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선과 악의 경계에서 [씨네리뷰]
입력 2020. 10.15. 17:55:39
[더셀럽 김지영 기자] 다양한 작품들에서 선과 악이 극명하게 나눈 캐릭터들로 주제의식을 던진다. 정의를 위해 악과 맞서 싸우는 인물, 악랄함의 끝을 보여주는 악인 등 여러 이야기를 만나는 우리는 사회에서 정말 명확한 선과 악의 구도로 살아가고 있나. 한없이 선하기만, 또 끝없이 악하기만 한 존재는 없는 이 사회와 같은 영화가 ‘소리도 없이’다.

15일 개봉한 ‘소리도 없이’는 범죄 스릴러의 뻔한 로그라인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살해를 저지른 조폭의 시체 수습을 맡고 나름의 정당한 보수를 받는다. 비록 암매장을 하긴 하지만, 성심 성의껏 명복을 빌어주고 안타까워하기도. 평소엔 계란 판매상인 이들은 손님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길가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에게 계란을 선의로 주기도 한다.

그러던 이들은 의도치 않게 유괴한 아이 초희(문승아)를 떠맡게 되고 태인은 창복의 강요로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기존의 범죄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분위기가 생경하게 다가온다. 태인과 창복, 초희는 서로 범죄자와 피해자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지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초희의 돌발 행동에 ‘아 범죄영화였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연이어 등장하는 예상 밖의 행위에 실소가 터진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한 방향으로 흐르는 ‘소리는 없이’는 막을 내릴 때까지 동일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태인은 데리고 있기 싫었던 초희와 하루하루 같이 지내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서로의 분위기도 풀어진다. 태인은 초희를 위해 저녁을 사오기도 하고 야외 화장실을 겁내는 초희를 위해 박수를 쳐주며 다독인다. 초희와 정이 든 것 같은 태인이 직접 초희를 유괴하지는 않았지만, 공모했다는 점에서 범죄자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고 결국 초희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영화의 주제도 함께 대두된다. 분명한 선과 악은 없다고.

영화의 연출을 맡은 홍의정 감독은 “인간은 선과 악이 모호한 환경 속에서 각자 생존을 위해 변화한다”며 영화의 시작점을 밝혔다. 태인과 창복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시체처리전담 일을 하게 됐는지는 몰라도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 일을 맡고 있고, 유괴범에게 납치돼 공포에 질려있지만 ‘생존을 위해서’ 태인의 집에 적응한 초희의 모습도 그러하다. 더불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도 영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홍의정 감독의 의도는 영화 전반에 깔려 그만의 미쟝센과 함께 가슴 깊은 곳에 스며든다.

이번 영화에서 한 마디의 대사 없이 몸짓과 행동으로 태인의 감정을 표현한 유아인의 연기엔 감탄이 쏟아진다. 15kg 증량을 통해 이미지를 변신하고 대사가 없음에도 정확하게 대사를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의 표정과 행동, 몸짓엔 아무런 어색함과 이질감 없이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끌고 나간다. 최근 들어 ‘#살아있다’ ‘버닝’ 등을 통해 이전의 이미지에서 한 발짝 성장한 그의 면모를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반면 유재명은 대사 하나 없는 태인의 공백을 채워주는 듯 빼곡한 대사로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 ‘나를 찾아줘’ ‘비스트’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비밀의 숲’ 등에서 강렬한 이미지와는 상반되지만 ‘응답하라 1988’ 등에서 봤던 유재명의 얼굴을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더 없이 반갑다.

러닝타임 99분의 ‘소리도 없이’는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15세 관람가.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소리도 없이'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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