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통해 돌아본 박은빈의 20대 마지막 [인터뷰]
입력 2020. 10.26. 18:05:23
[더셀럽 신아람 기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박은빈에게 20대 마지막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배우 박은빈으로서, 인간 박은빈으로서 20대를 되돌아보며 스스로 또 한 번 성장했음을 증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최근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 다양한 연령층을 사로잡았다.

극 중 박은빈은 뒤늦게 꿈을 품고 늦깎이 음대생이 된 채송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종화를 앞두고 종영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은빈은 촬영은 끝났지만 여전히 채송아에서 다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20여 년간 겪어와서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끝날 때마다 어떤 이유에서든 눈물이 났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떤 작품보다 눈물이 많이 날 것 같았는데 눈물이 안 나더라. 아무래도 주연으로서 책임감을 막중하게 가지고 있다 보니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어려운 시국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안도감이 들었고 기쁨이 되게 컸었던 것 같다. 좋은 분들을 만나다가 당분간 못 만난다는 게 아쉽겐 하지만 잘 끝난 것에 스스로 만족감에 느끼고 있다. 운명 같게도 29살에 29살 역할을 맡아 편했다"

데뷔 22년 차 베테랑 배우답게 박은빈은 채송아의 섬세한 내면 연기를 완벽 소화해 '믿보배'를 또 한 번 증명해냈다. 특히 실감 나는 바이올린 연주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던 바. 흉내가 아닌 진정성을 보이고 싶었다던 박은빈의 노력의 결과였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정말 어려운 악기인 것 같다. 고음을 내는 악기여서 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운 악기더라. 자세도 그 악기와 몸자체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했다. 잘 해 보일 수 있기까지가 정말 어려웠다. 조금만 어설픔이 들어가도 리얼리티가 저해될 것을 알아서 고민하고 연습을 많이 했다. 그게 진정성과 맞닿을 수 있다는 욕심 때문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최선의 기량을 펼치고 싶었고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서 만족하고 있다"

이처럼 노력형 박은빈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극 중 송아와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엔 부끄럽고 꾸준히 노력해온 사람인 것 같다. 송아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송아는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지만 스스로 돌파해보고자 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면에서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 힘으로 해보는 것,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송아와 맞닿아있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성장하는 것, 그게 내가 살아온 방향성인 것 같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실제 박은빈과 극 중 채송아는 닮은 지점이 많았지만 연애 부분에 대해서는 극의 몰입도를 위해 확실히 구분 지었다고 한다.

"캐릭터와 내 삶은 확실하게 구분하는 편이다. 송아와 나의 비슷한 점을 찾고 나의 모습을 송아에게 녹여 채송아와 나를 동일시했을 때 분명 이입일 깨질 수 있는 불편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와는 구분을 짓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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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은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흐름과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다소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이 대사가 아닌 내면 연기로 표현됐기 때문. 그는 이런 내면 연기가 어렵다기 보다 제 집에 온 듯 편안했다고 설명했다.

"내면 연기가 주력이 되는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던 것 같다. '청순시대'라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밖으로 발산하는 캐릭터들을 요 근래 해오다가 다시 송아라는 내향적인 인물을 맡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했다. 새롭게 느낀 부분들이 많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박은빈이지만 전작 '스토브리그' 야구단장, '브람스를' 바이올리니스트까지 그런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인 박은빈은 이런 도전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 인물을 살면서 그 기간 동안만큼은 정말 충실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통해 그의 인생을 오롯이 열중해서 살아내다 보니 매번 똑같은 것보다는 새로움을 찾는 것에 흥미가 생겼다. 여러모로 도전이라는 숙제가 주어진 것 같다. 송하의 삶도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바이올린을 잘 보내주는 이야기다. 그렇게 열중했던 것을 보내주는 경험은 박은빈 삶에서는 해본 적이 없어서 뜻깊은 여정이었다"

그런 그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기획의도다. 미디어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박은빈의 바람이다.

"드라마라는 장르 자체가 어떠한 소재를 특성으로 다른 분위기를 내지만 사실상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한다는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스토브리그' 역시 야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지만 그 속에 사람사는 이야기를 보여줬고 이번 작품 역시 클래식을 소재로 담았지만 그 속에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사람 사는 이야기들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기획의도다. 그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중요시한다. 물론 기획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다면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생기다 보니 캐릭터가 어느 정도 매력이 있는지,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지 생각한다"

'청춘시대2'를 시작으로 '이판사판' '오늘의 탐정'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까지 잇단 흥행에 '믿보배'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붙었다. 그만큼 부담감도 존재할 터.

"너무나 감사하고 든든한 말이다. 언제부턴가 결과를 생각하면서 선택하고 싶지 않더라.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선택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결과보단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하려고 한다. 이번 작품도 흥행작으로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하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여러 이유로 스물아홉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었던 마음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이 행복했고 그만큼 재밌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기쁘고 감사하다.

22년 차 배우 박은빈은 단단하고 견고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보내온 시간들이기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는 없단다. 스스로에게 '잘 견뎌왔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선택을 해내가는 것이 배우 박은빈으로서의 목표다.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은 때는 없다. 설령 후회되는 지점이 있을지라도 그때마다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잘 견뎌왔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언제부턴가 계획을 잘 세우지 않게 됐다. 계획을 세우고나서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 구속하게 되고 자괴감을 느끼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 같더라. 순리대로 털털하게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행복한 사람으로, 내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더셀럽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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