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이준기 "계속 궁금한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인터뷰]
입력 2020. 10.02. 07:00:00
[더셀럽 박수정 기자] 한계란 없다. 2년 만에 tvN 드라마 '악의 꽃'으로 안방극장에 컴백한 이준기가 또 한 번 해냈다.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낸 그다.

'악의 꽃'은 '14년간 사랑해 온 남편이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면?'이라는 전제하게 펼쳐지는 고밀도 감성 추적극이다. 극 중 이준기는 연쇄살인마로 의심받는 남편 백희성(도현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멜로와 서스펜스가 결합된 독특한 장르 안에서 이준기는 그간의 쌓아온 연기 내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악의 꽃'을 성공적으로 완주한 이준기는 최근 더셀럽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마친 소감과 함께 못다 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다음은 이준기와의 일문일답.



-작품을 끝낸 소감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져요.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하네요.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입니다.

-백희성과 도현수를 연기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어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씬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저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눈 거 같아요.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되어 도현수란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었죠.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였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

도현수의 삶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도 많은 배우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특히 무진이 역에 서현우 씨와는 성격적으로도 잘 맞아서 초반부터 백희성의 삶을 살아가는 도현수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죠. 상당히 리액션이 좋은 배우여서 촬영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브로맨스 씬들이 만들어지고 그랬죠 하하하. 도현수의 모든 서사들은 결국 각 인물들과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표현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집중했었습니다.

-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점점 도현수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도현수의 미묘한 감정 변화들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사실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감독님의 노고가 컸어요. 배우들과 함께 소통하고자 정말 많이 노력해주셨고, 전체적인 감정의 밸런스들도 잘 잡아 완벽한 완급조절을 해주셨죠. 제가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리허설을 통해 지난 씬들을 복기해보고 어떠한 감정적 흐름과 고저가 설득력이 있을지 배우들과 함께 고민한 거예요. 개인적으로 문채원 씨 덕분에 좀 더 다양한 리액션들을 그려볼 수 있던 거 같아 참 고마워요. 그리고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준 배우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후반부에서 보인 감정의 폭발력이 시너지를 얻지 못했겠죠. 마지막으로 저는 모니터를 안 하는 대신 시청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어요. 도현수가 느끼는 감정의 변주들이 어떻게 하면 더 아프고 애틋하게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런 감정들이 허무맹랑하지 않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썼죠. 그렇게 하나하나 고민하며 만들어 가본 거 같아요. 물론 정말 쉽진 않더라고요 하하.

-고난도 액션이 많았는데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마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이 씬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제가 좋아하는 액션을 10분의 1 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었어요. 제가 평소에 보여드리던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칠거든요. 하지만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액션보다는 감정에 더 집중했던 거 같아요. 처절하게 내몰리는 씬들의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도 더 몰입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악의 꽃'을 통해 '이준기의 재발견', '또 한 번 틀을 깼다'는 호평도 받았다

연기력 호평에 대해서는 좋은 것도 사실인데, 동시에 부담도 많이 되죠. 아직도 배우 인생에 있어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요. 또 제가 매번 새롭게 성장하고 좋은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에는 저만의 노력이 아닌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기에 가능하죠. 그래서 더 기쁜 거 같아요.

-'악의 꽃'은 매회 엔딩이 강렬했다. 마지막 회 엔딩은 어떻게 봤나. 결말 만족스러운가.

저 역시 백희성의 삶을 살게 된 도현수가 피워낼 꽃이 과연 어떤 꽃일지 궁금해하며 연기했기 때문에 마치 "퍼즐 게임과도 같다"라고 말씀드렸었죠. 글쎄요. 여러 번 복기를 해보면 당연히 아쉬움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의 엔딩이 상당히 만족스러워요. 도현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받아들여진다는 엔딩이 인생의 가장 아픈 꽃잎들이 떨어지고 다시 아름다운 봉우리가 피어나는 과정처럼 느껴졌거든요. 좋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마니아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OTT 플랫폼에서도 공개되면서 '정주행' 드라마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방영 내내 많이 하기도 하고 들었던 이야기가 "'악의 꽃'은 정주행이 백미일 것이다"였어요. 주위 분들 중에는 작품이 다 끝나고 정주행 하기 위해 일부러 안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하하.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이 상승할 수 있었던 건 모든 스태프, 배우 분들이 좋은 극본의 흐름에 맞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었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작품의 감동이 고스란히 시청자분들에게 전해졌고, 설득시킬 수 있었죠. 진심으로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시청자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저를 처음 아시게 된 분들이 ‘이런 배우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 알아 미안합니다’라는 댓글을 남겨주신 걸 봤는데 이런 반응들도 참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나이가 들어도, 오래오래 연기해도 계속 궁금한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궁금증의 바탕에는 믿음이 있는 배우여야겠죠. 그렇게 뚜벅뚜벅 성실하게 배우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문채원과 부부로 호흡했다. 3년 만에 재회였다. 서스펜스 로맨스인 만큼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문채원과 다시 호흡을 맞춘 소감은?

문채원 씨가 가진 멜로의 힘은 남달라요. 정말 사랑스럽다가도, 애틋하고, 또 슬프도록 처연할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함께 그려나갈 연기 합이 기대가 되어 이전부터도 채원 씨와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연기적인 욕심이 있었죠. 감사히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멜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연애할 때와 같은 소소하고도 행복한 일상들을 더 찍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너무 절절한 멜로의 비중이 컸기 때 문예요 하하. 하지만 함께 만들어 나간 멜로 호흡은 너무나 만족스러웠어요.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좋은 연기 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으른 멜로'를 보여 준 차지원 도현수 키스신 등 로맨스신들도 화제가 많이 됐다

‘으른 멜로’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그렇게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오히려 혼란스러운 지원의 감정과 그런 지원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현수의 애절하고도 복잡한 감정이 얽혀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가슴 아픈 신들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농도가 짙을 수밖에 없긴 했죠 하하. 사실 찍으면서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너무 수위가 높아지면 방송에 내보내기가 어려워서… 결과적으로 두 캐릭터의 합이나 앵글, 그리고 연출적으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잘 표현됐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차지원 도현수 커플의 최고 명장면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과거 연애 장면에서 그려지는 감정선이 참 좋았어요. 현수와 지원의 사랑이 정말 순수하고 따뜻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조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며 변화하는 현수의 모습들도 좋았어요. 마지막 회에서 기억을 잃은 현수와 지원의 마지막 키스도 기억에 남네요. 과거 지원이 말해줬던 “내가 잘해줄게요. 내가 정말 좋아해 줄게요”라는 말이 망가져버린 현수 기억 속에서도 소중히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게 참 눈물 나더라고요.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뜻하는 거 같아서 현장에서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어요.

-'악의 꽃'은 이준기에게 어떤 의미였나

항상 작품에 임할 때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데에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있어 가능한 결과이기에 더욱 행복감을 느끼고 있죠. 사실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의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고요. 그렇기에 이번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인간 이준기를 한 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합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 인사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시국이기에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어요. 특히 저는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성실하게 몸과 마음 잘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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