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보’ 성동일이 밝힌 두석의 전사(前史), 삭제된 장면 [인터뷰]
- 입력 2020. 10.06. 14:52:52
- [더셀럽 전예슬 기자]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끌고 간다. ‘담보’의 중심에 성동일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 조차 가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개봉돼 추석 연휴 동안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켜온 ‘담보’(감독 강대규)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그의 후배 종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성동일은 극중 까칠해도 마음만은 따뜻한 사채업자 두석 역을 맡았다.
“자식 셋을 키우고 있고 영화 속 승이도 어린 시절, 학창시절, 성인으로 나뉘어 셋을 키운 느낌이 들었어요.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의 영화를 한 번쯤 해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제 자신도 돌아보고,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배우들, 감독님도 너무 좋고 제 예상대로 됐어요. 두석의 말투가 제 말투와 똑같잖아요. 전반적으로 저는 가격대비 좋은 음식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두석과 티격태격 케미를 이루는 종배 역에는 김희원이 낙점됐다. 최근 두 사람은 tvN 예능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찐친 케미’를 입증했던 터라 믿고 보는 라인업을 이미 완성시킨 바. 특히 성동일은 종배 역에 김희원을 적극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쪽에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종배 역에 총 네 분 정도 언급했죠. 그중에서 희원이가 잔정도 있고 잔웃음을 주는 배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한다는 것은 보이는 톤의 연기가 있고 일상 연기가 있어요. 그 사람 중 가장 일상 연기를 하는 사람이 희원이라고 생각했죠. 배성우와 함께 영화 ‘변신’을 촬영 중이었을 때였는데 성우가 ‘어제 희원이 형 집에서 놀다 왔는데 형이랑 같이 영화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했어요. 희원이 형이 ‘동일이 형님이 하는 영화는 시나리오도 안보고 무조건 하겠다’라고 했다고. 서로에게 믿음이 있어서 촬영 내내 의지할 수 있었죠.”
성동일은 인터뷰 중간, 김희원과 관련된 일화를 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를 향한 애정 또한 듬뿍 느낄 수 있었다.
“김희원이 정말 내성적이에요. 한 번도 욕을 한 적이 없어요. ‘바퀴 달린 집’ 촬영하면서 여진구가 넘어질 뻔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아유, 저 자식 커서 뭐가 되려고’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심한 말을 한 게 아니냐며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더라고요. 저는 ‘그게 왜, 그럴 수도 있지’라고 했는데 희원이는 사과해야겠다면서 일주일 뒤에 진짜 사과를 했어요. 제가 희원이를 더 좋아해요. 그 친구가 내성적이다 보니까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잘 안 받아요. 100통이 와도 안 받죠. 전화기도 잘 안 가지고 다녀요. 어느 날, 희원이에게 전화 몇 통이 와있었더라고요. 제가 전화를 안 받으니까 저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더라고요. 희원이에게 전화하니까 ‘형, 왜 이렇게 나를 집착하게 만들어요?’라고 했어요. 하하. 희원이가 되게 웃겨요. 착하고. 정도 많죠.”
성동일은 두석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 시절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소화해야 했다. 승이를 바라보는 감정을 시간이 건너뛰지 않은 듯 서서히 변화시켰어야 했으며 섬세하게 그려내야 했던 것. 전사(前史)가 없어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랐을 두석을 어떻게 해석하려 했을까.
“감독님에게 두석과 종배는 왜 결혼을 안 하고, 가족이 없냐고 이야기를 했어요. 하하. 이것저것 따지면 16부작으로 가야해요. 1시간 50분 안에 결론을 내야하는데 성장의 점프가 있다 보니까 나름대로 복선도 깔고 갔죠. 디테일하게 넣은 부분도 있어요. 승이와 종배가 중간 중간 두석을 찾아다니는 신도 있었죠. 그런 디테일함을 넣으면 지루해지니까 뺄 건 빼게 됐죠. 또 두석의 엄마가 두석을 버리는 신도 있었어요. 어린 두석은 매번 엄마를 기다리죠. ‘나도 버림받았는데 승이 너까지 그러면 안 되지’라고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어요. 그 신이 컸는데 통으로 날아가 버렸어요. 40대가 된 두석은 병이 있는데도 대리운전을 해요. 종배가 두석에게 ‘승이는 크면 부모에게 갈 텐데 왜 그래’라며 화내는 장면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있었으면 이해하는데 쉬웠겠지만 너무 설명적으로 가면 ‘뻔한 이야기네’라고 하는 분들도 있으니까 감독님이 판단하고 장면을 들어내신 거죠.”
‘담보’는 ‘사랑의 위대함’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남보다 못한 가족도 있지만 ‘담보’처럼 생판 모르는 남들끼리 가족이 되기도 한다. 성동일은 ‘담보’를 통해 멀리서 아닌, 가까이, 내 주변을 돌아보기를 바랐다.
“혈육만이라도 잘 챙기고 대화했으면 해요. 굳이 멀리서 아닌, 가까이서 챙겨도 좋잖아요. 자연을 아끼고 애견을 사랑하자고 하지만 거기에는 인간이 빠져 있잖아요. 주변 사람을 돌아봤으면 해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고 조금 부족해도 서로를 기쁘게 할 수 있어요. 이 영화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요즘 시국이 어렵고 삶이 팍팍해서 살기 힘들잖아요. 실제 인생과 비교하지 말고, 돈 만원에 재밌고, 감동적인 영화 한 편 보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