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명 “‘소리도 없이’, 어렵지만 새롭고 낯선 작품” [인터뷰]
- 입력 2020. 10.20. 17:48:54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누군가의 죽음이나 불행이 올 것이라고 예시되지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영화의 엔딩도 마음에 들고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고,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도 않다. 이를 영화적 메시지로 전한 ‘소리도 없이’는 배우 유재명에게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작품으로 남아있다.
최근 개봉한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는 범죄 조직의 청소부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이 유괴된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창복은 말을 하지 못하는 태인에게 잔소리와 조언으로 태인의 눈가를 찌푸리게 만들지만, 언제나 그는 진심이다.
비록 창복은 범죄 조직의 청소부 일을 하지만, 하청을 하는 범죄조직 일원들에게 깍듯하게 대하고 처리하는 시체에게 예를 차린다. 허름한 옷차림, 친숙한 말투, 캐릭터 특성인 저는 다리와 구부정한 포즈까지 완벽하게 창복으로 변신한 유재명은 작품에 예를 갖추며 소중하게 ‘소리도 없이’를 대했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소리도 없이’ 기자간담회에서 유재명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보고 “놀라웠다”고 했으며 자신에게 이런 작품이 온 것에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진심을 전했다.
“매 작품 할 때마다 놀라운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보려고 애쓰는 것 같다. 시나리오의 매력과 장점, 좋은 점을 많이 보려고 하고 ‘소리도 없이’ 시나리오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유재명은 ‘소리도 없이’의 시나리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전체적으로 적은 대사에 많은 지문이 있었지만, 기묘하고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 운명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가 신선하면서 놀랍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니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에 유머러스하고 색감도 예쁘고 음악도 들어가면서 이런 뉘앙스의 영화가 나왔다. 사실 촬영할 때는 무겁게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거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감각적으로 잘 풀어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어떠한 계기로 창복이 태인과 함께 시체처리 일을 하게 되는지 표현되지 않는다. 과거가 아닌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 유재명은 홍의정 감독과 상의하면서 창복을 빌드업했고 작품을 준비했다.
“창복과 태인이 언제 어떻게 만났고 둘이 어떤 관계인지 감독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 얘기만 다뤄도 한 편의 영화가 나올 것 같다고 했었다. 영화는 현재와 전개가 중요하기 때문에 창복에게 태인은 없어서 안 될 사람이라는 설정을 했다. 서로 동반자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관계다.”
유재명은 영화의 포문을 설명하는 캐릭터로 창복을 연기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말이 없는 태인을 대신해 더 많은 대사를 구사해야 하지만 장황하게 풀어지는 느낌보다는 주변에 한 번쯤은 봤을 것 같은 편안한 캐릭터로 창복을 연기했다.
“태인이 말이 없기 때문에 말을 더 많이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니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다. 태인과 쌍을 이뤄서 귀엽게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창복은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무서운 일을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관객이 창복을 중심으로 잘 따라오고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하지 않는 태인과 어딘가 불편한 창복이 서로 한 몸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이는 곧 창복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자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처럼 편안하게 대사를 구사할 수 있지만, 많은 대사 양에 어려움이 따랐고 관객이 자신으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 수 있도록 고심했다.
“어렵다면 어렵고 새롭다면 새롭고 낯설다면 또 낯설다. 관객들이 원하는 방향성과 조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리듬과 템포 없이 무겁기만 하거나 진지하기만 하면 같이 가지 못한다. 제가 맡은 부분은 대사 양과 정보량, 사건의 전개와 유머스러움, 편안함과 친근함이 중심으로 된 인물이다 보니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의 전개가 관객의 이해와 같이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창복은 뚜렷한 선과 악으로 뚜렷하게 구분지어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곧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삶의 영역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이다. 유재명도 “창복과 태인이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체 뒤처리를 하는 것은 범죄자의 영역이다. 살인을 하는 것은 아니며 유괴를 한 것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운명이라는 사건에 휘말려서 끌려가는 인물로 볼 수 있겠다. 주체적이진 않고 수동적인 인물이다. 사실 초희(문승아)를 부모에게 돌려주는 게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게 되지만 감독님은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함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셨다. 과연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냐는 것이다. 답을 내리진 못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것 같다.”
창복이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면 그 이후는 태인으로 분한 유아인의 몫이 된다. 창복이 영화의 중반부에 엔딩을 맞이하기 때문. 주인공으로서 아쉬울 법도 하나 유재명은 창복의 결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모든 인물들이나 영화는 엔딩을 위해서 달려간다고 본다면 창복의 엔딩은 완벽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나. 인생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이나 불행이 올 것이라고 예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선택 하나가 불행의 씨앗이 도기도 하고. 그렇게 된다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창복에게 남의 것을 탐하면 불구덩이에 빠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완벽한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절망적이기도 하고 희망적인 것 같기도 한 지점이 저희 영화가 말하는 지점인 것 같다.”
영화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한 창복의 엔딩. 유재명은 그런 점에서 캐릭터의 말로를 마음에 들어 했으며 이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작품은 해피엔딩이 좋다. 해피엔딩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일상의 소소함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저희 영화는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답을 내리지 않으니까. 관객의 몫으로 넘기는 게 제일 좋은 엔딩이 아닐까. 저는 행복한 엔딩이 좋긴 하다.(웃음)”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