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의 꽃' 김지훈 "역대급 악역? 좋은 반응에 짜릿했어요"[인터뷰②]
- 입력 2020. 10.01. 08:00:00
- [더셀럽 박수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김지훈이 아닌 tvN 드라마 '악의 꽃' 빌런 백희성을 상상할 수 없다. 연기는 물론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그의 장발 스타일이 화제가 될 만큼 비주얼적으로도 완벽했다. 그가 원했던 이미지 변신을 완성시켜 줄 최적의 캐릭터였다.
"오랫동안 제 이미지를 깨 줄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신인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고 김지훈이라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장보리에서 보리보리 찾던 사람 맞냐…’ 이런 얘기를 할 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죠. 기분 좋은 댓글이나 반응들이 너무 많은데 처음엔 '무섭다' '섬뜩하다' 이런 류의 반응이 너무 좋고 신기했어요"
김지훈을 향한 '악의 꽃' 마니아층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중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저 역시도 전혀 무섭게 생기지 않은 제 얼굴로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줄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거든요. 무서워서 오줌 쌀 뻔했다는 댓글이 많았는데 지저분하긴 하지만 기분은 참 좋더라고요. 제가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했다는 것 자체가 꽤 짜릿했어요. 인상 깊었던 반응으로는 '내 마음속 악역 중 역대 1위' 이 멘트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누군가에겐 그의 인생에서 제가 가장 강렬한 악역이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진짜 어딘가 저런 사람이 살고 있을 거 같아요’라는 멘트도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역대급 악역으로 극찬을 받은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지훈은 책, 영화, 만화,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백희성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하나하나 구축해나갔다고 했다.
"처음 기나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말하고 걷게 되기까지 유튜브로 코마 환자들 영상을 찾아봤는데,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두발로 걷는다는 건 아예 상상도 못 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갑작스러운 회복력이 극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씬마다 철저히 계산을 했어요. 처음엔 거의 눈동자를 움직이고 성대를 울리는 것조차 버거울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혀의 움직임이 편안해지고, 조금씩 근육의 움직임이 가능해지는 느낌을. 나중에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장면이 너무 뜬금없거나 말도 안 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마다 회복의 속도를 부여해 주었어요. 초반엔 그 부분이 가장 관건이었고 이후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광기와 압도감을 표현해내는 게 두 번째 과제였는데 역대급 악역이 나오는 영화는 다 찾아봤던 거 같아요. 한 작품 한 작품 다 모여서 백희성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그중에서도 책 '종의 기원', 만화 '엔젤 전설'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단다. 그는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도 꽤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어떤 문학성을 지닌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직접 기록한 회고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이코패스의 감정상태와 심리 변화를 눈에 보일 듯이 상세하게 묘사해놓은 장면이 많아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엔젤전설’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전 백희성을 연기하면서 자꾸 이 만화가 떠오르더라. 알고 보면 속마음은 너무나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인데, 겉모습은 누가 봐도 괴물처럼 거의 악마급의 무서운 외모를 지닌 주인공이, 그의 외모만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들과 엮이게 되면서 생기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주 내용인데 희성이도 다른 건 몰라도, 엄마에게 있어서 만큼은 정말 아끼고 위하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런 엄마조차 희성이에게 공포를 느끼고 괴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이 상황들이 안타까우면서 희성이가 불쌍하기도 해서 그 만화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목소리톤에도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김지훈은 "백희성 역할을 준비하면서 목소리 톤에 대한 생각은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했다. "전형적인 남자답고 굵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고상하고 섬세하고 유약한 듯, 여성스러운 느낌도 있는 톤의 목소리인데, 굉장히 독특한 질감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예요. 어리고 유약한 듯 광기 어린 희성이의 모습을 조금 더 부각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참고했는데, 백희성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각고의 노력 덕분에 데뷔 19년 차에 '인생 캐릭터'를 만난 김지훈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무나 감사하다. 근데 그런 평가들이 기분은 좋지만 스스로 그걸 만족해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백희성 역할이 꽤 파격적이긴 했지만, 아직 저는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들이 더 많이 있거든요. 앞으로 매 작품 새로운 인생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백희성이 이렇게 빛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악의 꽃' 팀의 힘이 컸다며 공을 돌렸다.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일단 운 좋게도 너무 훌륭한 팀을 만나서인 것 같아요. 일단 기획부터가 참신했었고 또 예상을 허락지 않는 탄탄한 대본에 그 대본을 120%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시는 연출력, 거기에 영화 같은 화면을 만들어 주시는 촬영과 조명, 모든 장면과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시는 음악 편집, 미술 분장에 이르기 까지,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 모여서 정말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할 수밖에요. 그리고 백희성이라는 역할도 자체도 기존 드라마에서 봐왔던 악역들과 차별화되는 지점들이 새롭게 느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거 아닐까요"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