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귀찮지만' 지현우 "30대에 혼자사는 것…인생 여행 중" [인터뷰]
입력 2020. 10.23. 16:00:30
[더셀럽 김희서 기자] 배우 지현우가 위로를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차강우를 연기하면서 그는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스스로에게도 위로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아가 1인 가구로서의 삶을 되돌아봤다.

지현우는 최근 더셀럽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MBC에브리원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극본 조진국 최유정, 연출 이현주, 이하 ‘연애는 귀찮지만’) 종영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는 연애는 하고 싶은데 심각한 건 부담스럽고 자유는 누리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젊은이들이 코리빙 하우스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극 중 지현우는 독특한 치유법으로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누구보다 힘이 되는 위로를 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정신과 의사 차강우 역으로 분했다.

지난 13일 ‘연애는 귀찮지만’은 총 10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촬영 기간 중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며 무사히 촬영을 마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끝까지 아무 탈 없이 끝나길 바랐는데 안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시청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

‘코리빙 하우스’라는 공간 속에서 그려진 지현우와 김소은의 로맨스는 팍팍한 현실 속 2030들의 공감과 동시에 설렘을 선사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여기에 박건일, 한지완, 공찬 등 리얼한 2030세대의 모습을 표현한 배우들이 합세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뜻함을 선사했다. 지현우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위로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두 주인공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고 모든 캐릭터들이 주인공 같은 그런 다양한 면들이 좋았다. 드라마 제목에도 공감이 됐다. 주변에서 제 이야기 같다는 말도 꽤 들었다. 또 위로하는 방법이 좋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상대방을 위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구나’라는 점을 많이 배웠고, 극중 나은이에게 공감을 많이 하는 캐릭터라서 스스로도 위로가 됐다.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도 좋았다.”

극 중 차강우는 아버지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채 타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집중했다. 때로는 덤덤하게 던진 조언이 누군가에는 큰 위로를 안겨주고 자신의 연인인 이나은(김소은)의 고민을 경청하면서 그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차강우는 어느새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속이 깊으면서도 밝은 모습을 소화하기위해 지현우는 기꺼이 자신의 일상도 차강우의 삶에 스며들도록 했다.

“차강우는 같이 있으면 밝고 유쾌한 사람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진지하게 위로해주지 않고 툭툭 던지는데 그 말에 힘을 얻는 그런 매력이 있다. 그런 강우의 매력을 생각하면서 ‘강우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하고, 실제 강우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그리고 강우가 문에 붙여 놓은 스마일 스티커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스마일 관련된 물품들을 구매해서 입고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봤던 것 같다. 웃는 연습도 많이 했고. 단순히 제 캐릭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의 대사를 직접 쓰고 보면서 시청자들 입장에서 지금 타이밍에는 이런 속도나 분위기가 좋겠다는 연구도 했다. 대본 미팅할 때 녹음해서 운동하면서 듣거나 이동 중일 때 수시로 듣기도 하고 나오는 모든 인물들과 친숙해지는 저만의 방법인 것 같다. 대사가 지현우가 하는 말처럼 들리도록 수시로 연습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차강우라는 인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정신적, 정서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 상담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추세다. 그간 드라마에서 비춰진 정신과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약 처방을 하거나 경청하는 기본적인 방법만을 다뤘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로 등장한 차강우는 직접 상황극에 이입해보는 등 신선한 치유법에 접근했다. 그리고 차강우로부터 치유를 받은 환자들은 상태가 호전되며 남다를 효과를 나타냈다. 이에 지현우는 위로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도 ‘의사’라는 틀에서 벗어나고자했다.

“역할이 정신과 의사이다 보니까 어떤 방식으로 위로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가장 많았다. 상대방의 마음은 어떨까, 어느 정도로 아플까,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했다. 역할 공감도 많이 해야 했다. 처음에 작가님께서는 동네에 있는 편안한 사람으로 의사라는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가능하면 가운을 안 입으려고 했다. 또 정신과 의사와 상담도 직접 경험하기도 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연기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았다.”

‘위로’라는 강력한 소재를 바탕으로 극이 전개된 만큼 극 중 이나은과 차강우의 로맨스 또한 위로에서 시작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나은은 입주 일기를 정식 출판하고 차강우의 아버지는 건강을 되찾으며 각자의 고비를 넘긴 두 사람은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로 함께했던 이나은 역의 배우 김소은과 호흡은 어땠을까.

“경력이 서로 비슷하다. 전에 작품을 한번 같이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서로 편했다. 눈빛을 보면 이 친구가 어떤 연기를 더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김소은 씨 성격이 되게 빠릿빠릿하고 의외로 남자 같은 면도 있다. 반면 저는 느린 편이다. 그래서 적절하게 잘 맞춰서 간 것 같다.”

지현우는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히는 강우가 나은에게 손편지로 고백한 순간을 택했다. 특히 지현우가 직접 쓴 손편지와 로맨틱한 고백 편지는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다.

“편지로 나은이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대로 따스하게 위로해주지 않았나 싶다. 말로만 하는 것보다 정성 들여서 손편지를 써주고 거기서 이제 나은이가 못하는 게 뭐냐고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을 찍을 당시에 편지 녹음도 해야 되는 상황이라 실제 강우의 병원에서 작성했다. 작성 도중 감독님이 옆에서 계속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기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 열심히 해서 방해하려고 그랬다라고 했다. 편지 내용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좀 즐기라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강우의 진심을 잘 전달하려는데 신경을 썼다.”

최근 지현우는 미니멀 라이프를 공개해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17년 지기 매니저의 제보에 따르면 지현우는 TV, 침대도 없이 살며 스마트폰 톡 메신저도 사용하지 않아 대본을 이메일이나 프린트로 받는가하면 조용한 절을 찾아가 명상을 하는 등 속세를 벗어난 삶을 지양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생각이 바뀌면서 바뀌었다. 20대 때도 혼자 나와서 살았고 어느 순간 언제든 내가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예능프로그램 속 모습이 과연 진짜 내 모습일까? 그런 생각도 든다. 저를 다 보여준 거는 아니니까. 한 부분을 보여드린 것이지 저도 물욕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좀 더 자유로워야겠다 싶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템플스테이가 도움이 됐다,”

지현우는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데뷔 17년차 배우다. ‘연애는 귀찮지만’ 속 차강우와 같이 오랫동안 1인 가구로 지내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때다. 20대 시절보다 여유를 갖게 된 30대가 된 지현우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알며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

“20대 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고 30대 초반에는 과거의 나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과거의 것들을 회상하다보니 안 좋아지더라. 지금은 현재를 즐기면서 살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즉흥적인 것은 줄이고 사소한 것에 대한 기쁨을 많이 찾고 있다. 20대에도 혼자 살았지만 그때는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과 많이 만났다. 하지만 30대에 혼자 산다는 건 말 그대로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도 많이 하게 되는 삶인 것 같다. 지금은 혼자 있을 때의 즐거움도, 불안정감도 다 좋다. 내 인생을 여행하고 있다.”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라이언하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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