순위를 매겨 디테일하게 평가하진 않지만 저희도 시청률, 관객 수라는 것으로 평가를 받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비슷한 면이 있어요. 자기가 그 순간을 이겨내고 해내야 끝나는. 연기할 때 스스로 해내야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마음가짐과 정신력, 경험 등이 공감됐어요. 질투, 부러움, 시기 등의 감정은 보편적인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2014년 개봉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약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신민아. 6년의 긴 공백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백을 오랫동안 가질 생각은 없었어요. (작품과) 연이 안 닿거나 기회가 없었죠. 제가 원하는 작품과 제가 할 수 있는 작품의 갭이 있었어요. 많이 보여드렸던 연기의 결이라면 보시는 분들이 지루해할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안 해봤던 작품과 끌리는 작품을 선호했던 거죠. 끌렸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예전에 했던 비슷한 결의 작품이 들어오면 ‘전에 했던 것과 비슷한데?’라고 해서 꺼려지는 면이 있었죠. 또 기회도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30대 여성이 할 수 있었던 게 한동안 없었잖아요. ‘디바’가 적절한 시기에 저에게 주어졌고 연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디바’ 시나리오를 봤을 때 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도 오랜만이었어요.”



‘디바’를 이끌어가는 신민아, 이유영 두 여성 주연배우에 여성 감독, 촬영 감독, 제작진이 뭉쳤다. ‘가려진 시간’의 각본, ‘택시운전사’의 각색을 맡아 이야기꾼으로 정평 난 조슬예 감독과 한국영화계 1세대 여성 촬영 감독인 김선령 촬영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디바’는 충무로에 단비 같은 여성 중심 상업영화가 아닐까.

“모두들 ‘디바’에 관심을 가졌던 분들이에요. 여성으로 모였다기 보다 각 분야에서 모인 훌륭한 분들이죠. 이제는 여성 영화라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시대가 변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여성 영화에 익숙해지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온 것 같죠. 그 안에 의미 있는 작품과 그 시기에 참여를 하게 된 것 같아 감사해요. 여성 상업영화가 많지 않아서 그런 점에서 더 반가워요.”

다이빙과 미스터리 스릴러의 신선한 조합. 그리고 역대급 서늘한 얼굴을 장착한 신민아. 신민아에 의한, 신민아를 위한 ‘디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바’는 신민아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영의 감정선과 이영의 상황들을 이야기 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관객분들이 따라가 주시면 연기나 영화에 대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디바’는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온몸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저에게 살점이자 피붙이 같은 영화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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