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김영재 "김사현, 꼰대여도 선 지킬 줄 아는 어른" [인터뷰]
입력 2020. 10.21. 10:24:51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김영재가 신세대를 이해할 줄 아는 기성세대와 입버릇처럼 ‘라떼는 말이야’를 내뱉는 꼰대 그 경계 사이에서 선을 지키는 유연한 어른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지난 4일 ‘비밀의 숲2’(극본 이수연, 연출 박현석)이 자체 최고 시청률 9.4%(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막을 내렸다. 황시목(조승우), 한여진(배두나)을 비롯해 각자만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법제단, 경찰청 사람들이 변함없이 등장하며 시즌1에 이은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여기에 서동재(이준혁) 검사 실종 사건과 사법부의 적폐가 밝혀지는 등 극적 장치를 통해 시즌2에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며 긴장감을 더했다.

이 가운데 우태하(최무성), 황시목과 함께 수사권을 사수하기 위해 대검 법제단에 합류한 검사 김사현(김영재)은 극의 현실감을 불어넣으며 신 스틸러로 활약했다. 극 중 김사현은 사건을 묵인, 방관하는듯하지만 결국 황시목, 한여진의 편에 서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인물로 톡톡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밀의 숲2’은 사전 제작으로 이루어졌다. 보통 촬영과 방영이 동시에 진행되는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현장 분위기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피부로 와 닿을 수 있지만 사전 제작된 ‘비밀의 숲2’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재는 촬영을 마치고 약 4개월 만에 방송을 통해 ‘비밀의 숲2’를 본 소회를 전했다. 지난 6월에 극 중 김사현으로서 역할을 다했지만 ‘비숲’ 팬임을 자처한 김영재 답게 그는 현장을 그리워하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다시 몰아보기도 하고 대본도 살펴보니까 수정된 부분들도 보이더라. 사전제작이라 저는 촬영을 먼저 마쳐서 휴식기가 길었다. 6월 초에 촬영이 끝나서 현장에서도 보낼 준비가 안 되었다. 그동안 코로나 일상에 있다가 방송이 시작되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몰입해 봤다. 촬영장은 진짜 행복했다. 촬영하면서 스텝들도 많이 좋아해줬고 감독님도 제가 와주시면 반갑게 맞아주셔서 진짜 집에 온 것 같았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마지막 방송할 때는 울컥하더라. 다들 본 지도 꽤 됐고 드라마가 끝났는데 다시 모인 적이 없다. 이렇게도 끝나는 드라마가 있구나 싶었다. 작가님도 대본 리딩 이후에 못 봐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실은 인터뷰 전에 작가님, 감독님이라도 이야기를 다시 해서 사현이에 대해 정리하고 지금 제가 생각하는 ‘비밀의 숲2’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니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멋진 작품에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신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감사드리고 촬영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지금도 보내고 싶지 않은 여운이 남은 작품이다. 최고의 스텝, 배우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김영재에게 김사현은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지난 2013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마귀'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던 박현석 감독과 인연이 닿았다. 캐스팅 단계에서만 해도 제작진이 그린 김사현의 이미지는 김영재와 달랐다고. 그러나 날카로운 눈빛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김영재의 중의적인 매력으로 김사현의 모습은 자연스레 바뀌었다. 그렇게 탄생한 김사현은 유연한 인물이었다.

“감독님이랑 단순한 미팅인 줄 알고 갔는데 바로 확정이라는 말을 들어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작가님은 처음 뵙는 분이라 그래도 먼저 만나봐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작가님도 저의 다른 작품을 보시고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고 들었다. 초반에 두 분의 리스트업에 있었던 김사현의 그림은 저랑 달랐다. 더 걸걸하고 남성적인 모습과 꼰대스러움이 있었는데 제가 캐스팅되면서 그런 부분이 수정됐다. 감독님께서 사현이는 유연한 인물이라고 디렉션을 주셨다. 감독님이 처음에는 걱정도 하셨을 것 같다. 원래 그림이랑 안 맞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제가 되고 나서 어쨌든 나름의 사현이 잘 만들어진 것 같고 그걸 절충해서 그려주셨다. 특히 요구하신 부분은 유연함이었다. 상황대처능력이 매끄럽고 일은 잘하면서 간에 갔다가 쓸개에 붙는 것 보다 일 할 때는 여우같이 하면서 손해는 절대 안 보는데 어느 편인지 잘 모르겠는 그런 유연함이 사현이에게 있었다.”

김사현과 실제 김영재의 모습도 닮아있을까. 그 어느 작품에서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김영재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사현에게 극이 거듭될수록 친밀도가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평소 극 중 역할에서 빨리 헤어 나오는 편이라던 김영재는 김사현 만큼은 보내기 아쉽고 더 함께하고 싶었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작품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기도 했고 한 편으로 연기를 하면서 입체적으로 인물을 표현해내는 게 재미있었다. 촬영 당시에는 몰랐는데 막상 방송을 보고 나니까 저도 사현이와 많이 닮아있다는 걸 느꼈다. 김영재와 김사현의 공통점이 확장되어가고 있는데 지금은 이별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현이라는 캐릭터를 인터뷰하면서 털어내고 덜어내고 이런 장면이 있었고 저런 추억이 있었다라고 회상하면서. 그런 과정 중에 있다.”

극 중 김사현은 우태하의 후배로 적폐 세력에 속한 인물인 듯하나 황시목의 행보를 눈여겨보면서 도저히 어느 편인지 가늠이 안가는 인물로 혼란을 주기도 했다. 어느 땐 전형적인 꼰대 선배의 면이 보였지만 그러면서도 무심하게 안부 인사라도 먼저 건넨다든가 김사현은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또한 서동재 검사 실종 사건의 가짜 제보자라는 용의 선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뒤늦게 우태하의 비리 행적이 드러나면서 황시목, 한여진의 정의실현을 도왔다.

“웃음 포인트인데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찌질하고 꼰대고 라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사현은 선을 지킬 줄 아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시목이를 마지못해 도와줄지언정 그 선을 지켜나갔고 그런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 저도 그 찌질함이 있고 꼰대스러움도 있고 라떼의 중년스러움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사현이처럼 선을 지켜가는 어른이 되어가고 싶기도 하다.”

검경수사권 조정 대척점을 두고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선 만큼 ‘비밀의 숲2’은 시즌1에 힙입어 더욱 세세하고 밀도 높은 세계관이었다. 여기서 김영재는 앞서 시즌1에 출연했던 조승우, 배두나의 조합에 새롭게 합류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마치 시즌1에서부터 법제단 소속 인물이었던 것 마냥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에 김영재는 대본의 힘을 치켜세웠다. 디테일한 세계관 못지않게 대사 한 마디까지도 작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대본의 힘이다. 지문 하나하나가 디테일했다. 예를 들어‘사현이가 태하 옆 테이블에 기대서 같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 같이. 물론 처음에는 감독님의 의견이었다. 그렇다보니 어느새 촬영장에선 김사현 놀이가 시작됐다. 커피 잔을 들고 사현이가 어디에 기대 있을지. 그런데 알고 보니 대본에도 그런 지문들이 있었다. 감독님이 주신 유연함과, 정형화된 틀을 깨는 시목이도 일반적이지 않고 태하의 전향성이 있으니까. 거기서 사현이는 관찰자로서 제 3자의 느낌도 있었고. 시목이랑 티키타카도 대본의 힘이다. 인물의 표현, 호흡이 모두 대본에 있었다. 내가 애드립이라고 한건 ‘대한민국 커피는 내가 다 마시는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 같은 짧은 생활 용어나 했지 디테일한 건 다 대본에 있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캐릭터가 잘 녹아들었다. 물론 만들어진 대본에 충실하고 색깔을 입히는 건 배우의 몫인데 대본이 편해서 바로 사현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법 용어들도 대본 뒤에 자료들까지 첨부해서 ‘이 장면에선 이런 자료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지문이 있을 정도로 엄청 디테일했다.“

최근 ‘비밀의 숲’ 1, 2 전 시리즈 정주행을 마쳤다는 김영재는 각 시즌의 주요 부분을 가리키며 시즌2의 의의를 다졌다. 특히 그는 한여진에게 앞으로 닥칠 위기와 고난들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한여진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는 현실을 떠올렸다.

“시즌1은 이창준과 시목이의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최빛과 한여진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방송 보니까 깨달은 게 많다. 몰아보기를 하니까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시즌2에 덧붙여서 한여진의 왕따, 시목의 왕따 이야기 같은. 시목이는 어떻게든 잘 할 것 같고 엔딩에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는데 한여진은 걱정이 된다. 앞으로의 여진이가 거쳐 가야하고 극복할 것들이. 여진이가 ‘검찰 선배지, 내 선배야?’라고 말한 장면에서는 여진이에게 이입이 됐다. 정보국이 뭐라고 하고 빠지는데 장관한테 전화가 와서 울컥할 때 같이 울컥했다. 순탄하지 않은 삶의 모습이 우리들의 삶과도 근접하지 않을까. 차별받을 때도 있고 시목이는 판타지 같은 캐릭터이지만 여진이는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이입이 됐다.”

스릴러, 범죄 장르물인 ‘비밀의 숲2’에는 매 회 법률용어를 포함한 대사들이 난무했다. 심지어 롱 테이크로 촬영한 장면들의 경우 혼자서 외우기도 벅찬 긴 분량의 법률용어를 읊는 대사들을 소화해야했다. 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터. 그러나 김영재는 부담보다는 마땅히 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 연습에 공을 들였다.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듯 실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김영재가 법률 용어들을 사용해 빠르게 쏘아붙이는 대사들이 귀에 쏙 들어온다는 호평이 잦았다.

“NG는 없었고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회사 건물에서 직원들 다 나가도 혼자 사무실에서 연습하고 같이 호흡도 맞추기도 하고. 그래서 1차 연습에서는 엔지가 없었다. 뿌듯했다. 똑똑해지거나 알아가는 기분은 전혀 안 들었다. 얼른 NG없이 끝내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호흡이 길다보니까 텐션이 템포감도 있고 긴장감도 있어서 대사만 생각하면 호흡이 느려지고 또 외워서만 하면 안 됐다. 완벽한 브레인처럼 보여야하니까 그래서 더 딕션이 좋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래도 검경협의회부분은 한글 자막으로 보길 추천한다(웃음). 훨씬 이해가 잘 되더라.”

‘비밀의 숲2’에서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힙을 합쳐 결국 우태하의 비리와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서동재를 구출해내는 등 상황을 옳은 방향으로 바로잡았다. 아쉽게도 ‘비밀의 숲2’ 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리며 다양한 추측과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황시목과 한여진은 계속해서 정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동료로 남았다. 김영재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도 ‘비밀의 숲2’이 최종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어떤 주제가 합의로 도달하는 정치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라 여진이랑 시목이처럼 살아가면서 서로 협력하고 보안해가는 세상인 것을 나타낸 것 같다. 두 사람은 항상 도와주고 함께하고 오래된 친구지만 부부 같다. 이처럼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동안 장르물에 갈증이 있었다는 김영재는 아직 풀지않은 과제들 가운데 하나를 마쳤다. ‘비밀의 숲2’를 통해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제 시작이죠”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사현을 통해 김영재는 시청자들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자신감을 얻었다. 더불어 캐릭터 이름에 대한 욕심과 함께 그는 연기를 향한 열정도 드러냈다. 향후 어느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로 만나든 김영재가 보여줄 색다른 결이 기대되는 바다.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사현을 통해서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것 같다. 그 안에서 또 즐거운 캐릭터도 만나고 캐릭터 이름이 사랑받았으면 한다. 김사현이라 불리는 게 너무 행복하다. 다음 작품에서 맡는 캐릭터 이름도 사랑받으면 좋겠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입으로 풀었으니까 몸으로 뛰고 달리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장관이나 형사, 액션까지 아니어도 남자배우들이라면 바라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조직생활이나 어떤 직장이든 슈트를 안 입기도 하는데 그런 자유로운 오피스 물도 해보고 싶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UL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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