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의 꽃' 김지훈 "빌런 백희성 역? 부담보다 기대감이 더 컸어요"[인터뷰①]
- 입력 2020. 10.01. 07:00:00
- [더셀럽 박수정 기자] 배우 김지훈이 '악의 꽃'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에게 '악의 꽃'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었다.
김지훈은 지난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 '빌런' 백희성 역으로 분해 섬세한 연기로 결이 다른 새로운 악역을 탄생시켰다. '빌런' 백희성은 초반의 존재는 미미했으나 극 후반부 본격적으로 등장, 임팩트 강한 반전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악의 꽃'에 더욱 빨려 들게 만들었다.
최근 더셀럽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김지훈은 "백희성은 초반에 등장하지 않고 등장해서도 한참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가 후반부에 들어서 활약을 하게 되는 캐릭터인데, 사실 그게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애초에 시놉시스에 나온 역할과 다른 역할이 되는 경우도 많고 하니까. 초반에 8회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는데, 8회까지는 의식이 없거든요. 그렇지만 8회까지 나온 대본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또 감독님과 제작사에 대한 믿음도 있어서 나름의 모험을 결심했는데 다행히도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모험이 된 거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렇다"라고 백희성 역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후반부를 책임지는 캐릭터였던 만큼 부담감이 있었을 법도 한데, 김지훈은 "부담감보다는 기대가 더 컸다"라고 했다. "분량에 대한 부분은 애초에 알고 시작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혀 아쉬울 건 없었죠. 다만 대본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후반부에 백희성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가 많이 궁금했었고 기대하는 만큼 잘 나오길 바랄 뿐이었죠. 다행히도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주셔서 작가님, 감독님께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부담감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워낙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어서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네요"
'악의 꽃'이 김지훈에게 특별한 이유는 기존의 이미지, 고정된 이미지를 꺨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기 때문이다. 데뷔 19년 차 배우인 그에게 '악의 꽃'은 간절했던 작품이었다.
"사람들이 저에게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너무 답답했어요.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은, 티브이를 통해 보인 모습을 통해서만 저의 이미지를 가지게 될 테니까, 저의 실제 모습이 어떤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연기에 대해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당연히 알 수가 없으시겠지만 실제와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서 늘 속이 상했거든요. 배우로서 생각해 봐도 주말극 배우 혹은 실장님 역할을 주로 하는 배우 이미지들이 저의 한계를 자꾸 좁혀가니까. 나는 더 많은 걸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런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죠. 그게 너무 속상했어요. 늘 비슷한 작품에 비슷한 역할만 제의가 들어왔었거든요"
흥행작 MBC '왔다 장보리' 이후 김지훈은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주말드라마의 황태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면서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점점 한정적으로 변했기 때문. 그 틀에 갇혀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고 털어놨다.
"'왔다 장보리’라는 대표작이 생긴 이후로는 더 심해졌죠. 드라마가 잘 된 만큼 그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으니까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저의 한계를 스스로 좁히는 선택을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이대로는 내가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꿈에 조금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극이나 기존의 제가 역할을 재생산할만한 작품들을 고사하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일이 없어지더라고요. 힘들었죠. 프리랜서가 일을 안 하게 되니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러했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은 넘쳐 나는데, 그리고 어떤 역할이든 잘 해낼 수 있는 자신감도 가득한데, 연기할 일 없이 백수처럼 하루하루 보낸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노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도 흥미를 잃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죠.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다양하게 운동을 하면서 정신건강을 유지했던 거 같아요. 저는 저처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앞에선 이렇게 무너질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연기에 갈증을 느낀 김지훈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쉬운 길을 택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들어오는 일들을 거절하면서, 새롭게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과 작품을 찾다 보니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가끔 얘기되는 작품에서도 역할이 전에 비해 작아지기 시작했고 근데 그건 아무렇지 않았어요. 기존의 절 가두던 테두리 안에서 연기자로 살아가는 것보단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자체가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작년 겨울에 ‘바벨’이라는 작품을 했고, 또 일 년 넘게 기다려서 ‘악의 꽃’이란 작품을 만나게 되었죠"
김지훈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2002년 KBS2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이후 '토지' '황금사과' '위대한 유산', '며느리 전성시대' '연애결혼', '결혼의 여신', '왔다 장보리', '도둑놈, 도둑놈', '크라임씬 3', '부잣집 아들'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남부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이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연기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진짜 절절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완전 장르물로 찐한 형사나 또 다른 악역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남자 냄새 물씬 나는 누아르 장르도 해보고 싶고 저는 다 저만의 스타일로 잘 해낼 자신 있거든요. 일단은 다음 작품을 신중하게 잘 결정해야 하겠죠. 저 스스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잘 선택해서 또 멋진 역할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배우로서 목표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대감 다음으로는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와 가치관을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