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h BIFF] ‘미나리’ 윤여정·한예리·스티븐 연이 밝힌 선댄스영화제 수상+아카데미 진출 [종합]
입력 2020. 10.23. 15:32:53
[더셀럽 전예슬 기자]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한인가정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23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감독 리 아이작 정) 기자회견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리 아이작 정 감독, 배우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등이 참석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이 영화 대본작업을 했을 때 많은 인상을 받았던 소설이 있었다. 윌라 캐더 작가의 소설 ‘마이 안토니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윌라 캐더 작가가 실제로 농장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며 “책을 쓰면서 이 이야기가 실제 삶과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1980년대 기억을 가지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기억의 순서들을 되짚어보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나열했다. 대부분 많은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것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용을 만드니 다큐가 아니라 장편 픽션이 됐다. 실존 인물들에게 영감을 받은 새로운 캐릭터가 나왔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각각의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라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극중 제이콥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캐나다로 이주 후 서구의 조용한 시골에서 살았다. 이러한 경험들이 영화에 비슷하게 녹아있었다. 이민을 해서 사는 삶이 세대 간이 가진 문화, 언어 등 차이로 인한 생각들이 있는데 만든 내용을 보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캐릭터에 투영할까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주 삶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윤여정은 “제가 나이가 많아서 작품이 좋아서 보단, 사람을 보고 일을 한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순수했다”면서 “저를 알고, 한국 영화를 아시더라. 김기영 감독님도 알고 계셨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이 쓴지 몰랐다. 진짜 같아서 전화해서 물어보니 본인의 이야기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하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한예리는 “감독님 만났을 때 인상이 좋으셨다. 편안했고, 제가 영어를 못하는데 감독님과 소통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이상하게 생기더라. 모니카는 한국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인물이었다. 엄마, 이모, 할머니를 통해 봤던 모습이 모니카 안에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너무나 최고의 배우들이지 않나. 다들 바쁜 가운데 스케줄을 내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서 “윤여정이 맡은 할머니의 역할이 굉장히 고약한 말을 하는, 그렇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 정직하고, 그런 말들을 서슴없이 할 수 있으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캐릭터가 윤여정이 딱이었다. 한예리가 맡은 모니카는 외유내강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심장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이 한예리 배우에게 보였다. 연기를 믿고 작업하게 됐다. 스티븐 연이 맡은 제이콥은 아버지일 수 있지만 저의 많은 모습이 투영돼 있다. 제이콥을 깊은 결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스티븐 연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의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캐스팅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농장을 만들기 위해 아칸소의 시골마을로 이사온 아버지, 아칸소의 황량한 삶에 지쳐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픈 어머니, 딸과 함께 살려고 미국에 온 외할머니. 영화는 어린 아들 데이빗의 시선으로 그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안간힘을 썼던 사람들의 정직한 기록을 담는다.

우리에게 친숙한 ‘미나리’를 영화 제목으로 한 이유에 대해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처음 시작 때부터 ‘미나리’였다고 생각했다. 자라는 모습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저희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가지고 와서 심으셨다. 한국 채소 농장을 운영했는데 미나리는 우리 가족만을 위해 심고 길렀던 것이었고 가장 잘 자랐던 채소였다. 할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이 녹아있지 않았나 싶다”라며 “미나리 자체가 영화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감정, 정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잘 드러내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 드라마틱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선댄스 영화제는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 뉴욕영화제(NYFF)와 함께 북미 3대 영화제라 불리고 있다. 다양성을 중시하며, 전 세계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리 아이작 감독은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자랑스러웠지만 굉장히 비현실적이었다. 누나와 아침에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봤는데 상을 ㅂ다기도 해서 놀랍고 기뻤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보고 각자 삶, 가족과 연결했나 싶었다. 본인들의 개인적 삶에 투영해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감독은 “‘기생충’이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 않았나. 미국 관객들이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높아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적인 콘텐츠, 이야기가 일반적인 대중, 관객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했다.

특히 윤여정은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거론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윤여정은 “식당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축하한다’고 하시더라. 후보에 아직 오르지 않았다. 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되게 곤란하게 됐다. 못 올라가면 상을 못 탄 게 된 것이지 않나”라며 민망함을 드러냈다.

‘미나리’는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외 윌 패튼(Will Patton), 앨런 김(Alan Kim), 노엘 케이트 조(Noel Kate Cho)가 출연한다. ‘문유랑가보(Munyurangabo)’로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으며 AFI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편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최 일정을 2주 연기를 결정했다. 지난 21일 개최돼 영화 상영 위주의 10일 간의 행사를 마치고 30일 폐막한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A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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