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 이유영, 어떤 색도 흡수하는 도화지 같은 배우 [인터뷰]
입력 2020. 10.02. 14:44:08
[더셀럽 전예슬 기자] 끝없는 연기 변신이다. 어떤 색을 입혀도 그대로 흡수한다. 배우 이유영이 이번에도 이유 있는 변신을 했다.

이유영의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선을 그은 ‘디바’(감독 조슬예). 이 영화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신민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되었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유영은 극중 그날의 사고로 사라져버린 노력파 다이빙 선수이자 이영의 절친 수진 역을 맡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최고를 향한 욕망과 열등감, 질투심을 설득력과 힘 있게 표현해 한계 없는 도전을 해냈다.

“다이빙 선수 역할이라 다이빙 선수처럼 보이고 싶은 게 큰 욕심이었어요. 선수처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오랜 시간 연습한 선수들에게도 부담되는 스포츠가 다이빙이죠.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훈련을 가장 많이 했어요. 기초, 지상, 동작훈련 연습을 3~4개월 정도 했죠. 촬영에 필요한 부분을 우선적, 집중적으로 연습했어요. 저는 특히 수진이가 다이빙대 위에서 물구나무 서는 장면이 욕심나더라고요. 그거 하나는 직접 하고 싶었어요.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데 집중하며 10m 다이빙대 끝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처음엔 도전의식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땐 힘든 순간도 있었어요.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는 걸 보면서 뿌듯함도 느꼈죠.”



이유영은 눈빛으로 백 마디 말을 전하는 특유의 감정 연기로 친구와 라이벌 사이, 오묘한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투명한 눈동자를 가진 그는 모호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여러 얼굴을 가진 안개 같은 수진을 자신만의 색채로 채워갔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원했던 것도 수진이가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여 졌으면 했어요. 수진이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이입했으면 했죠. 일차원적인 악역, 단순히 악한 모습이 드러나는 캐릭터가 아니라 마음속에 상처나 트라우마가 있는데 그것을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보이는 게 아닌,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부분에 가장 집중했죠. 영화에서 순간순간 이영의 기억 속 수진의 모습이 무서웠던 모습으로 그려지는 건 사실 감독님 연출의 힘이 컸어요. 영화에서 수진이 이영의 심리를 압박하는 기능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기술적인 코멘트를 받아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죠. 수진이 단순히 못된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악한 인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연출적으로 표현이 잘 됐죠. 그래서 영화를 봤을 때 짜릿한 부분이 있었어요.”

이유영은 신민아와 함께 ‘디바’를 위해 수개월 전부터 트램펄린 연습, 와이어 액션 등 지상 훈련은 물론, 실제 다이빙 기술까지 구사하며 다이빙 선수로 완벽하게 분했다. 고난도 훈련이었음에도 두 사람은 서로 믿고 의지했다고.

“힘들고 어려운 것들을 ‘디바’에서 다 했어요. 혼자 했으면 외롭고 더 많이 무서웠을 것 같은데 항상 같이 전투를 하는 것처럼 했죠. 다이빙 같은 경우, 누가 먼저 뛰면 다른 배우들이 자극 받아서 뛰었어요. 다른 한 명이 힘들면 옆에서 열심히 해서 서로서로 시너지 효과를 줬죠. 다이빙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해서 힘이 됐어요. 제가 겁이 나는 순간에 민아 언니가 먼저 과감하게 뛰기도 했죠. 옆에서 덜덜 떠는 게 보이는데 제가 못 뛸 때 언니가 먼저 모범을 보여주시면 ‘나도 열심히 해야지, 나도 뛰어야지’라고 자극 받아 열심히 했어요. 서로 힘들고, 아프고, 다치면 곁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었어요. 촬영 전, 연습하는 기간이 꽤 길었어요. 서로 정이 생기면서 많은 의지를 하게 됐죠.”



‘디바’는 두 여성 다이빙 선수를 그리기 위해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여성 제작진이 뭉쳤다. 조슬예 감독과 한국영화계 1세대 여성 촬영 감독인 김선령 촬영 감독이 의기투합한 것. 여성 상업 영화에 참여하게 된 소감도 남다를 터.

“여성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은 것 같아 그런 점이 너무 안타까워요. 이 영화를 계기로 영화가 잘 돼서 촬영 감독님, 여성 주연의 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죠. 연기, 캐릭터 선택을 할 때도 뻔한 여성 역할이 아닌, 폭 넓은 역할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요. 그래서 이번 영화가 어느 때보다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죠.”

‘디바’ 속 수진은 “다이빙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 가까이서 보면 얼굴이 완전 일그러져서 웃기고 추한데도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다우면 되는 거”라고 이영에게 말한다. 이 대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 중 하나다. 두 사람의 내면은 끊없는 경쟁 속에서 최고를 향한 욕망과 질투심으로 뒤덮여 있는 것. 이는 앞으로 일어나는 두 사람의 비극을 암시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이유영은 수진의 어떤 모습에서 감정이 이입됐을까.

“너무 안타깝고 불쌍했어요. 왜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왔는지 너무 이해가 됐죠. 질투, 열등감, 상처, 트라우마는 남들에게 말하거나 드러내기 창피한 감정이잖아요. 나한테 이런 욕망이 있고 탑이 되고 싶은데 사실 (성적이) 바닥에 있는 선수이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겠고. 1,2등 높은 자리를 꿈꾸는 자체가 수진에게는 한줄기 빛 같은 희망인데 남들에게 말하기는 창피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내 속에 있는, 남들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순위에 들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욕심, 은밀한 욕망을 수진은 꽁꽁 숨기고 사는 선수일 거라 생각했어요. 저도 그런 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몰입을 할 수 있었죠.”

지난 2014년 영화 ‘봄’으로 제14회 밀라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부일영화상,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휩쓴 이유영. 그는 다양한 얼굴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연기력을 가진 그는 앞으로 어떤 도전의 항해를 할까.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구나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느꼈는데 이영 같은 캐릭터도 한 번 해보고 싶었죠. 극한까지 감정이 가고, 섬뜩하고, 관객들에게 소름끼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수진을 연기할 땐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보다 수진의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어요. 정말 무서운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섬뜩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사 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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